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商道 - 전5권 세트 ㅣ 상도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story
소설가 '나'는 바퀴벌레라는 별명을 가진 자동차 업계의 제왕 김기섭 회장과 10년지기의 친분을 나누어 오던 사이다. 그러던 중 1999년 세밑, 김기섭회장은 신차 '이카로스'를 타고 독일의 아우토반을 질주하다 교통사고로 절명하게 되고, 나는 김기섭 회장의 수행비서였던 한기철을 만나 그의 유품을 접하게 된다.
그의 유품이었던 지갑속의 숨겨진 공간에는 "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 :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라는 말이 쓰여진 쪽지가 들어있었고, 그것을 계기로 나는 김기섭 회장이 평생 사숙했던 조선말의 의주상인 임상옥의 생애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임상옥은 3대째 의주상인인 임봉핵의 3남중 장남으로 태어난다. 아버지 임봉핵은 평생 역관이 되고자 노력하였으나 되지 못하고 엄청난 빚을 남기고 죽는다. 그러자 임상옥은 아비에게 빚을 준 홍득주의 집에 들어가 머슴을 살기 시작한다. 임상옥의 상재를 알아본 홍득주는 데리고 있은지 3년만에 임상옥을 연경으로 홍삼장사를 하러 보내고, 그곳의 기루에서 임상옥은 절세미녀 장미령을 만나게 된다. 그녀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임상옥은 자신의 돈 은자 250냥 외에 공금 250냥을 횡령하여 그녀의 몸을 사 그녀를 자유몸으로 해 준다.
의주로 돌아온 임상옥은 자신의 돈은 물론 공금까지 횡령하여 여자의 몸을 산 것이 홍득주의 미움을 받게 되어 의주의 상계에서 파문당하고 만다. (딸만 있었던 홍득주는 임상옥을 자신의 데릴사위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더욱 미워하게 된다. 허나 결국 홍득주는 임상옥의 장인이 된다.) 2년간 장똘뱅이로 떠돌던 임상옥은 두 동생이 돌림병으로 죽는 것을 목격하고 세상에 뜻을 잃어 출가하고 만다.
다시 3년 뒤, 박종일이라는 개성 상인이 임상옥을 찾아오게 되고, 임상옥은 그와 함께 다시 중국 연경으로 넘어가 장미령을 만난다. 임상옥의 은덕으로 몸을 구한 장미령은 광록대부 주병성의 아들을 낳아 그의 정처가 되어 은덕을 갚고자 임상옥에게 5,000냥의 거금을 내어주고 연경의 상권을 보장해 준다.
이어, 다시 개성과 의주지역의 상인이 된 임상옥은 당시 조선의 권력자였던 박종경의 힘을 빌어 인삼독점권을 가지게 되어 조선 제일의 거부가 된다. 그 후, 그는 연경 상인들의 인삼 불매 운동을 스승 석숭스님의 첫번째 경구 "死"로 헤쳐나가고, 홍경래가 자신의 정변에 그를 끌어 들이려 하는 것을 두번째 경구 "鼎"으로 헤쳐나간다. 또한 세번째, 평생 사랑했던 여인 송이와의 염정과 부에의 집착이 가져온 세번째 위기를 "계영배(가득차는 것을 경계하는 술잔)"의 지혜로 헤쳐나간다.
또한, 추사 김정희와 평생의 지기가 되어 교분을 나누며, 김정희는 세번의 위기때마다 임상옥이 석숭스님의 경구를 풀이하는데 큰 도움을 주게 된다.
마지막 "계영배"의 지혜를 깨우쳤을때, 임상옥은 56세였고, 모든 사업을 동지 박종일에게 물려준 채, 은거한다. 송이와도 이별한다.
77세가 되었을 때, 송골매가 자신의 닭을 채어가는 것을 보고, 자신이 쌓아온 부를 흐트러트려야 할 때가 되었음을 안 임상옥은 부채를 모두 탕감해주고, 창고에 쌓였던 재물을 모두 나누어 준 뒤, 재물을 국가에 귀속시킨다. 그해 여름, 천주교도였던 송이가 순교하고, 그해 가을 임상옥도 죽는다.
소설가 "나"가 임상옥의 모든 인생을 추적한 뒤, 김기섭회장의 기념관인 "여수기념관"이 문을 열게 된다.
소설가 최인호의 글솜씨가 물이 올랐다는 느낌이다. 워낙에 문장력이 탄탄하여 신문연재소설을 써도 살아남는 작가이기는 하지만-물론, 상도는 신문 연재소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인상을 조금쯤 찌푸리게 했다-이 소설은 특히 더 그러하다. 현재의 소설가 "나"와 김기섭 회장의 이야기를 스타트로 하여 액자소설의 형태를 취한 것도 특이하고 부분부분 등장하는 사기를 비롯한 유교경전과 불경등의 구절, 유명한 유학자들의 일화등을 통하여 최인호의 박식함을 엿보았다.
MBC TV에서 만든 드라마 [상도]를 아직 한편도 보지 않았는데 다행이다 싶다. 연기자의 얼굴이 소설위로 겹쳐 오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소설을 읽은 것이 먼저여서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이다. 물론 임상옥 역할을 이재룡이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소설을 읽는동안 한번도 이재룡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아 좋았다. 사실 소설 외의 다른 것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흡입력이 꽤나 대단한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