어른의 이별
박동숙 지음 / 심플라이프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사랑에는 반드시 이별이 뒤따르기에 기뻐할 만큼 슬퍼할 시간이 있기 마련인데 사람들은 왜 아플 걸 뻔히 알면서도 사랑에 빠질까? 본래 네 개의 팔, 네 개의 다리, 두 개의 머리로 태어난 인간을 제우스가 반으로 쪼개놓았다고 하니 '나의 반쪽'을 그리워하는 게 당연한 건가.




『어른의 이별』은 지난 5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보내온 라디오 청취자들의 이별을 토대로 만든 책이다. 사연을 읽는 동안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노래 <Love Is A Losing Game>이 사운드트랙처럼 머릿속에서 계속 플레이되는데 안 그래도 책을 거의 다 읽어갈 즈음 '사랑은 늘 지는 게임'이라는 말이 나온다. 사랑이란 게임에서는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지게 돼 있고, 또 더 아프기 마련이다. 자신이 패자라는 걸 가장 잘 알면서 게임판을 떠나지도 못한다. 혹시라도 이길 줄 알고 게임판을 못 떠나는 게 아니다. 패자는 본능적으로 본인이 질 거라는 걸 아는 사람이다.



사랑밖에 모른다던 어느 노랫말처럼 삶의 우선순위를 사랑에 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 다만 사랑에 모든 걸 걸 용기나 순수함까지는 없었다. 


사랑이면 

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고

사랑해도 안 되는구나, 좌절했던 시절도 있었어. (P. 55)


어느덧 시간은 흘러, '사랑해도 안 되는구나'라며 내 몫의 좌절을 들고나와야 할 때도 있었다. 누구의 사연으로 시작했는지 알 수 없는 이야기에 오래전의 기억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나에게는 내 사랑이 가장 아프지만,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아파하고, 아닌 걸 알면서도 여전히 누군가를 그리워한다. 하루를 마치고 인제 그만 편히 쉬어도 되는 순간에 저 어딘가에서 누군가 주섬주섬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고 생각하니 목이 탄다. 누군가는 끼니를 거르고, 세상 모든것이 그 사람을 떠올린다며 당혹스러워 하고 화도 내보다가 기어코 눈물을 쏟는다. 지금 저이는 얼마나 힘들까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그의 눈물이 오롯이 사랑으로 인한 거란 사실에 마음이 놓인다.  



더 많이 사랑하는 쪽, 더 오래 사랑하는 쪽은 언제나 아픈 법이다. 무뎌지기 위해 얼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세상의 많은 이들은 여전히 사랑을 권한다. 프랑스 소설가 그레구아르 들라쿠르의 말처럼 '욕망이 불을 질러놓고 결국 재가 될지언정, 아무것도 아닌 일에 그렇게 눈물이 날지언정' 사람들은 죽는 순간까지 사랑을 갈구한다. 사랑은 언제나 옳으니까. 



사랑이 끝났다고 누구를 혹은 무엇을 탓할 필요는 없다. '~를 했더라면' 또는 '~를 하지 않았더라면'이라며 이미 일어난 일을 후회하거나 반대로 일어나지 않은 일을 뒤늦게 바랄 필요도 없다. 그저 거기까지였을 뿐이다. 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는 사람도 있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사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어쩌면 그대는 그대에게 주어진 작은 인연을 붙들고 너무 큰 부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문열의 소설 <젊은 날의 초상>에 나오는 표현이다). 그래, 그대도 참 많이 외로웠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