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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어글리
콘스턴스 브리스코 지음, 전미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나는 사실, 그 숱한 용서와 화해의 감동 드라마들이 불편하다. 지독한 일들의 끝에서도 주인공들은 악한을 쉽게도 용서한다. 자신의 인생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사람에 대한 용서가 그렇게도 쉽다는 건, 뒤끝길고 질긴 나로서는 도무지. 흠. 

어릴때도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동화인 <소공녀>에서도 가장 마음에 든 건 그 장면이었다.  

"제가 왜 선생님과 같이 가지 않는지 잘 아실 거예요. 너무나 잘 아실 거예요."
<세라이야기>,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시공주니어, 2004, p.291 

정말이지, 어린아이를 독자층으로 하는 동화답지 않은 통쾌한 장면이었다. 이 동화 소공녀에서는 수없이 많은, 사랑스러운 장면들이 있고 그 장면들을 나는 좋아하지만, 그래도 이 동화를 독특하게 만들어 주는 건 바로 저 구절이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에도 소공녀의 바로 저 구절과 비슷한 구절이 나온다.  

"앞으로 평생 동안, 엄마하고 두 번 다시 말을 섞지 않겠다고 했어요. 엄마한테 감사할 일이 아무 것도 없으니까."
p. 428 

 
이 책의 희망메시지는, 저자 콘스턴스, 즉 클레어가 대학을 가고, 영국 최초의 여성 판사가 되었고 그런 사실들이 아니다. 이 책이 우리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건, 그녀가 그녀를 학대했던 장본인에 대해 저런 말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 그 자체다. 
 

자신에 대한 학대가 부당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학대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그녀는 묻는다. 나는 원래 학대받을 만한 아이였다고 자학하는 대신, 엄마에게 억지 이유를 붙여주며 이해하고 용서하려는 노력을 하는 대신, "내가 뭘 잘못했나요, 엄마? 말해 줄 수 있어요?" 라고. 그리고 덧붙여 말한다. "알고 있어요? 엄마 같은 사람은 아이를 낳으면 안 되었던 거예요." 라고.  

비슷한 유형의 아동학대 수기로 데이브 펠처가 쓴 <어둠의 아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캘리포니아 역사상 가장 심각한 아동학대의 희생자였다고 하고, 그 아동학대의 후유증으로 심각한 정신적 장애를 겪게된다. 물론 학대의 내용 또한 클레어의 그것보다도 훨씬 심각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데이브는 "왜?" 라고 묻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서 분노하지도 못했다. 그저 자기 자신을 미워하고 자신에 대해 분노했다. 그는 자신의 학대받은 과거를 극복하지 못하고 첫번째 결혼에서 실패한다.  

두개의 이야기는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흘러간다. 행복하지 못했던 가정, 많은 아이, 그 중의 한명이 타겟이 된 상황에서 나머지 형제들의 겁먹은 외면과 의도적인 따돌림. 비교에서 오는 열등감과 분노의 투사. 친척들의 개입과 반발, 이웃의 개입과 반발. 클레어는 판사가 되고 데이브는 군인이 된다. 군인과 판사. 규율과 규칙 속에 존재하고, 누군가를 심판하는 존재들. 그들의 성장과정이 투사된 듯한 직업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세상에 용서받지 못할 죄는 없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글쎄, 이 책의 역자의 말대로 "세상에는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 일, 용서해서도 안 될 일이 있는지 모른다". (p.434) 아동 학대는 용서가 안되고 용서를 해서도 안되는 일이다. 용서를 바란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 용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더욱 더. 

나를 낳아주고, 피와 유전자를 물려준 사람이니까 용서를 해야 하는 걸까. 고아원에 버리지 않고 길러 주었으니까. 글쎄, 학대를 하는 것보다야 버리는 게 낫지 않았으려나 싶다.  

그녀의, 저자의 그 끈질긴 증오와 미움이 좋았다. "절대로 어머니를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라는 말. 자신이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할만큼 하찮은 생명은 아니었음을 아는 자존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또 한편으로는 그녀의 엄마는 용서 받아서는 안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70 노파가 무슨 상관이람? 부관참시도 시원찮을 마당에.  

끝까지 어머니를 용서하지 않고 미워할 수 있었던 그 단단한 자존감이 현재의 콘스탄스를 만들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그렇게도 무참히 잘라버리고 말살시키고자 했던 콘스탄스의 자존감은 새파랗게 살아남아 자신이 그렇게 하찮고, 어리석고, 못생긴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에게, 특히 자신에게 증명해 낸 것이다. 콘스탄스가 가지고 있었던 희망은 바로 그 자존감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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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2-18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이 되는 부모>에도 아시마님 말씀하신 것처럼 용서하는 것이 결코 치유에 도움이 안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합리화하고 예전의 그 병든 관계가 다시 재생된다고 하네요.

참, <소공녀> 제가 정말 너무 너무 좋아했던 책인데 왜 저 대사들은 그렇게 새삼스럽게 들릴까요? 시공주니어걸로 다시 읽어야 할까요? 저는 파란 계몽사에서 나온 걸로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시마님과 제 독서의 궤적은 너무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정말 신기하고 기쁘네요.

아시마 2010-02-20 12:30   좋아요 0 | URL
오호. 이것도 겹치네요. 저도 파란 계몽사에서 나온 소공녀예요. 전집의 번호 9번. 10번은 소공자였죠. ^^ 1번이 이솝우화집이었고, 2번이 영국 동화집이었죠? 아... 그책 몇년전까지만 해도 친정에 있었는데. 가슴아파요. ㅠ.ㅠ
헌책방 레어아이템이라는 소문만 들었어요. 흑흑.
계몽사에서 나온 책에서는 아마, 저 부분이 빠졌던가 그랬을 거예요. 그리고 민틴선생이 난 널 정말 좋아했다 운운 하자, "그랬나요? 전 몰랐군요." 류의 대답을 하는 장면은 들어갔던듯.

비밀 하나 말씀드리면, 음음, 전 시공주니어판 완역본도 가지고 있고, 웅진주니어판 완역본도 가지고 있어요. 소곤소곤.

2010-02-18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0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2-18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어보고 싶습니다. 불끈! 당장 보관함에 집어 넣어야겠어요.

아시마 2010-02-20 12:3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전 이책 서평단 도서였다지요~ 약올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