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효숙의 리넨 + 거즈 DIY - joy of making
배효숙 지음 / 동아일보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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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효숙, joy 라는 이름은 바느질, 그 중에서도 양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유명한 이름이다. 아마 이 바닥(?)에서는 가장 유명한 사람이 아닐까. 사실 그녀는 나를 바느질, 아니 재봉질의 천국같은 지옥, 또는 지옥같은 천국으로 끌어들인 사람이다. 그녀의 의도는 아니었을 지언정.

그 사람의 네번째 책이 나왔다.  

이전의 책들이 실용서, 그야말로 너무너무 실용적인 실용서였다면, 이번 책은 그보다는 약간 에세이쪽으로 기울었다. 책에 실린 작품도 이전의 책에 비하면 그렇게 많지는 않고, 그 작품 하나하나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이전의 책들에 실린 것들보다는 실용 보단 멋 쪽으로 기울었다. 이전의 책들이 배부른 식사였다면 이번 책은 식사 전에 먹는 에피타이저나 식사 후의 디저트 같은 느낌.

그리고 작품 하나하나에 그녀의 일기같기도 한 짤막한 에세이를 붙였다. 특별히 잘 쓴 에세이도 아니고 독특한 에세이도 아닌데 한줄 한줄 곱씹으며 읽게 되는 건, 나도 바느질을 하기 때문일까. 

가끔은, 다른 사람들은 왜, 어떤 이유로 바느질을 시작했을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하고 많은 취미중에 바느질의 세계로 들어온 사람들은, 어떤 연유로 이쪽에 끌려 들었을까. 또는, 처음엔 별 생각 없이 바느질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더라도, 바느질을 지속하고 있는 사람들은 바느질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하나하나 작품을 만들어 낼때마다, 완성된 작품을 볼 때가 아니라, 바느질을 하고 있을때, 무슨 생각을 하면서 바느질을 할까. 왜 할까. 그런 생각.  

이번 책에서 배효숙이 들고 나온 건, 작품이 아닌 소재다. 자연주의가 대세인 요즘 가장 각광받는 소재인 리넨과 거즈. 그리고 이 책의 느낌, 정확히는 이 책에 들어가있는 글줄들은 그 리넨과 거즈의 느낌과 닮았다. 소박하지만 은근히 사치한 느낌. (사실 리넨은 소박할 것 같지만 은근히 비싼 소재다.) 사치라는 게, 돈을 많이 주는 사치가 아니라, 어떤 정신적인 사치라고 해야 하나, 삶에 대한 욕심, 보기 좋은 욕심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바느질 실용서를 찾는 사람보다는, 바느질 그 자체에 위안을 얻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의 위안이 되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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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2 13: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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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2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