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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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래도 박학다식한 사람에게 끌리는 것 같다. 동서고금의 인문학적 지식에 능통하고 자신의 논리에 맞는 인용구를 능숙하게 끌어올 줄 알고(비록 그것이 곡학아세가 될 지라도.), 지식의 힘에서만 가능한 세상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사람들.

미셸 트루니에는 (스스로 말하기를)졸라의 제자이고 실제로 가스통 바슐라르의 제자이고 프랑스의 아카데미 공쿠르의 종신회원이며 데뷰작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으로 아카데미 프랑세즈를 수상한 뛰어난 소설가이고. 결혼하지 않았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80대의 남자.

김훈이나 한강 처럼 스스로의 내면에 천착하며 그것에 침잠해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그 영혼을 외부로 펼쳐 외부의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 지.

이 책에서 트루니에는 EXtime라는 개념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 외면의 일기, 라는 말을 설명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일기는 어떤 사물에서 자신이 느끼는 것, 즉 자신의 내면을 중심으로 기록하지만 이 책은 트루니에가 관찰한 모든 것-기상현상, 이웃, 책, 자연, 나무 등-에 대한 짤막짤막한 메모다.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더불어 핍진한 관찰력이 그대로 묻어나고 그 갈피갈피에 그 특유의 박학다식함이 살아 있는 책.

미셸 트루니에, 김화영, 최근 날 열광하게 만드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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