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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자매의 스페인 여행
강인숙 지음 / 삶과꿈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의 책을 읽는 것은 그렇지 않은 책보다 훨씬 재미있게 느껴진다. 특히 그 작가의 개인적인 말투나 취향, 성격 등에 관해 알고 있을 때는 책에서 느껴지는 육성이 더욱 생생하고 선명해 지는 것이다. 이 책은 나의 대학 교수님이자 영인문학관 관장님이신 강선생님의 최근작이다.
강선생님의 수필들은 상당히 재미있다. 선생님 특유의 자분자분한 말솜씨에 다양한 견문과 경험, 지식 등이 더해져 읽다보면 그 해박한 지식과 예리한 통찰에 쉴 새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이 책 『네 자매의 스페인 여행』에서도 선생님의 그러한 글솜씨는 유감없이 드러난다.
이 책에서 재미있는 것은 선생님의 표기 방법이다.
100달러→100불, 스팽글→스팡글, 피카소→삐까소, 게르니카→게르니까, 콩코드 광장→꽁꼬르드 광장 이런 식의 고풍스러운 발음을 그대로 살려 쓴 여행기는 한층 더 맛깔나고 재미있다. (우리 선생님은 고딕을 끝끝내 "꼬직"이라고 발음하신다. ^^) 뿐만이 아니다. 정육점이 아닌 "육고간" 이라는 표현이라든지 하는- 이제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옛날식 표현법들이 가끔 나와서 재미있게 만든다.
하지만 이 책의 가치는 다른 곳에 있다.
우리 선생님은 4개 국어(일본어, 영어, 프랑스어, 한국어)를 하시고, 서양 중세사에 능통하시고, 국문학에 불문학을 부전공 하셨다. 이러한 박식함이 이 책에서는 화려하다 할 만큼 잘 드러난다. 각 지역에 갈 때마다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특색, 가르시아 로르까와 헤밍웨이와 같은 문학가, 이슬람에 대한 지식들이 적절한 곳에서 교차되며 나와, 일견 여행 안내서 같은 느낌을 주는 여타의 다른 기행문들과 구별을 짓는다.
이러한 박식함과, 동행이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네 명의 자매라는 데서 오게 되는 어린 시절의 추억들, 나이 먹은 것에서 오는 삶에 대한 통찰과 빠지지 않는 유머 등등이 이 책을 더욱 아름답게, 따뜻하게 만든다. 읽고 있으면 머리는 꽉 차 오르고, 가슴은 훈훈해져 오는 느낌이랄까.
선생님께서 직접 찍으신 사진들이 칼라로 여러장 삽입되어 있어 볼거리를 더한다.
우리 선생님 책이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참- 아름다운 책이다. 참, 참 많이 아름다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