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은 영화나 소설 속에 나오는 극적인 삶보다는 가늘고 평범으로 채색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하품하며 따분해하지만 평범함이야 말로 한 사람의 가치를 명징하게 말해준다. 따분하고 지리멸렬한 삶은, 평소에는 투덜거리지만 유사시에는 그 어떤 스펙터클로 구성된 에피소드보다도 힘이 있다. 감동의 시작점은 일상성 부재에서 시작된다. 그러니 사실은 감동을 위한 공식에는 그 어떤 독창성도 필요없다.
영화 초반은 좀 지루하고 관객의 웃음 코드를 미리 읽고서 배치한 유머가 대다수다. 스토리 라인 역시 새로울 것 없다. 어린이 스키교실을 운영하면서 확실한 주변인이 상황이 필요해서 대표감독으로 임명돼고 오합지졸인 국가대표팀을 부랴부랴 꾸민다. 출전 경력, 이런 거 다 필요없다. 의지의 한국인이면 된다. 미국으로 입양되어 성인이 돼서 엄마를 찾으려고, 반푼이로 아버지조차도 그 존재를 하찮게 무시당한 이, 껄렁이는 약물남용자, 결손 가정의 가장이 모여 불모 영역에 들어가 세상의 관점을 뒤집는다.
이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영화의 결말이 어떤지 모르고 보는 데 막 응원하면서-내 옆에 앉은 사람은 박수도 쳤다-이 영화만은 착하게 끝나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리얼리티가 영화에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었으면, 했다. 영화란 모름지기 이런 희망을 심어줘야하지, 암..하면서.
쉬우면서도 간단한 일은 무시해버리기 쉽다. 아빠가(이 나이 돼도록 아버지라고 부른 적이 없어서 아버지란 말이 잘 안 나온다) 치과치료로 요즘 힘들어하신다. 동생이 낮에 아빠 죽을 사다드리겠다고 전화가 왔다. 오늘 난 마침 시간이 났지만, 동생이 사다드리도록 감시만 했다. 그리고는 엄마, 아빠가 동생을 낳아준 것에 감사했다. 죽집에 들러 죽을 사는 일조차도 나는 안 하고 살면서 영화보고는 눈물을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