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아이.조:전쟁의 서막 - G.I. Joe: The rise of Cobr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평소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영화지만 이병헌이 나온다길래, 그리고 그 비중도 크다길래, 시간도 기다리지 않아도 바로 들어가면 되길래 봤다.-.-;
영화는 먼저 유치하다. 북극에 해저 기지를 만들고 인간이 갑옷같은 걸 입으로 로봇처럼 달리고 구르고 싸운다. 자동차는 앞에는 창, 옆에는 작은 로켓이 단추만 누르면 나온다. 몇 사람이 파리를 아주 쑥대밭을 만든다. 만화에서나 가능한 컨셉이 동영상으로 마구 펼쳐진다. 이런 고도의 과학기술 사회에서 이병헌은 칼을 들고 등장한다. 다른 인물들이 최신 병기로 무장했는데 그의 무기는 아날로그 방식인 무술과 칼이다. 다른 인물들은 엄청난 기계들과 씨름하고 있는 동안 그는 칼에 찔려 죽는다. 그것도 북극 해저에서.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시츄에이션인가.
또 한편으로 할리우드의 기술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인간의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기능들을 시뮬레이션화하는 기술과 자본력이라니....할리우드에서 영화는 철저한 오락이면서 기술의 실험 수단이다. 20세기 초 영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D.W. 그리피스는 <인톨러런스>에서 바빌로니아 시대를 재현하려고 당시에 상상을 초월한 세트를 짓고 촬영했지만 흥행에 실패해 파산했다. 할리우드는, 그리피스의 정신을 이어받은 곳이다. 빈곤한 서사력이지만 기술적 실험을 해내는 곳이다. 할리우드의 기술성은 관객 수로 보상 받는다. 극장에 가면 매번 가장 많은 스크린을 차지하는 것도 할리우드 영화다. 할리우드 영화의 장점인 보편성이 난 싫지만 보편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영화가 인간사를 다루어야 한다는, 내 관점과 다를 뿐이다. 맥락없이 사람을 죽이고 도시를 폭발시키는 걸 보면서 감동을 얻으려고 영화표를 사는 사람을 없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