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서 그 자체도 좋아하지만, 책 수집에도 열광한다.  그렇다고해서 뭐, 고가의 고서적을 수집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 책 그 자체를 좋아하는 거다.  해서 내가 사는 책들은 내가 읽지 않은 신간 서적과 예전에 재미있게 읽은 책의 비율이 7:3 정도 된다.

역시나, 책을 별로 좋아하지도, 잘 읽지도 않는 남편은, 읽은 책을 왜 사냐고 묻지만,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새로 읽는 기쁨이 얼마나 쏠쏠한데. 

요즘은 이우혁의 퇴마록을 다시 읽고 있다. 

이 책, 한참 인기있을 때 책 대여점에서 열광적으로 빌려봤던 책인데, 이런 저런 사정상 가볍게 읽을 거리들을 많이 마련해두는 게 필요해서 알라딘 중고샵에 나왔을때 냉큼 사뒀다가 읽고 있는데,  

오오, 역시 너무너무 재미있다. 

옛날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은, 책 그자체의 기쁨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내가 이 책을 읽을 무렵의 기분을 되살려준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내가 이 책을 처음 읽던 10대 후반 20대 초반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달까. 책을 읽을때의 감상만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그 시절의 내 생각들 느낌들 이런게 참 애틋한 색채를 가지고 떠오른다.  

그래서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읽는 건, 일종의 과거에 대한 추억이 된다. 

그나저나, 내가 퇴마록을 산 걸 알면, 울 남편은 기절할지도. 

결혼해서 책장에 떡하니 꽂힌 김용의 사조 삼부곡 시리즈를 보더니 이게 뭐냐 묻길래, 영웅문 모르냐고, 영웅문의 정식 완역판이다 했더니, 울 남편 말쌈. 

"난 무협지를 사서 보는 사람은 처음봤다." 그러더군. 

더 중요한 건, 남편이 읽은 몇 안되는 내 책중 한권이 김용의 의천도룡기 1번이라는 거. 그 뒤로는 읽지도 않더라. 아니 어떻게, 1번을 읽었는데 2번을 읽지 않을수가 있지? 울 남편이 책에 관한한 나란 인간이 미스테리 하듯, 나 역시도 책에 관한한 내 남편이 참으로, 참으로, 참으로 미스테리하다. 어떻게 뒷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수가! 신기한지고. 

여튼. 그 유명한 사조삼부곡을 사는 걸로도 어이없어 한 사람인데, 퇴마록 산거 알면 기절할거다. 음하하하하하하... 내 배를 째시오, 남편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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