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교는, 결혼은 미친짓이다 읽으면서부터 아주 괜찮은 작가로 꼽아두고 있었는데, 이 책과 함께 들어온 장편소설 『아이들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를 먼저 읽고 기함을 했던 터라 이 책도 읽지 않고 그냥 꽂아두기만 했었다. 결혼은 미친짓이다는 정말 괜찮았는데 다음 장편은 영 별로여서. 그러다 아무래도 제목에 끌려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괜찮은 단편 여섯개가 모였다. 이렇게 괜찮은 단편집도 오랜만에 읽는다 싶을 정도로. 한때 이만교와 김영하가 헷갈린적이 있는데 둘다 기발한 발상과 냉소적이면서도 의표를 찌르는 상상력 덕분이었던 것 같다. 차이가 있다면, 김영하는 역설에 능하고 이만교는 의뭉스런 반어에 능하다. 김영하의 문체가 좀 더 쿨하고, 이만교의 문체가 좀 더 유머러스 하달까. 이 소설집은 이만교의 그러한 유머러스한 특징이 무엇보다 잘 살아있다. 발상도 그렇고 문체도 그렇고. 김영하처럼 발상자체가 독특하고 기발하다기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히 보고 겪게되는 수많은 사건들을 조금은 삐딱한 시선으로, 보통의 사람들이 가지게 되는 관점과는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바라봐 주는데서 이 소설집의 소설들은 재미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라는 깨달음이라기 보다는, 이렇게 보면 이렇게도 보이는 구나~ 하는 생각이랄까. 아니면, 나는 알지 못했는 데 이런 면도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랄까. 습관적으로 넘어가버리는 삶의 이면들을 특유의 유머러스 하면서도 아이러니한 문체로 재미나게 엮어낸 소설집. 이만교, 매력을 다시 회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