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보급판 문고본) -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틱낫한 지음, 최수민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생각해보면,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몹시 고달픈 일이다. 그것이 부모이든 형제이든 하늘의 도우심으로 나와 아주 잘 맞는 사람과 가족관계를 맺게 된다면 그것은 더 없는 행복이겠으나 그렇지 않은 순간부터 우리의 삶은 괴로움의 연속이 된다. 우리 엄마가 자주 쓰는 말이 있는데, 부부는 인륜이고 부모자식은 천륜이라, 부부관계는 끝장을 내고 돌아서는 순간 남이 될 수 있지만 부자관계는 그럴 수 없으니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끊어 내 버릴 수 없는 관계에 놓인 사람과 맞지 않는다면, 또, 부부관계는 끝장이 났다 해도, 내 아이의 아비, 또는 어미라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 계속 보아야만 한다면 우리는 지옥의 고통에 빠진 나의 삶을 건져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아무리 맞지 않는다 해도 가족은 가족이다. 가족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것은 그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보다 깊이 사랑하고 있고, 깊이 사랑하고 있기에 깊이 상처받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아주 섬세한 테크닉을 요하는 일이다. 나이 먹어가며 우리는 끊임없이 남을 상처주지 않는 방법, 내가 상처받지 않는 방법과 더불어 남과 함께 살아가는 테크닉을 연마해야 한다. 그것이 일종의 사회성 훈련이 아니겠는가.

솔직히, 나는, 나와 맞지 않는 사람, 맞지 않는 사건, 맞지 않는 어떤 물건이나 장소 등등은 필사적으로 피해 가는 편을 택하는 사람이다.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맞춰 가는 것은 너무도 피곤한 일이고, 힘들게 그런 일에 에너지를 쏟아 붓느니 좋아하는 다른 일을 한가지 더 한다 주의다. 나와 잘 맞는 사람, 나와 잘 맞는 일 등등을 할 때는 그다지 특수한 테크닉이 필요하지 않다. 그건 그냥, 내 마음에서 우러나는 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나의 행동의 기반에 애정이 깔려있을 테니까.

그렇지만, 세상은 그다지 만만하지가 않다. 나와 맞지 않지만 피해갈 수 없는 사람이 있게되고-예를 들면, 중고등학교의 담임선생이라든지, 대학동기에 학번까지 붙어있어 끊임없이 같은 분임 토의조에 속하게 되는 친구라든지 직장동료라든지 하는- 나는 죽어라 피해 가는데 상대방이 괜히 나에게 달려와 시비를 건다든지 하는 경우. 사실 후자의 경우는 말할 데 없이 난감하다. 이럴 때 삶은 나름의 테크닉을 요구하게 된다.

틱낫한 스님의 이 책은 그러한 삶의 테크닉 하나를 알려준다. 가슴속에 일어나는 화로 인하여 나 자신을 주체하기 힘들 때에 나를 다독이는 방법, 정말 맞지 않는 사람이지만 피해갈 수 없는 사람일 때에 그 사람을 감싸안고 사랑하며 갈 수 있게 하는 방법 등을 가르친다. 물론 그것 뿐만은 아니다. 이 책은, 내가 왜 화를 내는가에 대한 명상을 하게 하고,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래서 나의 삶을 평화롭고 안온하게 가꿀 수 있도록 돕는다.

가끔 책을 읽다보면 엄마나 언니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 있는데, 이 책이 그렇다.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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