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보이 -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제5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이지민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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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한마디로, 재미있다.
순간순간 치고 나오는 냉소적이라기보다는 그저 쿨한 문체와 이러나 저러나 또라이 같은 인물들. 단 이틀이라는 외형적 시간의 틀 안에 6개월에서 1년쯤의 시간을 때려 넣어 그런대로 잘 엮어놓은 구성. (신인작가의 글답게 그러한 구성은 처음에는 독자를 혼란하게 만들 뿐이지만 뒤로 갈수록 어느 순간부터 안정을 찾는다.) 신선하고 개성적인 인물들과 전혀 의외의 사건과 배경들. 이런 것들을 따라가다 보면 이 소설은 읽는 재미가 쏠쏠한 소설이 된다. 어지간해서는 책을 놓고 싶어지지 않는 것이다.

1930년대의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의 아들로 총독부에 취직하여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으로 독립에 기여한다고 주장하는 남자주인공 이해명과 거짓말을 하고 자신을 포장하기 위하여 독립운동을 하는 탈을 쓰는 여자주인공 조난실은 존재만으로도 흥미롭다. 특히 처음에는 뭔가 대단한 독립운동 단체의 구심점인 것처럼 나오던 조난실의 마지막 반전은 흥미롭다 못해 차라리 식상하다. 뭐야, 결국 그런 거였어, 랄까.

수많은 남자와 연애를 하고, 그 연애를 흥미진진한 것으로 바꾸어 놓기 위해 독립운동에 투신하고(또는 투신하는 척을 하고), 끝내 자신의 거짓말에 자신이 함몰되어 가짜 독립투사가 진짜 독립투사로 바뀌어 버리고, 그런 그녀를 사랑해 뒤 쫓아 다니다 얼떨결에 진짜 독립투사가 될 뻔(이 ‘뻔’이 중요하다.) 하였던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읽을 때는 읽는 재미에 빠져 정신 못 차리고 따라가다 책을 덮는 순간 ‘황당하군-’ 이라고 중얼거리게 만든다.

그 ‘읽는 재미’가 어떤 감동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황당하군-’ 으로 끝나버리게 되는 것은, 이 소설의 주제가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가벼운 재미만을 추구하고 있을 뿐이고, 꽤나 흥미롭고 힘차게 진행되던 그 읽는 재미가 황당할만큼 약하게 끝나버리는 결말로 인하여 순식간이 힘이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말장난을 한참 하고 난 기분이랄까. 그래서, 니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라고 묻고 싶어지는 기분.

소설의 본령은 서사고 서사를 통한 재미라는 점에서 괜찮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글을 쓰고 말을 하는, 무언가를 표출하는 것의 목적이 어떤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하고자 하는 말(주제)이 명확하지 않은 글을 좋은 글이라고 쉽게 말하기도 어려워진다.

차라리 아주 착실한 블랙코메디가 되거나 마지막 반전을 사용한 신파가 되어버렸다면 이보다는 외려 나아질 것 같다. 전형적인 결말이라고 해도. 전형적이지 않은 결말을 써서 전형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보다야 낫지 않을까. (아, 이상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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