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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경제학 - 위기의 시대, 유쾌하게 푼 경제의 진실
조준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경제학자들이 들으면 경악하겠지만, 난 경제학만큼 밥맛이고 지루한 학문이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물의 이치를 기회비용과 편익, 한계효용 틀 안에 맞추려고 하는 학문이니 말이다. 그런데도 이따금씩 경제학이란 제목을 두른 책을 기웃거리는 이유는, 경제학의 초원칙이 실제 생활에서 종종 등장하기 때문이다. 가령, 난 지금 이 책을 읽고 난 리뷰를 쓰느라 다른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 혹은 케이블에서 내보내는 지난 버라이어티를 보면서 낄낄거리는 휴식 시간을 지불하는 셈이다. 나는 읽는 이 없는 리뷰를 쓰는 데 왜 시간을 보내는가. 리뷰를 쓰는 게 더 유용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사소한 일을 할 것인가 말것인가에도 알게 모르게 우리는 저울질을 한다. 그리고 저울이 기울어지는 게 심리적이든 물질적이든, 내게 도움이 있기 마련이다. 경제학의 논리는 여기서 크게 안 벗어난다. 내가 알기로는. 복잡하게 말하면 끝도 없는 게 경제학이지만 단순화하면 그 어떤 학문보다 간단한 게 경제학이다.
이 책은 정체성이 좀 모호하다. 경제학이라는 제목을 달고 시국을 논하는 책이다. 미디어에서 나온 정보를 모아놓고 그 부조리를 대충, 쉽게 설명한다. 어떤 글은 시장경제를 옹호하는가 하면 어떤 글은 시장경제를 몰아붙인다. 일관되지 않은 게 아주 헷갈리지만 저자의 말은 모두 옳다. 또 저자가 SKY출신이고 (실력의 유무에 관계없이) 유명세를 타는 경제학자라면 이런 유쾌하하고 페이지마다 박수치고 싶은 글은 쓸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유명세란 기회비용으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사람이 되었다.
시장경제는 왜 부조리한가. 인간의 비합리성 때문이다. 조지 에커로프, 로버트 쉴러가 쓴 <야성적 충동>이 인간의 비합리성이 어떻게 시장에서 작용하나를 유식하게 이야기하려 했다면, 이 책 저자는 인간은 원래 합리적이지 않다는 전제로 시장을 바라본다. 그럼 해결책은? 상도덕이다. 조폭이나 사기꾼과 상인이 다른 점은 바로 상도덕의 유무다.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사람은 사기꾼이거나 조폭이고 상인은 자신이 파는 것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지불받으려는 사람이다. 아주 간단해서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데 19세 이상인 성인은 종종 이 사실을 까먹는다.
내가 손해를 보면 불의로 여기고 내가 기득권을 지닐 때, 다른 사람이 불의라고 하면 불쾌해한다. 우리사회의 속앓이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모두가 기득권층에 들고 싶어하지만 기득권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하기를 꺼린다. 블로그를 통해 본 네티즌은 모두 정의롭고 기득권에 저항하고 기꺼이 사용료를 지불할 의사가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의 국민은 그렇지않다. 네티즌과 국민은 다른가. 아이러니다. 물론 온오프의 가치관이 일치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처럼 온오프가 어긋나있는 사람도 많이 있다. 그럼 온라인에서 하는 말은 가식이고 거짓인가. 그렇진않다. 생각은 올바른 방향으로 하지만 현실에서는 내 이익을 잃어버릴까봐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가치관대로살려고 모두 노력한다면 더 이상의 경제학 책은 필요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