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러브 박스
류다현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1. ★★★★☆
이 책 <프렌치 러브 박스>! 별 4개 반의 아주 괜찮은 로맨스 소설(이하 로설)이다. '연애는 천사의 몫이고 결혼은 악마의 몫'이란 서양 속담에 괜히 고개를 끄덕인다.

 

2. 기억상실!
한국 드라마의 단골소재인 기억상실. 출생의 비밀, 불치병과 어우러져 3대 핵심 소재라 할 수 있는 식상함의 대명사. 여기에 양념으로 불륜, 재벌, 삼각관계, 복잡한 가족사, 교통사고, 혼전임신, 고부갈등, 유학을 버무리면 한국형 드라마가 된다. 너도나도 이런 드라마만 남발하다보니 한마디로 흥미 없고 살짝 짜증이 난다. <프렌치 러브박스>도 주인공의 기억상실로 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처음 책을 펼치자 '뭐야~ 기억상실?' 이런 마음과 함께 책을 던져놓을 뻔했다. 별 다섯이 아니라 4개 반인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이다.

 

PK 그룹의 젊은 CEO 동하는 교통사고로 선택적 기억상실에 걸린다. 그는 그 사고로 사랑하는 연인 진희에 대한 기억만 잃어버린다. 사고 직전, 유학 문제로 동하와 큰 싸움을 한 진희는 동하가 자신에 대한 기억을 완벽하게 잊어버린 것에 충격을 받고, 바르셀로나로 유학을 떠나버린다.

 

3. 괜찮은 소설이다.
한가위 후 밀린 일에 치이다가 잠시 짬을 내어 이 책을 펼쳤다. 맛보기로 조금만 읽고 나중에 읽을 요량이었다. 그런데 책을 놓지 못하고 그냥 내달렸다. 흡입력 있는 얼개가 '기욤 뮈소'의 작품들보다 못한 게 없었다. 로맨스소설의 플롯이란 것이 뻔하지 않은가. 남녀가 사랑하다 헤어지고, 시련을 거쳐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스토리. 그런데 괜찮은 로설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독자들 스스로 주인공으로 감정이입하여 일체화 한다는 건데,  이 <프렌치 러브박스>는 이런 면에서 상당히 성공적이지 싶다. 일단 내 자신이 소설 속으로 몰입하였으니 할 말 없게 되었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기억상실이란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달달하고 아리게 사랑을 엮어 내다니……. 간질간질 외줄 타듯 연(緣)을 이어가는 글 솜씨가 여간 아니다. 짜임이 아주 훌륭하다고 칭찬 안 할 수가 없다. 전체 얼개도 상당하지만, 독자들의 미흡함을 충족시켜주는 쿠키 영상(서비스 컷)같은 외전1,2,3도 참 마음에 들더라. 지적 충만한 언어 선택과 감성적 문장도 괜찮았다.

 

5년 후, 각광받는 젊은 건축가가 된 진희는 동하가 인수한 호텔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 여전히 진희를 기억하지 못하는 동하는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며 그녀의 곁을 맴돌지만, 다시 그에게 상처받게 될까 봐 겁이 난 진희는 동하의 눈빛을 모른 척하는데…


4. 동네 오빠.

러브 스토리 삼각관계의 또 다른 단골, 동네오빠. 이 책을 읽으면서 최근에 종영한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떠올라 씁쓰레하게 웃었다. 재벌급 경영자, 기억상실,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 해피엔딩, 그리고 동네 오빠 다.니.엘……. 미영에게 정말 따스하고 편안함을 주는 사람은 다니엘이건만 미영의 선택은 옴므파탈 '건'이었지. 기억을 잃어버린 동하를 두고 유학을 온 진희, 무너지기 직전의 그녀를 지켜 준 사람은 윤식이다. 윤식은 좋은 남자였고 정답 같은 남자였다. 필요할 때면 언제든 곁에 있어 주는 남자. 그의 애절한 사랑은 그냥 조연으로 묻혀야만 하는 걸까? 왜 여자는 자신을 아프게 하는 남자(동하)를 잊지 못하는 걸까? 혹시 나도 대학시절 그저 동네오빠에 불과했던 건 아닐까? _괜히 찔리고 아프네. 에고고~~~_  '서글프게도 사랑의 감정은 늘 한쪽으로 기울기 마련이었다. 행복은 완벽한 것과는 거리가 머니까…….

 

사랑했던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지만 여전히 진희에게 운명처럼 끌리는 동하.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한순간에 없는 존재가 되고, 그를 버리고 꿈을 좇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진희. 사랑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진희의 마음을 기다려 온 남자 윤식. 세 남녀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 

 

5. 19금?
오웃! 찐한 _손가락 이야기는 뺐으면~ 하는_ 낯 뜨거운 씬이 있다. 이거 참... 므흣하구먼. 뭐 성인이라면야……. _이 글 보고 오잉~~~ 하면서 책 사보는 분 있을까?_ 이런 야설 수준의 적나라한 대목 두엇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문장이긴 하더라. 그래도 아주 조금만 수준을 낮추었으면 한다. 기욤 뮈소는 이런 장면 없어도 대단하더만. 아마도 이것 때문에 낮은 평점을 주는 독자도 있을 거란 혼자 생각 해봤다. ㅎㅎ~

 

6. 프렌치 러브 박스
이 소설에서 두 주인공을 사랑으로 묶어주는 주요한 도구가 되는 프렌치 러브 박스._ 동하가 이 보석함을 _생명과 사랑을 상징하는 심장 모양이다_ 구입하는 과정이 <외전 3>에 자세히 나와 있더라. 이런 식으로 맛깔스럽게 보충 설명을 해주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이건 십자군 전쟁 시절 프랑스 연인들이 주고받던 앤티크 보석함으로, 남자가 열쇠를 가지고 떠나고 여자는 보석함을 지닌다. 열쇠와 보석함이 함께 있는 경우가 드물다는데, 열쇠를 지닌 대부분의 남자는 돌아오지 못했고, 살아 돌아왔더라도 여자가 고무신 거꾸로 신은 경우가 많았단다. 둘 다 있다는 것은 그들이 기다림과 죽음을 이겨내고 다시 만나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거라네……. _일종의 암시가 되는 도구라 하겠다_
  
7. 집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 도구가 '집'이다. 가족의 사랑, 특히 엄마로 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공허함과 우울감이 점철된 동하에게 있어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가족이 함께 사는 집은 자신에 대한 구원이요 모태가 된다. 텅 빈 집에 홀로 있어도 전혀 외로울 것 같지 않은, 그런 집을 동하는 그리워한다. 동하에게 있어 집은 사랑의 메타포이다. 진희 또한 마찬가지. 그녀에게 동하는 돌아가고 싶은 집이다. 하지만 동하의 기억상실은 진희가 돌아갈 수 있는 집의 상실이기도 하다. 그 구체적 매체는 진희 아버지가 설계한 '히아신스 하우스'! 진희의 전부라고 해도 될 공간. 집은 추억의 시간으로 쌓인 그리움의 공간이다. 그의 기억과 그의 시간 속에서 살고픈 사랑. 그녀의 기억과 그녀의 시간 속에서 살고픈 사랑. 히아신스 하우스의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있구나…….

 

인간은 다르기 위해 꿈을 꾸고, 같아지기 위해 사랑하는 존재이다. 202쪽

 

8. 에필로그
이 로설을 보면서 조명훈이나 박인권, 아니면 박봉성이나 조명운의 기업·재벌 만화가 떠오르더라. _ 만화 엄청 봤다는 게 들통 나는구나_ 그리고 한국형 드라마의 전형적 요소를 다 갖춘 작품인지라 언젠가 안방극장에서 다시 볼 수 있으리라 느껴졌다. 어쨌든 기욤 뮈소의 여러 소설 이후 제법 눈을 떼기 못한, 읽을수록 괜찮은 로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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