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존 말루프

 

오늘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을 보러 갔더니 BBC에서 만든 70분 짜리 다큐 Who took nanny's pictures?를 상영해줬다. 존 말루프가 만든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보다 훨씬 격조있는 관점으로 비비안 마이어의 삶과 작품세계를 다룬다. 존 말루프의 다큐를 보고 있노라면, 본인이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낸데 대한 열광으로 가득차있다. 그 열광은 그에게 가져다 줄 부와 명성, 즉 잿밥에 관심이 있어보인다. 어찌보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인터뷰이들이 주로 비비안 마이어를 내니 시절에 직접 만났던 이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기괴한 행동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에 BBC 다큐는 비교적 객관적 태도를 유지하려고 한다. 인터뷰이들이 주로 사진가들 혹은 사진 관련자들이어서 비비안 마이어의 개인적 삶은 작품세계를 해석하기 위해 도구로 가져온다.

 

 

한 사람을 정의하는 일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편견이 있는 일인지. 객관적 관점이란 원래 없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현상을 바라볼 때, 바라보는 이의 시선은 개인적 경험에 갇힐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모든 시선은 주관적이라고 비약할 수 있겠다. 마이어 역시 그랬다.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유추하건데 본인의 출생(할머니는 사생아 어머니를 낳고 뉴욕으로 건너왔고 나중에 어머니가 뉴욕으로 와서 마이어의 아빠를 만나 맨하튼에서 마이어가 태어난다. 할머니는 내니였고, 어머니는 메이드였다)을 부정하거나 미화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건 분명하다. 중산층 가정에서 내니로 살았던 마이어는 거리를 배회하면서 거리 사진을 찍었다. 피사체는 주로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사람, 즉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 점에서 의문점을 제기할 수 있다. 마이어는 중산층 가정에서 소외된 계층에 속했을 것이다. 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 나가는 순간,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담는 역전된 위치에 속했을 수 있다. 카메라 렌즈를 감당해야하는 사람들은 길에서 배회하는 이들, 평범한 행인들이 대부분이다. 가끔 우연히 마주친 유명인(달리나 오드리 햅번, 커크 더글러스)도 담은 걸 보면 마이어가 택할 수 있는 피사체는 거리에 나온 사람들인 게 분명하다. 즉 피고용인의 입장을 벗어날 수 있는 게 카메라였을 수 있다.

 

마이어의 사진은 경쾌하고 정지된 이미지인데도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마이어가 죽을 때까지 15만장이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건 자신의 존재 이유였기 때문일 수 있다. 사진을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지 않을 걸로, 지금까지는 알려져 있다. 다큐 시작부분에 한 사진작가가 이런 말을 한다. "별이 되려면 일단 죽어야 한다"고. 마이어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는 말년을 보냈고 죽었다. 이제 그 죽음 속에 비밀이 담겨져있고 사진은 살아남았다. 마이어의 생전의 삶도 작품도, 이제 그 작품을 보는 이들의 손에 놓여있다. 그녀의 작품과 비밀스러운 삶은 보는 이의 렌즈를 통해 재해석되고 회자될 것이다. 마이어가 뉴욕과 시카고 거리의 행인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았듯이, 우리는 우리의 경험이란 렌즈를 통해 마이어를 담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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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7-26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어디서 하고있어요? 이미 지나간 전시인지요? 존 말루프의 다큐를 저도 보았는데 어딘지 미비한 점을 BBC 다큐가 대신할 것 같군요. 보고싶어집니다.

넙치 2015-07-26 09:06   좋아요 1 | URL
8월 초까지 성곡미술관에서 하고 있어요. 전시도 재밌고 특히 BBC 다큐 꼭 보세요.^^

appletreeje 2015-07-26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성곡미술관에서 하는군요.^^ 일간 다녀와야겠습니다~
넙치님~ 늘 고맙습니다!!^^

프레이야 2015-07-26 10:08   좋아요 0 | URL
이럴때 정말 서울 살지않아서 속상해요ㅎㅎ. 일단 검색해봐야겠어요.

넙치 2015-07-27 14:22   좋아요 0 | URL
제가 뭘했다고요...애플트리님.^^
티몬에서 1천원 싸게 티켓 구입할 수 있어요ㅋ

프레이야 2015-07-26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월 20일까지 하네요. 감사!!

넙치 2015-07-27 14:24   좋아요 0 | URL
아, 글쿤요! 근데 프레이야님 서울에 안 사시는군요^^;
서울에만 문화가 집중되는 현상에 우는 분들 많으시죠..;;;

프레이야 2015-07-27 14:31   좋아요 0 | URL
네 ‥늘 그게 ㅠ 지금 보고픈전시가 많더라구요. 프리다 칼로, 헤세, 앤디워홀 등.
하루 날 잡아 갈까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