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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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또 어떻게 바뀔 것인가 먼저 온 미래by 장강명

 

읽은 날 : 2026.6.29.

 

리뷰를 쓰려고 날자를 보니, 어라 오늘이 대한민국에 대통령 직선제를 돌려주던 그 ‘6.29 선언의 그날이다. 당시 민정당(민주정의당)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가 TV에 나와 대통령 직선제를 하겠다고 선언하는 생방송을 실시간으로 봤다. 1987년의 일이고 나는 초등학생, 당시의 대통령은 전두환이었다. 직선제 선언을 왜 대통령이 아닌 일개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했는지를 궁금해했던 기억이 난다.(, 이건 지금도 궁금하다. 고작 일개 정당의 대통령 후보 따위가, 지가 뭐라고.)

 

요즘 올림픽 공원에서 시위 중인 사람들의 슬로건 중에, “전두환도 전라도 사람이 투표하게는 해 줬다는 말이 있다는데, . 대한민국 역사교육이 얼마나 망가졌는가를 보여주는 척도라기 보다는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얼마나 위험한가(또는 우스꽝스러운가)’의 척도가 되어준다. 음음, 전두환은 국민투표로 대통령이 된 적이 없다. 박정희조차 국민투표로 당선된 적이 있는데. 전한길이 저 꼬라지가 났지만 그래도 아직은, 대한민국 근현대사 역사교육의 탓을 하기보다는 개인의 무식 탓을 하고 싶다.

 

하여튼, 역사는 이렇게 크고 작은 마디와 매듭을 전환점 삼아 발전하고 진화한다. 그게 한 개인의 역사이든 한 국가의 역사이든, 인류 전체의 역사이든. 전환점은 전제나 존재한다. 그 당시에는 그게 전환점인지 아무도 깨닫지 못할지라도. 불가역적 변화가 일어나는 지점이 분명 있다.

 

인공지능의 전환점은 20164. 알파고였다(고 나는 알고 있고, 믿고 있다).

 

유추(類推, analogy)라는 개념은 대한민국 국립국어원의 설명대로라면 두 대상의 유사성을 근거로, 한 대상에서 알려진 성질을 다른 대상에도 적용해 미루어 짐작하는 추리 방식이다. 말하자면 이미 아는 사실에 근거하여 모르는 사실을 추측해 미루어 짐작하는수법이다. 인간은 이 유추라는 방법을 통하여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조금씩 더듬어 확인해 나간다.

 

이 책은 바둑계라는 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미친 영향을 근거로, 이후 인간생활의 제반분야에 인공지능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를 유추의 방법으로 탐색한다.

 

20164, 우리 앞에 처음 등장하여 바둑계를 파죽지세의 기세로 무참하게 박살내 버린 인공지능 알파고 리…… 희한하지, 왜 데미스 허사비스를 비롯한 알파고의 개발자가 아니라, 최소한 그들이 설립한 회사 딥마인드 또는 그 딥마인드가 속해있는 구글-회사는 어쨌든 법인法人, 실재하는 인격체는 아니어도 어쨌든 권리와 책임을 가진 인간과 유사한 어떤 존재로 법률이 인정하고 있다-이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 낸 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파죽지세의 기세를 가지고 바둑계를 박살 내었다고 인지하게 되는가. 우리는, 아니 최소한 나는 이미 인공지능에 일종의 개별성과 객체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하여튼. 알파고는 그렇게 바둑계를 바닥에서부터 크게 휘저어 분탕질을 쳐 놓고는 유유히 바둑계를 떠나 뜬금없이 화학계로 넘어가 버렸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2015년과 2016년에 인간 바둑 최고수들을 꺾었다. 같은 회사의 알파폴드는 2018년 칸쿤에서 일련 단백질 구조 예측 능력평가에서 인간과학자들을 압도하는 성과를 내보이며 1위를 차지했다. 알파폴드를 사용한 딥마인드 팀은 가장 어려운 표적 43개 중 25개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했다. 2위를 차지한 인간 과학자팀은 세 개만 예측했다. 2년에 한번 열리던 이 대회는 알파폴드 등장 이후 아예 폐지됐다. 후에 딥마인드 CEO인 데미스 허사비스는 이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받는다.”

(p.111-112)

 

너무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알파고(AlphaGo)’의 고(Go)는 바둑의 영어 이름이다. ‘알파폴드(AlphaFold)’에서 폴드(Fold)는 생물학의 '단백질 접힘(Protein Folding)' 현상에서 따온 말로 인공지능을 통해 단백질이 어떻게 접히고 결합하는지를 분석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노벨상 위원회는 그나마 아직(?) 제정신이어서 노벨 화학상을 알파폴드가 아닌 그 개발자 데미스 허사비스에게 수여하고 있지만(2024년의 일이다.) 내가 체감하는 건 아이고 이 문무겸전의 천재 알파X님이 무려 노벨상을 받으셨네.’ . 이 알파X, 저야 바둑계에서 놀 거 다 놀았고 더는 재미 볼 것도 없을 것 같아 새로운 재미(와 돈벌이)를 찾아 화학계와 신약 개발 사업 분야로 떠나셨으나 정말 회복불가 수준으로 쳐맞아 엉망진창이 된 바둑계의 남아 있는 사람은 어쩌나 싶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유추의 방법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건대, 바둑계가 아닌 다른 분야라고 딱히 다를까 싶다. 이 책에서 작가 장강명은 소설계(또는 문학계)를 주로 이야기 하고 있고 나 역시 가장 관심두는 분야가 거기이긴 한데, 인공지능이 휩쓸고 간 뒤의 바둑계처럼 초토화 된 문학계는 상상하기가 무섭다. ‘어렵다가 아니라 무섭다. 인간계 최고 고수인 이세돌이 은퇴를 선언하듯 문학계 최고 고수 누군가(문학계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바둑계처럼 명확한 랭킹이 매겨지지 않는다만)가 은퇴를 선언하고, 커제처럼 화장실에서 울고 인플루언서 활동을 시작하고…… 나는 누구의 작품을 기다려야 하나.

 

이 리뷰를 쓰면서, 문득 2016년 알파고 등장 직후에 쏟아졌던 인간계 문과석학들의 헛발질이 기억난다. 알파고가 무엇인지(또는 누구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이 모른다는 것 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그분들의 애처로운 헛발질은 신문의 메인 기사 제목을 차지하고 있었다. 비아냥이나 비웃음이 아니다. 지금 나도 그러고 있지 않나. 2018년 한창 블록체인의 암호화폐 기술이 화두가 되었을 때, JTBC에서 편성했던 긴급 토론에서 유시민과 정재승의 토론은 겉으로는 유시민의 승리로 보였으나(토론이란 승패가 있어야 하니까) 그때도 지금도, 둘 다 서로가 서로를 답답해 하기만 했었다. 내가 아는 것에 대한 지식은 있으나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상태의 토론. 이제는 아는 것이 뭔가가 중요한 세상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세상이 된 것 같기도 하다. . 어느 뛰어난 철학자(꼭 인간이 아니어도 된다.)가 튀어나와 마이클 폴라니Michael Polanyi195-60년대에 암묵지tacit knowledge’라는 개념을 설파했듯 암묵맹의 개념과 그 대처방법을 설명하는 날이 올려나.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는 말로 니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하라고 설파했지만, 아니,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모른다니까. . 지금 막 제미나이에게 질문하니 제미나이는 이렇게 답한다. “기술적으로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명확히 인지하는 것'(AI의 메타인지 및 할루시네이션 제어)은 현대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 , 거 봐. AI는 이미 인간보다 훨씬 앞에 있는 걸.

 

과학기술은 후진하지 않는다. 이미 알게 된 것을 다시 무지의 상태로 돌려놓는 것은 치매나 뇌손상에 따른 기억상실등의 병적 영역외에는 불가능하다. AI 기술은 이렇게 앞으로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고 알파X’씨들은 파죽지세의 기세로 인간의 영역을 초토화 시키고 있는데, 인류는 초토화 되는 외에는 이것들을 막을 방법이 없다.

 

어떤 가치는 죽으며, 한번 죽고 나면 되살리지 못한다.

(p.334)

 

작가는 이러한 인공지능의 폭주에 가까운 질주에 대한 대처방법으로 가치가 기술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이야기는 다시 도돌이표다. 가치란 무엇인가부터 인지해야 하고 모두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어떤 가치는 망가진 후에야 존재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바둑의 가치가 그랬다.

 

과학기술이 후진하지 않듯, 인간의 어떤 영역도 불가역성을 가진 부분이 존재한다. 바둑계는 이제 이세돌이 귀환을 선언하고, 커제가 X나 웨이보를 자신의 폰에서 지운다고 해도 회복되지 않는다. 몇천년을 군림하던 인류의 가치 하나가 이렇게 망가져 버렸다. 이 망가짐은 불가역적이다.

 

, 그러면 다시 가치의 이야기로. 인류의 어떤 가치는 암묵맹의 영역 안에 있다. 망가지는 순간에서야 존재했음을 알게 되는 그 어떤 영역에. ‘가치가 기술을 이끌어야 한다라는 말이 허망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2026.6.29. by ashima


p.s. 나는 종교가 없지만, 그래도. 김새섬 그믐 대표가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해주십시오라고 조용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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