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교육
로맹 가리 지음, 한선예 옮김 / 책세상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전쟁이 나쁜 것은 그 전쟁을 치르고 살아남은 사람들에게조차 인간에 대한 불신을 심어준다는데 있다. 열 네 살박이 폴란드 소년 야네크는 “소중한 것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라고 중얼거리지만 -또 결국은 그렇다는 것이 증명 되지만- 전쟁의 한 가운데에서 부모를 잃어버리고 독일군을 3년 넘게 따라다니며 성적 노리개가 되어야 했던 조시아와 함께 살아가는 동안에 그것을 믿기란 아무래도 힘겨워 보인다.

야네크로 상징되는 음악과 아담 도브란스키로 대표되는 문학.

최초로 독일군을 죽이고 돌아온 열다섯(레지스탕스로 합류한지 1년이 넘었다.) 소년 야네크는 “음악가가 되고 싶었다”는 말을 하며 운다. 전쟁이 빼앗아간 소중한 것들은 음악, 문학 그 자체가 아니라 음악과 문학을 할 수 있는 정신 그 자체여서 나쁘다.

그럼에도 끝내 “소중한 것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서, 폴란드 군 소위가 된 야네크는 아담이 끝내지 못한 《유럽의 교육》을 완결지어 책으로 묶어내고, 군을 제대해 음악을 배우러 떠난다.

인간은 결코 패하지 않는다.
그러나 승리하기 위한 과정이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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