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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 - 미국인도 모르는 미국 이야기 ㅣ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박상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2월
평점 :
빌 브라이슨의 인기는 익히 들어왔지만 책을 사기까지 몹시 주저했다. 매달 사들인 책들로 서가는 한계점에 이르렀는데 빌려 읽어도 그만이 에세이집을 사는 게 과연 합리적인가. 그러나 도서관까지 책을 빌리러 가는 것 역시 내 게으름을 털고 일어나는 귀찮음 무릅써야하는 큰 결단이 필요했다. 어제 저녁 약속 시간 전에 서점에 들러 여름에 맞는 책으로 기행문 코너에서 조금 서성이다 빌 브라이슨의 책을 샀다. 재밌게 읽었지만 역시 빌려읽을 걸 하는, 후회를 남기는 책이다.
이 책만 읽고 빌 브라이슨의 성향에 대해 논할 수 는 없겠지만 이 칼럼들을 통해 본 그의 관점은 참 주부스럽다. 소재 자체가 지극히 일상적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사소한 일에 대한 단상을 수다스럽게 늘어놓는 게 꼭 옆집 아줌마같다. 오랜 세월, 수다장이는 아줌마라는 공식을 사회적으로 퍼뜨리는 바람에 수다장이 아저씨라는 표현은 어쩐지 덜 정확한 느낌이 든다. 수다장이 아저씨 우디 앨런을 떠올렸지만 우디 앨런은 수다장이는 맞지만 아줌마같지는 않다. 쩝. 더불어 저자가 미국을 낯설어하는 미국인이라는 걸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 그는 미국인지만 미국을 이방인처럼 신기하고 기이한 나라로 보는데, 바로 여기서 독자와의 공감대가 형성된다.
미국을 한 번이라도 가 본 적이 있든 없든 우리는 미국 문화의 영향권 아래 살고 있다. 나이키와 퓨마를 신고 코카 콜라를 마시며 스타 벅스 커피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돼 버렸다. 많은 편리한 필수품 혹은 기호품들에 대한 우리의 관성적 태도를 빌 브라이슨은 좀스러운 방법으로 불평한다. 그의 아내가 말했듯이 그의 일은 불평하는 게 전부다. 우리가 그의 불평을 듣고 유쾌한 건 우리가 지적당하고 있다고 생각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지 좀스러워서 낄낄거리지만 사실은, 그의 수다는 뼈가 오도독 씹힌다. 그만의 방식대로 우리의 무심한 소비습관을 지적하고 다르게 해보면 어떻겠니, 하고 에둘러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실을 간파하지 못한 채 그의 책을 유머러스하게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