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4
J.M.G. 르 클레지오 지음, 김윤진 옮김 / 민음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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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지 않았고, 아마도 다 못 읽을 거 같다. 어쩌다 더운 날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지 시기가 안 좋다. 선선해지면 언젠가 다시 읽어보기로 하고 리뷰라기보다는 잡담 좀 적을까 한다.  

르 클레지오야 올 초, <황금 물고기>로 노벨수상을 해서 떠들석했지만 별 관심이 안 갔다. 노벨상 수상작은 사실 재미는 없다. 문학의 여러 가지 기능 중 제일 재미없는 이념이나 관념에 무게를 두는 게 노벨상의 코드규범이다. 물론 문학의 중요한 역할이 소외된 작은 세계를 다루고 집중해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지만 노벨수상작들은 훌륭하지만 관심과 감정 이입을 불러오는 데는 좀 약하다. 게다가  알랭 로브그예의 <지우개>이후로 현대 프랑스 문학에 대한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잡다한 지극히 주관적인 이런 데이타로 르 클레지오는 전혀 관심 밖이었다. 그러다 얼마 전, 신문에서 르 클레지오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친한국 작가며 그간의 이력이 독특했다. 한국에 머물면서(이대 교환교인가로 있단다) 서울에 관한 환상소설을 구상중이라는 말에 그가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인지 궁금했다.  

<조서>는 그의 첫 작품이고 책 내용 소개를 보니 솔깃했다. 현실 속일 수도 있고 환상일 수도 있는 묘사는 마치 중얼거림처럼 들린다. 바람의 움직임이 주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롱 테이크를 쓰는 영화처럼, 인물의 내면을 외부의 사소한 사물의 존재와 치환시켰다. 사물에 대해 하품날 정도로 자세한 묘사는, 내 의식을 책 속으로 들어가도록 이끄는 게 아니라 딴 생각을 하게 이끈다. 적막하고 열기로 가득 찬 곳에서 빠져나와 내 의식이 어떤 통제를 받지 않고 떠돌도록 내버려두는, 그 순간에 도달하는 것. 바로 이것이 이 책이 주는 선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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