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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평점 :
『혼모노』 by 성해나
읽은 날 ; 2025.12.16.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 봉태규가 ‘독서 근육’이라는 말을 하는 걸 얼핏 흘려들었다. 독서도 근육이 필요한 거라 꾸준함이 필요하다고. 공지영이 2009년에 쓴 에세이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에서 ‘마음의 근육’ 이라는 말을 쓴 이후로 여기저기 참 ‘근육’이 애쓰는구나 하면서도 수긍이 되어 웃음이 났다.
간만에 한국 단편소설을 읽었다. 최근에 미친 듯이 탐닉하는 장르는 따로 있어서, 사실 독서가 엉망진창이었다. 음식을 먹어야 신체 근육이 생성되듯 글을 읽어야 독서 근육도 발달하겠지만 때때로 어떤 음식은 근육의 형성을 오히려 방해하듯 어떤 글도 그러하다. 스스로 반성하면서도 ‘길티 플레져’란 본래 끊기가 힘들지 않나. 나의 독서 근육은 형편없이 상해있다는 걸 알아서 이 낯선 작가의 단편을 읽기가 망설여졌는데 성해나라는 이 젊은 작가, 글을 참 잘 쓴다. 근육 따위가 다 뭐야, 중요한 건 글이다.
짧은 호흡을 가진 일곱 편의 단편이 결코 짧지 않은 여운을 남긴다. 기법의 측면에서 소설은 기-승-전-결의 구조가 안정적이고 단정하게 이루어져 경쾌하게 마디를 짓는데, 독자의 감정은 그 이후에 잠시 침묵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작가는 소설 〈스무드〉속의 제프처럼 “의도도 동기도 비밀도 없”(p.71)이 그저 말쑥한 얼굴로 “매끈한 세계”를 그려 내 놓는데, 독자는 갤러리답게 비평할 뿐이다
“구 안쪽에 뭔가 숨겨진 것 같기도 해요.”
성해나, <스무드>, 『혼모노』, 창비, 2025, p.71
라고.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그 구 안쪽에 숨겨진 뭔가가 뭘까. 하고.
오, 이 작가 글 잘 쓰네, 진짜.
2025.12.16 by ashi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