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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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을수록 대단한 책이다. 어쩌면 이렇게 글을 섬세하게 풀어낼 수 있는 걸까? 감탄하고 또 감탄한다. 학부 때 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_ 스완네 집 쪽으로>를 읽으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 때는 그냥 어렵고 재미없고 지루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조금 이 책이 보인다. 지금도 읽다가 흐름을 놓쳐 몇 번이나 앞으로 되돌아와서 다시 읽을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이 작품을 두고 왜 그렇게 찬사를 보내는지 정도는 알겠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추억의 편린들을 매개로 하여 인간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물결처럼 일어나는 내면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잡아챈 후, 해체의 미학을 한껏 보여준 뒤 다시 긴 호흡의 글로 조합해 내는 작가의 필력! 어떤 강렬한 인상을 객관적 요소로 환원하거나, 관찰력을 극대화하여 보이는 것에 대한 개념을 추출해 내는 능력!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인식들이 어떻게 의식화 되어 가는지, 그 순간순간의 과정이 그대로 유려하고 경건한 문장으로 정제되어 나타날 때, 이런 걸 '소설이 도달할 수 있는 극한'이라고 하는가 보다. T.S. 엘리엇이 이 작품과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읽지 않고는 문학을 논할 수 없다고 한 이면엔, 인간의 의식이란 것이 단편화되거나 스토리화 된 획일성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흐름 그 자체에 동승하여 의식의 그 무한한 영역을 장대하게 작품에 담았기 때문이리라. 이런 걸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기법이라고 했던가.


  이 책은 화자인 '나(이름도 나이도 밝히지 않고 있으나 마르셀 자신으로 파악된다)'가 잠에서 깨어나는 시점의, 허구와 실재가 혼재되는 무의식의 상념으로 시작된다. 우리도 많이 경험하는, 한 밤 중 깨었다가 다시 잠이 드는, 비몽사몽의 어렴풋한 생각들처럼, 현재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있었던 과거의 삶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글을 풀어 나간다. 우리가 몸을 뒤척일 때 마다 생각이 바뀌는 것처럼 화자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그대로 흐르게 하면서 시공간을 뛰어넘는다. 그럼으로써 "오랜 시간 불면에 시달리며 잃어버렸던 시간을 풍요롭고 창조적인 시간으로 바꾸어"내고 있다. 하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이 책은 뚜렷하게 이것이 줄거리라고 할 만한 상황이 없다. 그냥 생각의 흐름일 뿐이다. 바로 이 점에서 이 책의 한 부분이 매우 유명하다. 어느 겨울 날, 추워하는 걸 본 화자의 어머니는 홍차와 '프티트 마들렌'이라는 과자를 권하는데,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모금이 입천장에 닿는 순간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화자를 사로잡으며 잊고 있었던 추억의 장소들이 떠오른다. "우리 집 정원의 모든 꽃들과 스완 씨 정원의 꽃들이, 비본 냇가의 수련과 선량한 사람들이, 그들의 작은 집들과 성당이, 온 콩브레와 근방이, 마을과 정원이, 이 모든 것이 형태와 견고함을 갖추며 내 찻잔에서 솟아 나왔다(91쪽)." 이렇게 화자는, 이제는 희미해져 바래져버린 자신의 과거를 찾아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긴 여행을 떠나게 된다.

 

  내 방은 거의 닫혀 있는 덧문 너머로 스며드는 오후 햇살에 맞서 투명하고도 부서지기 쉬운 서늘함을 파르르 떨며 지켜주고 있었다. 대낮의 반사광이 그 노란 날개를 스며들게 할 방법을 찾다가, 나비가 꽃 위에 앉듯 덧문 문살과 유리창 사이 구석진 곳에서 꼼짝하지 않았다.(151쪽)

 

  뭔가 유리창에 부딪치는 것 같은 작은 소리가 나더니, 다음에는 위쪽 창문에서 모래 알갱이를 뿌리듯 가볍고 넓게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 그 소리가 퍼지고 고르게 되고 리듬을 타고 액체가 되고 울리고 수를 셀 수 없는 보편적인 음악이 되었다. 비였다(182쪽).

 

  화자가 어린 시절을 보낸 콩브레 주변에는 산책을 하려면 '길'이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스완 씨네 소유지를 지나가야 했기 때문에 스완네 집 쪽이라 불리기도 하였고, 다른 길은 귀족 게르망트 가의 별장으로 통했기에 게르망트 쪽이라고 하였다. 화자의 아버지 표현을 빌리면 스완네 쪽 길은 자신이 보아 온 것 중 가장 아름다운 평원의 풍경이며, 게르망트 쪽은 전형적인 냇가 풍경이라고 말했다. 이 두 길을 서로 다른 두 실체로 간주하며 오로지 정신적인 창조물에만 속하는 일관성과 통일성을 부여한다(238쪽). 이렇게 이 두 길은 이 책을 구성하는 커다란 두 기둥이 되어 1권의 후반부 시공간을 긴 호흡으로 메우고 있다.(어린 화자는 이 두 산책로가 분리되었다고 믿었으나, 실은 서로 통해 있었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진다).
  아 참, 이즈음에서 화자는 그의 첫 사랑 소녀, 붉은 빛 도는 금발머리 질베르트를 만나는 순간을 풀어내고 있다. 오랫동안 그녀를 생각할 때면 그녀의 새까만 눈동자에 대한 추억은, 선명한 하늘빛 광채로 떠올랐다고 한다. 화자가 그녀를 처음 만나던 그 순간의 시선을 따라가 보자. 첫 번째 시선은 '단순한 눈의 대변자가 아닌, 모든 불안하고도 넋 나간 감각들이 내미는 창문을 통해 자기가 바라보는 육체와, 그 육체와 더불어 영혼을 만지거나 사로잡아 함께 데려가려는 시선이었다. 두 번째 시선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곧 소녀를 목격하고는 그녀와 멀리 떼어 놓으려고 나보고 앞장서서 달려가라고 할까 봐 두려운 나머지, 그녀로 하여금 강제로 내개 주의를 기울이고 나를 알아보도록 하려는 무의식적으로 애원하는' 시선이었다(249쪽). 대단하다. 이런 시절! 어떤 모습이 단지 우리 시선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깊은 지각을 요하면서 우리 존재 전부를 사로잡아버린 만남이 한번 쯤 있으리라. 그래서 화자는 이런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을까? 그는 오던 길을 되돌아가 어깨를 으쓱하며 "넌 정말 추하고 이상하게 생겼구나. 역겨워."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단다. 어린 화자의 반어적 마음표현이 그저 풋풋하기만 하다.^^


  프루스트가 의도했던 의식의 흐름, 즉 연상 작용으로 풀어내는 문장의 아름다움과 문맥의 섬세함은 원서를 읽어야만 제격이겠지만, 번역된 이 책의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놀랍고도 힘들게(?) 그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 특히 이 민음사 판에는 다른 번역서와 다른 특징이 있는데, 번역자 김희영 교수의 각주가 그것이다. 보통 이런 주석은 불필요 하거나 일반적 사전 수준에서 그치나, 이 주석은 난해한 프루스트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번역자가 이 분야의 단순한 전공자가 아니라 “마르셀 프루스트 전공”으로 불문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프로페셔널이라는 게 절로 느껴질 만큼 잘된 주석이다. 몇 번씩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이 책을 읽어 내리고 이해하는데 참 많이 도움이 되었다. 그렇다고 이 책을 앞으로 내세우고자 앞 서 출간된 여타 번역서를 뒤로 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내가 뭐 이 출판사 홍보맨도 아니고…. 다만 이 책은 이 책 나름대로의 장점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겠다. 번역이나 편집이나 공을 많이 들인 책임은 확실해 보인다.
  프루스트를 읽지 않고 소설을 읽었다 말할 수 없다는데, 이번에 제대로 프루스트를 알게 되는 듯하다. 프랑스의 소설가이면서 평론가인 앙드레 모루아는 이런 광오한 말을 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 프루스트를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만이 있다”고. 많이 심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인정할 만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쨌거나 나는 읽은 사람 축에 속할 것이므로. 2권을 언제 읽으려나…. 10월은 너무나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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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와인 여행자
조정용 지음 / 바롬웍스(=WINE BOOKS)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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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릴 적 집에서 담근 포도주을 거쳐, 대학시절 국산와인 '마주앙' 조금 마셔본 게 전부였던 내가 와인에 대해 본격적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우울(?)하게도 '신의 물방울'이란 일본만화 때문이었다. (아마도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만화적 상상력으로 미묘하게 표현해 내는 와인의 색감과 향, 그리고 풍부한 맛의 묘사는 다소 과장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끌려들어갈 수밖에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만화 속에 소개된 와인에 마음이 움직여 막상 사려갔더니 그림의 떡이더구먼. 만화와는 다르게 구경도 할 수 없거나 턱없이 비싸 경제적 좌절감만 맛보았었다. 이 시절 프랑스 와인은 왜 그리도 비싼지…. 그래도 와인 열풍에 편승하여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칠레산 와인이나 이탈리아산 와인을 가끔 맛보다가 최근엔 부담없는 마주앙 메도크 (Majuang Medoc)를 즐겨 마시고 있다. 처음엔 타닌이 거칠게 와 닿지만 약간만 디켄딩(Decanting)하면 부드러운 타닌(Tannin)과 과일 맛을 느낄 수 있어 그런대로 만족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내가 와인에 대해 뭘 안다고 하기는 정말 어렵다. 그저 초보일 뿐이다.

 

 최근에 와인 여행자를 자처하는 두 분이 각각 와인을 주제로 한 일종의 테마여행 안내서라고 할 수 있는 책을 내었다. 한 권은 <올댓와인>의 대표이신 조정용 씨가 펴낸 <프랑스 와인여행자 (출판사 : 바롬웍스)>이고, 다른 한 권은 <김혁의 스페인 와인 기행 (출판사 : 알덴테북스)>이다. 두 분 모두 와인칼럼니스트이자 와인 여행 전문가로, 이 분야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겐 잘 알려져 있는 분이다. 김혁 씨의 책은 지갑 사정으로 눈요기만 했고, 손에 잡은 것은 <프랑스 와인여행자>이다. 일단 주르륵 훑어보니 오웃! 마음에 끌림이 있다. 읽어보니 프랑스 와인 산지로 다가가는 여행, 즉 프랑스 와인을 맛보는 여행이 곧 프랑스 문화를 덩어리로 체험하는 여행이라는 철학으로 저자가 제대로 발품을 팔았다는 느낌이 와 닿는다. 내용이나 시각적 자료 및 편집 등이 알차고 괜찮다. 감성 있는 여행기와 풍부한 볼거리, 와인에 관한 유용한 정보와 그 와인에 어울리는 향토요리, 그리고 여행의 일정 등이 잘 짜여있어 당장 프랑스로 나르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느낌은 이 정도 갈무리 하고 책 속에서 건진 몇 가지 Tip을 정리해 보자.

○ 열흘 이상 프랑스 여행을 계획한다면 파리, 보르도에 이어 론 발레(이 쪽 여행은 봄이 가장 좋다)를 들르는 여정을 택하라.(26쪽)
○ 네 가지 빈티지의 샤토뇌프 뒤파프. 2009, 2007, 2003년은 모두 완숙한 포도의 맛이 났다. 당시 찬란했던 태양의 솜씨를 어김없이 표현했다. 힘이 넘치며, 농익은 과일 향내가 뿜어져 나왔다. 그르냐슈의 단내와 알코올 느낌, 무르베드르의 신선한 감촉, 시라의 양념 맛 같은 풍미가 골고루 잘 녹아 있다.(47쪽)... (이 글 읽으면서 신의 물방울 묘사법 같아 실없이 웃었다. 대략 무슨 맛인지 알겠다.)
○ 남성 와인의 대명사, 곡선이 아닌 직선 같은 와인, 은둔 기사의 와인은? 에르미타주! (55쪽)
○ 그러면 여성 와인의 대명사는? 아주 섬세하고 화려한 향기를 가진 코트 로티! (66쪽)
○ 와인 애호가들도 보통 보르도 여행 한 번으로 프랑스 와인여행을 마스터 했다고 여긴다. 그러나 부르고뉴를 경험하지 않고는 프랑스를 결코 여행한 것이 아니다.(107쪽)
○ 부르고뉴 와인은 왕의 와인이다. (141쪽)... (퀴베 뒤 파프, 퀴베 뒤 루아... 교항과 왕을 위한 포도를 만들었다는 말.)
○ '연인의 와인'을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할까? 정답은 샹볼 뮈지니! 이 마을 포도밭 중에 '연인'이라는 뜻의 '레 자무뢰즈' 밭이 있다. (148쪽)
○ 와인 여행의 종착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 나오는 곳? 본 로마네 (154쪽) 그 비싼 와인은? 로마네 콩티!
○ 애호가들의 소원 목록 1번 로마네 콩티에 대적하는 와인은? 몽라셰! (194쪽)... 화이트 와인이다.
○ 생애 한 번은 호사를 누리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최고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와인은? 도멘 루루아! (161쪽) 이거 기억하자….^^*
○ 화이트의 천국, 샤르도네의 본향은? 코트 드 본! (176쪽)
○ <죽기 전에 꼭 마셔 봐야 할 와인 1001> 저자 휴 존슨. (203쪽)
○ 샴페인도 엄연히 와인이다... 그러나 샹파뉴 지방에서 만든 거품와인만이 샴페인 이라는 사실. 그러면 다른 나라에서 만든 거품 와인은? 그저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 ^^* (230쪽 부근)
○ 와인 애호가들의 이상향, 위대한 등급으로 프랑스 와인을 대표하고, 고급 와인을 만들고 싶은 세계 양조가들에게 교과서적인 역할 모델을 하는 곳, 보르도 (273쪽)
○ 보르도 와인의 3대 역설 : 산도가 높지 않는데도 신선하고, 거칠지 않은데도 타닌이 많으며, 잔당이 없는데도 단내가 난다. (278쪽)
○ 클로드 다로즈 호텔 : 그라브 · 소테른 · 바르삭 지역에서 묵을 때 강추하는 곳. (409쪽)


 저자는 '여행은 슬로비디오처럼 해야 한다'고 말을 한다. 제한된 일정이라고 해도 그 기간 동안에는 천천히 둘러봐야 하고, 현지인이나 여행자들에게도 다가가 인사 나누고 말을 걸어봐야 한다는데, 이 말에 참 공감한다. 프랑스 와인의 산지를 여행하면서 그 와인과 어울리는 그 지역의 향토 음식을 먹어보라는 저자의 말은 정말 떨쳐버리기 힘든 유혹이다. 이럴 때마다 당장 사표를 던지고 싶어지지만, 그냥 큰 호흡으로 마음을 다잡는다. 지금은 그냥 나의 여행 스케줄대로 밀고 가면서 찬찬히 이런 테마여행을 계획해 봐야겠다.
와인 마니아들에겐 아주 유용한 책일 듯하고, 앞으로 여행기 비슷한 책을 한번 써보고자 하는 분에게는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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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5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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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인으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 2006년)을 수상한 오르한 파묵! 그의 첫 소설이라는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1권을 읽었습니다. 민음사에서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 강연록인 『소설과 소설가』와 이 책이 거의 동시에 출간되었는데, 어떤 책을 먼저 읽을까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첫 작품을 알아야 그의 작품세계에 좀 더 쉽게 접근할 듯 하여 이 책을 손에 잡았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파묵 작품의 특성인 탄탄하고 긴 호흡의 문학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책이군요. 이렇게 적고 보니 긴 호흡의 의미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파묵의 책 속에선 시간이 아주 천천히, 서서히 흐르지요. 다르게 표현하면 지루하고 재미없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 사실은 이것이 바로 파묵 소설의 묘미가 아닐까 합니다. 느리디 느린 진중함으로 인간의 정체성을 담담하게 통찰해 나가는데 이게 묘하게 독자를 흔들어 놓습니다. 일종의 내러티브 형식(narrative style)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꼭 뭔가 터질 듯 터질 듯 하면서도 끝까지 절제하는 치밀함에 허탈해 하는 독자가 있기도 하고 동화되는 독자도 있는 거지요.

 

출판사에서는 이 작품을 두고 "파묵 문학 세계의 시발점을 알려 주는 신호탄 같은 작품"이라고 하는군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실 이 이후의 작품인 <고요한 집>이나 <하얀 성>, <새로운 인생>, <순수 박물관>에서도 같은 얼개로 짜나간다는 느낌입니다. '젊은 날의 열정과 갈등'이 전반에 깔리면 '새로운 인생'과 '현실의 장벽'이 화자의 심연에 파문을 일으키고, 곧 이어 <연민과 관조>로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지요. 그러고 보면 파묵의 초기작품에는 할아버지, 아들, 손자로 이어지는 3대의 가족연대기를 통해 시대 정서의 변화를 보여 줄려는 경향이 있었군요. 이 책 보다 먼저 우리에게 소개된 <고요한 집>도 이런 구조였지요. 소설가들이 처음엔 자신의 경험을 모티브로 삼아 글을 쓰는 경향이 있다는데, 파묵도 자신의 집안 이야기를 차용하여 터키의 전통적 가족환경과 고뇌하는 젊음,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찾아가는 플롯을 보여주는군요. 어쨌든 <고요한 집>과 같은 선상에 있는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책 뒤표지를 보니 "나의 모든 소설은 이전에 발표한 소설 속에서 태어난다.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에 나오는 젊은이들에게서 『고요한 집』이 탄생했고, 『고요한 집』에 나오는 파룩에게서 『하얀 성』이 나왔다."고 소개하고 있네요. 그러고 보면 제가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소설은 1부 프롤로그 - 2부 - 3부 에필로그로 비교적 간단한 구성이며, 각각 30여 년의 격차를 두고 풀어나갑니다. 1권에서는 자수성가한 상인 제브데트 씨가 결혼하기까지의 일상(1부 프롤로그)과, 그의 두 아들(오스만, 레피크)과 아들의 친구들, 특히 둘째아들 레피크 친구들인 외메르와 무히틴의 이상과 방황을 그리고 있지요(2부 총 62장 중 31장). 현대판 파티흐(Fatih 터키어로 정복자) 정도는 되어야한다는 야망을 가진 외메르, 아버지의 사업을 형과 함께 이어받지만 자신의 삶에 대해 방황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레피크, 좋은 시인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의지와 강단이 약한 무히틴이라는 큰 캐릭터가 중심주제가 되고, 그 주변에 여러 군상들이 별개의 내러티브인 듯 하면서도 어우러져 큰 강물처럼 시간이 흐르는군요.
1900년대 초반과 1930대 중반의 터키(오스만 튀르크)가 시대 배경인데, 이때가 사실 터키의 격변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터키의 역사를 한번 알아보는 것도 좋을 꺼라 생각해 봅니다. 현재의 터키는 한때 서아시아 전체를 평정한 오스만 튀르크제국의 후손이며 이슬람권국가의 종주국이었지요. 자부심이 대단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점점 쇠약해져 1차 세계대전(1910) 때 독일과 손을 잡았다가 결국 1922년 오스만 왕조는 혁명으로 물러나고 터키공화국이 생겨나게 되지요. 소설은 바로 이런 혼란기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젊은이들은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겠지요. 소설의 아주 좋은 무대가 되는 셈이지요. (기본적 내용은 출판사의 리뷰에 워낙 잘 요약되어 있으므로 그걸 참고하시면 될 겁니다.)

 

푸아트 씨는 양 손을 눈 옆으로 가져가 눈가리개처럼 만들었다.
"자네 형제는 이 사이로 보이는 것 말고 다른 건 못 보고 있어. 인생이 이런 건가? 인생이 뭔가? 살아가고 지켜보고 그렇게 보내는 것……. 인생은 형형색색이야! 그래, 자네 생각에는 뭔가?" (76쪽)

 

인간에게는 두 개의 삶과 두 개의 영혼이 있어야 해. 하나의 삶으로는 사업을 하고, 다른 삶으로는 즐겨야 해! 이 둘을 섞지 않고 살아야 해! 이 둘은 서로를 서로 도와줘야 하고, 서로 걸림돌이 돼서는 안돼. 그래, 그래야만 해! 내 인생도 이렇게 돼야 해! 나는 살아 갈거야! (151쪽)


아직 읽지 않은 2권의 목차를 보니 2부의 나머지 부분과 절반과 1970년대의 손자 이야기가 전개될 모양입니다. 소설이란 게 삶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를 알 수 있게 해 준다지요. "인생이 뭐냐고? 정말 쓸데없는 질문이야!"는 제브데트 씨와, "난 평범한 삶을 원하지 않아!"라며 방황하는 그의 아들 레피크. 이들의 사고(思考)와 도덕적 가치관은 우리네 세대의 갈등과 그렇게 다른 모습이 아니군요. 성장이라는 것이 "부모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이라고 했나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갈등을 거쳐 온 기성세대에겐 아련함 같은 걸 주고, 청년들에게는 자신의 삶을 유추할 수 있는 책이라 여겨집니다. 이제 2권을 읽어야 하는데, 일단 한 템포 쉬렵니다. 연속적으로 읽기엔 음미하면서 읽어야 할 긴 호흡의 소설이구, 그렇게 긴장감이 도는 책이 아니라서 생각 좀 하고나서 2권을 잡으렵니다.

 

레피크는 눈에 빛이 익숙해지도록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 모든 것을 감싸는 깨끗하고 넓고 반짝이는 하늘, 푸르고 잠잠하고 깊은 하늘이 있었다. '난 어쩌면 저것 때문에 여기 왔는지도 몰라. 산산이 부서져서 내 머릿속에 흐트러져 있는 뭔가를 저 빛, 저 하늘이 합치시켜줘서 내가 편안하고 평온하게 느끼는 것 같아. 평온함!' (459쪽)
…… 중략……
"이 빛, 이 움직임! 그런데 나는 뭘 하고 있지?"
레피크는 중얼거렸다. 그의 의식은 강건했고, 모든게 제자리를 찾아 평온했다. 하지만 깊은 곳에서, 더 깊은 곳에서 뭔가 꿈틀거렸고, 여기서 벗어나려면 다른 것, 어쩌면 절대 찾을 수 없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4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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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향 세트 - 전2권 암향
비연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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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매화를 정말 좋아한다. 시골집 작은 창을 열면 눈앞에 펼쳐지는 하얀 매화. 이제 그 집은 추억의 시간 속에 존재하지만 은은한 달빛 품은 매화의 그윽함은 언제나 마음속에 있다. <암향 暗香>! 이 제목을 보는 순간 매화와 관련된 소설임을 바로 알아챈다. 매화의 향기를 수식하는 말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매화는 밤을 좋아한다. 암향부동(暗香浮動)이라. 어두운 밤, 하얀 매화의 담백한 아름다움에 더한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면 마음은 맑아지고 가벼워진다. 사실 매화의 향기는 그렇게 강한 편이 아니다. 주위가 조용해지고 마음이 가라앉는 밤이라야 그 은은함이 특별한 운치로 가슴에 들어온다. 그래서 매향은 으스름한 달빛과 잘 어울리고 이를 암향이라 한다.


책을 펼치니 바로 마음이 끌려들어가고, 유려하고 섬세한 필력이라는 느낌이 먼저 자리 잡는다. 시대적 배경은 마치 여진족에게 쫓겨 남쪽으로 내려간 송나라(남송)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백 년간 전쟁 중인 두 나라, 순(順)과 조(趙). 망해가는 순나라는 대대로 충성을 보이며 북쪽의 야만족 조나라 침공을 막아내던 대장군을 역모로 몰아 죽이고, 황녀 하문예아를 야차 같은 살인귀로 알려진 조나라의 예친왕 아수청라사륜에게 정략적으로 시집보내게 된다. 천한 오랑캐라 무시하는 조나라로 간 황녀의 앞날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마치 무협만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대장군은 죽기 직전 황녀에게 안배가 있음을 알리면서 때가 올 때까지 살아남는 일에만 몰두하라고 당부하는데…….

 

숲.
흐린 하늘 아래 검은 숲이 보였다. 검다. 온통 검다. 대청도 검고 복도도 검고 나무도 검다. 뒤틀리고 꿈틀거리는 거친 나무줄기로 이뤄진 검은 숲. 어디를 둘러봐도 초록 잎사귀 하나 없는 검은 나무들이 뒤엉켜 있는 검은 숲만 보였다.
아니다. 숲이 아니라 흑해다. 검고 검은 흑해. 이리저리 얽혀있는 검은 나뭇가지가 흑해의 파도가 되어서 밀려왔다. 쏴아아 밀려오는 검은 파도 위로 새하얀 함박눈이 쏟아져 내렸다. 세상을 온통 뒤덮을 기세로 내리는 하얀 눈 사이로 검은 나무줄기만이 선명하게 도드라졌다.
공 空이다.
점차 세상이 희미해져 갔다. 검은 파도 위를 스치는 바람 소리만 들렸다. 흑백으로 이뤄진 세상은 너무나도 고요해서 눈 내리는 소리마저 들리는 것 같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세상이 투명하게 비워졌다.

… 중략 …
홀린 듯 숲을 바라보는 예아의 귀에 딸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인가 싶어서 되돌아본 시선의 끝자락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1권 89~90쪽)


아~ 참 마음에 드는 문장이다. 겨울산행을 하면서 느낀 그 감정이 살아 오른다. 황녀 예문은 그렇게 예친왕 사륜을 만난다. 물론 숲은 매화 숲이다. 수묵화를 떠올릴 정도의 검은 매화가 제목으로 나설 정도면 심상치 않은 무언가를 내포하고 있다는 뜻이다. 차가운 추위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피어오르는 생명력, 혹독한 환경에도 꺾이지 않는 고귀한 성품이 그윽한 매화의 향기가 되어 은은하게 글 속에서 떠오른다.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사륜, 암향부동이다…. 이후로는 조나라 황실의 왕통승계를 노리는 두 왕비(현비, 조비)와의 궁중암투에 고전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현비가 초원의 싱그러움과 함께 거친 폭력성을 지니고 있다면, 수비는 알록달록한 색으로 채색된 독버섯 같은 여인이다. 이들은 사륜의 힘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면서도 끊임없이 예아를 무너트리려 한다. 그런데 자신을 해칠 것만 같은 사륜이 의외로 강인하면서도 따스한 남편이네. 어떤 연유가 있었던 것일까? (이건 독자의 몫으로 남겨둬야겠다)


비연(飛蓮)! 전작 <기란>이 10만 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steady seller :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많이 팔리는 책)이라는데 솔직히 처음 듣는 작가다. 아마도 이쪽 갈래에서는 상당히 유명하신 분인가 보다. 책의 소개를 보니 <기란>이나 <암향>이나 동양판타지로맨스소설이라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판타지의 개념이 어떠한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이 소설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하겠다. 마치 먹의 농담과 여백을 잘 살린 수묵화를 보는 듯한 사륜과 예하의 만남과 사랑이 가슴을 사로잡지만, 기대했던 큰 전투와 지략 싸움 같은 긴장감(클라이맥스)이 없이 그저 달달하고 무난한 전개가 불만스럽다. <암향>의 특성을 단적으로 설명한다면 이 책의 출판사 '파란미디어'가 출간하여 드라마화 하였거나 만들고 있는 <해를 품은 달>,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비차> 등과 유사한 러브스토리라고 보면 얼추 비슷하지 않을까. 과거에 여중고생에게 인기 높았던 하이틴 로맨스나 할리퀸 문고, 순정만화를 성인용으로 업그레이드한 소설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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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철학하기 - 낯익은 세상을 낯설게 바꾸는 101가지 철학 체험
로제 폴 드르와 지음, 박언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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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학문은 참 설명하기 힘든 추상성이 있다. 보통 사람의 생각 있는 말은 개똥철학이 되고, 인지도 있는 사람의 개똥같은 허접한 말은 뭔가 있어 보이는 철학의 반열에 오르기도 한다. 잠시 철학이란 단어로 서핑을 해 보니 역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에서 개념이 잡힌다. 인용해 보면, 소크라테스 및 플라톤은 철학을 단순한 “지식의 전달” 내지 “지식의 과시”로 보는 소피스트들과는 달리 철학을 참다운 앎을 얻기 위한 노력으로 정의하였으며, 이를 얻기 위해 대화를 통한 비판적 자기 검토를 통해 올바른 실천적 행위를 중요시했다고 나온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러 인간 바깥의 자연세계 및 우주에 대한 이론적 앎, 그리고 인간의 올바른 행위를 다루는 실천적 앎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이렇게 적어 봐도 '철학은 이런 것이다'라고 딱 와 닿은 것은 아니지만, 대략 철학이란 '왜 사는가.'와 같은 원천적인 문제를 짚어보는 학문이라고 어림짐작은 된다.

 

이렇게 철학의 개념이 언제나 확실히 정립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 무엇보다 한창 생각하고 배울 시간에 소크라테스니 플라톤이니 철학의 이론적 접근만 했을 뿐 구체적으로 사유(思惟)의 시간을 가진 적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늘상 시험용 영어문법만 배우다보니 정작 외국인 만나 말 한마디 못하는 거와 같은…. 그래서 회화를 중시하는 실천적 영어교육이 도입되는 것처럼, 철학도 언어가 아닌 '체험'으로 느끼게 하는(배우는 것이 아니라 몸에 배이게 하는) 책들을 근자에 많이 보게 된다. 체험은 생각의 바탕에 자신만의 형상을 만들고, 이것이 정립되어지는 과정에서 창조적 사유가 이루어지고 이는 곧 자신만의 철학이나 예술로 승화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에 읽은 《일상에서 철학하기 : 101 Experience de philosophie quotidienne》는 이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문자화되어 고리타분하고 잠만 오는 철학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행동하고 생각함으로써 사유를 체화(體化)하도록 유도하는 책이다.

 

철학은 이론이 아니라 활동이다! (비트겐슈타인)

 

저자 '로제 폴 드르와'는 마음이 마치 개구쟁이 같은가 보다. 이 책에 제시하는 101가지의 철학 체험이 공부라기보다는, 일종의 엉뚱하고 이상한 '웃기는 짬뽕' 같은 놀이에 가깝다. 목차만 봐도 이 책이 얼마나 흥미로운 책인지 바로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낱말의 의미에 구멍 내기(일상용어라는 그 가느다란 그물 밖으로 빠져나가자마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낯선 존재로 변해 버린다)', '풍경을 그림처럼 접어보기(접히는 세상이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오줌 누면서 물 마시기(돈 한 푼 안들이고 새로운 발견과 경이로움을 얻을 수 있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꼭 실천!)', '상상으로 사과 깎아보기(이거 쉽지 않다. 엄청난 훈련과 특출한 자제력이 필요하다)', '공원묘지에서 달려보기(이건 소싯적에 밤낮으로 해봤는데 정말 시간과 삶, 움직임과 멈춤의 경계가 없어진다)', '우연히 낯선 여인 발견하기(오해받기 십상이지만, 아무 일도 없는 일상이다)', '죽은 새를 무심하게 쳐다보기(오로지 현재만 있다)', 파란색 음식물 찾기(파란색이여, 너의 이름은 수수께끼!)', '순간적인 것을 영원한 것으로 만들기(만약 당신이 누군가의 삶의 한 조각을 기록하려 한다면, 그것은 시간 속에서 아주 작은 삶의 파편을 도려내는 행위임을 기억하라.)' 등이 인상적이었다.

 

 

 

추석 때 고향에 가면서 이 책을 가지고 갔다. 집안 자랑 같지만 이번에 중3 조카 녀석이 서울과학고에 합격을 했다(한국과학영재학교에도 1차 되었는데 부산에 안내려 오려고 해서… 음... 자랑 맞구나.^^...). 요 녀석에게 이 책을 던져주면서 퍼뜩 읽고 내용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고 부담(?)을 좀 줬더랬는데... 반응이 의외로 '자신이 원하던 책이다. 꼭 해보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이러는 거 아닌가. 그래서 현실에서 이런 행동을 실제로 하면 남들이 어떻게 보겠냐? 물었더니 '아마도 4차원 인간' 취급받지 않겠느냐는 말을 하였다. 그래서 '철학은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에서 스스로 느끼는 것'이라고 결론 내려주었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이 책의 독자층이 중학생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어쩌면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즈음에서 읽어줘야 할 책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작은 그릇 속에 많이 담는 용도의 책이 아니라, 많이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을 만드는 게 목적인 책이기 때문이다(이건 딸 아이와의 논쟁에서 아이가 한 말이다). 이래저래 지각(知覺)있는 학생들에게 권장할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꼭 그런 목적을 따지지 않더라도 학습하고 이해해야하는 철학이 아닌, 지쳐가는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유쾌한 철학실천서가 분명하다.

 

덧붙임 : 사실 이 책은 오래 전에 읽은 적이 있다. 찾아보니 2003년에 출간된 《101가지 철학 체험》의 개정판이었다. 그래도 몇몇 내용만 기억날 뿐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새롭고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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