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하드. 라고 써 놓고보니, 무슨 아이스크림 이름같다.  

요즘 나는 목하 언어공부에 열중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인도네시아 말. 차-암 쉽다. -_-;;; 

문득, 이 나라의 교민 규모가 여타 동남아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독보적일 정도로 큰 것은 아마 이 언어덕분이 아니었을까 싶을만큼 쉬운 언어다. 뭐 물론 깊이 들어가고 고급스러운 언어를 사용하러면 한국어나 영어만큼 어렵고 복잡한 언어이겠지만 일단 단순하게 일상 회화만을 구사하기 위해서라면, 쉽다. 단어만 열심히 외우면 된다. 그나마 외울 단어도 몇개 안된다.  

한국어에 있는 조사가 인니말엔 없다. 영어에 있는 관계사(? Be동사)도 없다. 주격 소유격 목적격 격도 없고 동사 시제 변화도 없다. 내일도 besok이고 모레도 besok이고 미래도 besok이다. 물론 어제도 Kemarin이고 그제도 그렇고 과거도 그렇다. 먹다도 Makan이고, 먹었다도 makan이고 먹을 것이다도 makan 이다. 뭐 이런 헐렁한 언어가 다 있냐, 싶다. 도대체 이런 언어로 회화는 고사하고 문학작품이라는 게 가능한가, 했는데, 웬걸, 인도네시아에는 노벨 문학상 단골 후보로 거론되는 문학의 거장이 계시단다. 헐헐헐... 그러니까 헐렁한 언어라는 건 무식하고 못배운 나의 편견이고, 사실 알고보면 복잡하고 엄격한 체계를 가진 아름다운 언어일시 분명하지만, 어쨌든 일단, 내가 배우고 말하기에는 쉽다는 거.  

이 나라에 오면 영어의 마수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환장하겠는 거지. 

쏼라 쏼라 영어로 떠들어야 하는 일들은 왜 이렇게 많니. 애들 학교부터 시작해서. 오죽하면 국제학교에선 부모의 영어 스피킹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 묻기까지 하더라. 아주 한국 엄마들 악명 높대요. 애만 학교에 맡겨두고 선생 피해다니기로.  

눈물을 머금고. 영어공부 시작. 그나마 레슨비는 저렴하네.  

어쨌든 그래서, 나는 지금 스터디 하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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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님의 토지 2부의 앞부분에 이런 말이 나온다.  

"종이 종을 부리면 식칼로 형문(刑問) 친대더라."
박경리, 『토지』2부 1권, 나남출판, 2002, p. 136 

비슷한 어감의 우리 속담(속설?)로 시집살이를 호되게 한 사람이 매운 시어머니가 된다는 말도 있고.  

내가 앞으로 몇년간 살아가야 할 이 나라는, 300여년을 네델란드의 속국으로 살아왔다. 2차 세계대전 말기에는 일본의 속국이 되었다가, 우리나라가 그랬듯 일본의 패망으로 45년 독립국가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독립기념일은 8월 15일, 이 나라의 독립기념일은 8월 17일이다.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구 대국이고, 한 나라안에 세가지 시간이 있을 정도로 영토도 넓은 편이고 석유, 석탄을 비롯한 부존자원이 풍부하다 못해 엄청난, 아시아 최대의 도시를 수도로 가지고 있는 이 나라는. 

이제 겨우 한달하고 며칠. 이 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나쁘다 좋다 이런 의미가 아니라, 그냥 몹시 이상하다.  

그 중에서도 인구의 15%정도가 된다는 식모(pembantu/kakak), 유모(suster) 계층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도무지. 그리고 그녀들의 태도 또한.  

23살의 우리집 식모 암바르 양은,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참 음전한 사람이다. 순하고 얌전하고 겸손하고 상냥하다. 물론 내가 말을 못하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말도 없고, 우리 아이들을 참 예뻐한다. 오래 이나라에 살았던 다른 분들이 그러더라. 이 나라 사람들이 워낙에 아이를 예뻐하는 천성을 가졌다고. 아이를 잘 본다고.  

그런 그녀, 설거지를 잘 못한다. 우리가 흔히 안남미(안락미, 통일벼)라고 알고 있는 길쭉하고 풀기 없는 쌀로 밥을 지어먹던 그녀, 윤기와 찰기가 넘쳐흐르는 이천쌀로 무려 압력밥솥에서 지은 밥이 가지고 있는 접착력과 응고력에 적응이 안되는 모양, 밥그릇에 늘 으깨진 밥풀이 남은채로 설거지를 마무리 했다. 그래서 어제, 두번째로 그 문제를 지적했다.  

설거지를 마치고 엎어놓은 밥그릇을 들어 보여주며, 이것 보라고. 

당황한 그녀, 내가 두번째 밥그릇까지 들어올리자, sorry와 maaf을 반복하며 두 손을 모아 비비는데 내가 더 놀랐다. 아니 내가 뭘 어쨌게, 소리를 지르기를 했니 화를 내기를 했니, 나는 그저, 너의 설거지하는 방식을 약간 교정해 줄 생각 뿐이었는데, 난 니가 이런 쌀에 적응을 못한다는 걸 이미 이해하고 있는데, 그저 물에 좀 불렸다 설거지를 하면 간단한 문제일 뿐이라고 말해줄 생각이었는데, 아니, 근데, 내가 뭘 어쨌다고 니가 파리로 돌변해서 손을 모아 비비대는 거냐고........ 밥그릇에 밥풀 좀 남기고 설거지 마친게 손을 모아 비빌만큼 큰 죄는 아니거든... 

그 씁쓸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기겁을 하고 그릇을 그냥 놔두고 나와버렸다. 미쳐. 그녀는 내가 화나서 부엌에서 뛰쳐나간 줄 알거다. 환장할 노릇.  

그리고 오늘, 큰 아이 유치원을 알아보느라 암바르 양을 데리고 근처의 영어 유치원으로 향했다. 그 현관앞에 자랑스레 영어와 현지어로 적혀있던 말. 유모는 현관 안으로 들어오지 마시오.  

이 더운 나라에서, 아이의 엄마는 에어컨 빵빵 나오는 로비에서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유모는 땀을 뻘뻘 흘리며 현관 밖에 붙어서서 로비의 CCTV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자기가 맡은 아이가 들어간 수업이 언제쯤 끝나나를 기다리며. 도대체 왜? 유모나 식모는 왜 현관에 들어오면 안된다는 걸까? 영어 유치원이지만 그 유치원의 소유자는 분명 현지인이고, 대부분의 선생님이 다들 현지인들이건만. 

유치원 견학을 마치고 같이 간 아이 친구 엄마와 함께 유치원 근처 키즈까페로 갔다. 한국의 키즈 까페와 별반 달라보이지 않으면서 값까지 싸서 여기 좋다~ 이러며 감탄하며 놀다 화장실 가는 길에 발견한 장소. 화장실 문 앞에, 그 까페와는 어울리지 않는 싸구려 의자가 놓인 좁은 공간. 그 위에 달린 팻말엔 유모 라고 쓰여 있었다. 그러니까, 유모는 키즈 까페의 테이블에 앉지도 말고, 유모 전용 좌석 거기에 앉으라는 이야기.  

도대체가 이쯤되면, 이건 정말 미친거 아니냐고. 식모 유모가 무슨 불가촉천민 계급에서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이 나라는 당연히 힌두교의 나라도 아니고, 전 세계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다는 나라고, 한 테이블에 앉지도 말아야 할 유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건 또 뭐냐구. 유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사람도 이 나라 사람이고(물론 나같은 외국인도 많고.) 그 키즈 까페의 주인도 현지인일텐데, 서빙하는 직원도 모두 현지인들인데.

이쯤되면 눈이 핑핑 돌아가는 거다. 이건 뭐랄까,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느끼는 회의감이랄까. 350여년의 식민기간에 인간이 인간에게 급을 매기고 천민과 귀족으로 나누는 일을 겪으면서 그들도 참 싫었을텐데, 이젠 타성에 젖어 아무렇지도 않은건지. 유모와 식모에 대한 박대(? 학대?)는 잔인할만큼 명료한데가 있다.  

그래서 그 구절이 생각났다.  

종이 종을 부리면 식칼로 형문을 친다더라, 라는 말이.  

형문(刑問)은 정강이 뼈를 막대로 내리치며 죄인을 취조하는 일을 말한다. 이게, 종이었던 사람이 종을 부리게 되면 막대가 아닌 식칼로 정강이뼈를 내리칠만큼 악독해진다는데, 

그게 사람의 본성인 걸까. 

아,  

여긴 참.  

이상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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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2010-06-25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깜깜하네요.
우리나라도 해방 못했음, 저러구 있지 않나 싶네요. 에공.
(잘해주세요.)

아시마 2010-06-28 11:05   좋아요 0 | URL
흠... 여기 3개월여 살면서 이 나라 사람들과 접하면서 생각하는 건요, 민족성이라는 게 정말 존재하는구나, 하는 거예요. 물론 300년이라는 길고 긴 식민통치가 민족성이라는 것 자체를 바꿔놓았을 수도... 라는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요. 그래도 민족성이라는 걸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어요.
 

2월 - 아마도 10권? 

1 일

 

 

 

 

 

 

 

2일 

 

 

 

 

 

 

 

 3일 

 

 

 

 

 

 

 

4일 

 

 

 

 

 

 

 

5일 

  

 

 

 

 

 

 

 

6일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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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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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는 2003년 동인문학상을 받은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로 나와 인연을 맺었다. 그러고보면 나도 참 희한하게 집요한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성석제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음, 글 잘쓴다는 건 인정. 잘 쓴다, 재미있다 라는 것과 좋아한다는 건 별개의 문제) 황만근 이후로 나온 책을 꾸준히 잘도, 열심히도 사다 날랐고 신간이 나올때마다 참 열심히도 읽었다는 거. 아니 도대체 왜? 심지어는 이전에 나온 책들까지 모두 사다 모아서 성석제 책을 거의 다 콜렉션 했다. 아놔... 왜 그랬냐고. 나 별로 안좋아했다니까, 성석제.  

이 사람, 음식이야기 참 잘한다. 그것도 맛깔나게 잘 한다. 성석제의 음식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가끔 이 사람 만나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이것도 내가, 음식 이야기라면 뭐가됐건 누가 됐건 덮어놓고 좋아하기 때문이지, 굳이 성석제라서는 아니었다. 난 사실 그간 성석제식 글쓰기와 말하기, 성석제식 농담에 익숙하지 않았던가보다. 

그렇지만 확실히 성석제의 글은 유쾌하고 잘 읽힌다. 기분이 꿀꿀할 때면 기분전환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이 책을, 성석제 콜렉션 중 읽지 않은 몇 권 중 하나인 이 책을 꺼내 읽었다.  

그리고,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굴렀다.  

사실 내가 성석제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그렇게도 열심히 사다 모으고 읽어댔던 건, 사촌 언니 부부 탓이 크다. 그 부부는 2003년 황만근 시절부터 성석제의 광팬이 되어 나를 만날때마다 열렬하게 성석제 찬양을 하곤했다. 그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성석제라나. 그래서 오기가 발동했던 것 같다. 아니 뭐가 그렇게 좋아서? 어디가 그렇게 재미있어서? 난 도무지 싶던데? 그런 생각이 이 책 한권으로 날아갔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성석제의 농담에 98.76% 싱크로 성공한 것 같고, 성석제 찬양에 입에 침이 마르다못해 입가에 침버캐가 끼던 사촌언니 부부의 감탄에 완전 공감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쩌면 나도 그들과 함께 성석제 찬양 찬동 우상화 작업에 침버캐를 앞세워 나설지도 모르겠다. (훗, 이게 성석제식 글쓰기인거다.) 

성석제의 책이 재미있으려면 일단은 약간 성석제화 되어야 한다. 이 성석제 化 라는 건 도무지 말로는 설명이 안되고, 자신이 겪어봐야 이해가 되는 건데, 세상과 사물과 사건을 보는 눈이 성석제와 겹쳐지는 것을 느끼는 어느 순간이 오면 알게된다. 아, 내가 드디어 성석제 화 되었구나. 그리고 그 성석제의 눈과 싱크로 된 눈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이 특별히 재미있는 건 모르겠지만 성석제의 글들이 미친듯이 재미있는 거다.  

그래, 이 험한 세상 그렇게 무겁게 무게잡고 살 거 뭐 있나, 농담하듯 재미있게 흘러가며 사는 거지.  

당분간은 성석제 주간이 될 것 같다. 이 작가, 이렇게 재미있는 작가였구나.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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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치 체포록>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한시치 체포록 - 에도의 명탐정 한시치의 기이한 사건기록부
오카모토 기도 지음, 추지나 옮김 / 책세상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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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는 "풍풍 누나"라는 이름으로 불린적이 있다. 아마 내가 초등 고학년쯤 되었을 때였지 싶은데, 그 시기 평일 오전 TV에서 방영하던 유아 프로에 <풍풍 임금님>이 등장해 유아들에게 세상의 온갖 이야기를 그야말로 풍풍 해 주며 인기 몰이를 하고 있었다. 나의 풍풍 누나라는 별명은 사촌 동생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었다. 2-3주에 한번, 길면 한달에 한번쯤 만나 서로의 집에서 자곤 했던 외사촌 동생 둘과 내 친동생 하나를 청취자로 나는 세상의 온갖 이야기를 잡탕으로 뒤섞어서 주저리 주저리 풀어놓곤 했다. 그것도 만날때마다 시리즈로 이어가며. 그 시기의 내가 창작(아니, 짜깁기) 했던 이야기로 기억나는 것 중 하나는 <남십자성의 비밀>이라는 거창한 제목을 가진, 흡혈귀 이야기였다. 한참 피며 귀신이며 모험에 열중하던 시절이었다. 흡혈귀가 된 주인공을 사람으로 바꿔놓기 위해서 피를 완전히 빼고 새로운 피를 교차 수혈한다는 황당한 발상에, 한방울이 남아서 사람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어이없는 설정에도 동생들은 열광했다. 여기서 남십자성은 남반구에서 관측되는 그 별이 아니라 말 그대로 남쪽의 십자모양 성(城)되시겠다. 물론 흡혈박쥐들의 본거지였다.

나는 단연 이야기 달인의 자리로 뛰어올랐고, 동생들은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 줄거냐고 졸라댔다. 때로는 10살 이쪽저쪽의 아이들이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듣느라 새벽이 이울도록 잠도 안자고 있다가 무섭다며 안방으로 뛰어가기도 했다.   

모든 것은, 전설의 짜집기였건만.  

근 1년이 넘게 사촌들 위에 군림하게 만들었던 그 풍풍 누나의 비밀 보따리는 전설의 고향과 초등학교앞에 떠돌던 말도 안되는 해적판 괴담집이었다. 그땐 그런거 많았다. 중국 귀신 전설, 일본 귀신 전설, 학교 귀신 전설 등등등. 최근에 읽고 들은 무서운 이야기들은 생각도 나지 않는데, 그야말로 돌아서면 까먹는데 어릴때 전설의 고향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봤던 "내 다리 내 놔"를 비롯한 전설과 괴담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살아남아 내 상상력의 바탕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끊임없이 변주된다. 그건, 일종의 씨앗 같은 거다. 지금 당장 먹을 수 있는 열매가 아닌 씨앗. 복숭아씨나 사과 씨앗 같은. 그것을 심고 가꾸어 그것에서 비롯된 무언가를 만들어 섭취하게 하는 것. 그 자체로는 먹을 수도 없고, 먹을 것도 별로 없고, 먹어본들 맛도 없지만, 그것이 없이는 결과물도 없는 그런 것.

이 책 한시치 체포록도 일종의 씨앗같은 책이다.  

처음엔 셜록 홈즈 시리즈의 번안 소설로 기획되었던 이 책은, 결국 번안물이 아닌 순수 창작물이 되기는 했으나 태생적 한계랄까, 그런 것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번안물의 냄새가 난다고 해야하나. 번안물이 아닌데도. 인물들은 평면적이고(에도시대 인물들의 특징인가) 전형적이며 악당은 악당으로서 공통점을 가지고, 선인은 선인으로서 공통점을 가지고, 각각의 사건 역시도 비슷한 유형을 띤다. 괴담처럼 보이지만, 결국 괴담은 단 한편도 없이 모두가 인간의 소행이라는 점도 그 소행이 밝혀지는 과정이 박진감 넘치기 보다는 그냥, 음, 담담해서 별로 재미가 없다. 게다가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세련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게 만드는 건, 우직하게 촌스러운데서 오는 매력이랄까. 온갖 산해진미와 눈같이 보얀 쌀밥에 질린 사람이 깡보리밥집을 찾아가는 것과 비슷한 심리?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상상을 했다.  

이 책 자체로는 크게 재미가 없는데, 분명 무언가를 자극하는 부분은 있다. 이 이야기의 이 부분을 이리 비틀고 여기는 저렇게 꼬고, 여기는 잘라버리고 새로운 인물을 추가하고, 이런 사건을 추가하면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은, 그래서 하나의 이야기에서 수많은 다른 이야기를 파생시킬 수 있을 것 같은, 힘찬 이야기다. 기교없이 우직하고 세련되지 못하게 밀고 나가는 서술이 가진 힘이라고 할까.  

표지를 보고는, 뭔가 엄청나게 재미있는 괴담을 기대하고 펼쳤다가... 화나서 별 하나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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