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주전,함께 일하는 여자동료가 영화<너는 내 운명>을 보고 왔다.그녀는 입에 침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이 영화를 칭찬했다.그녀의 말을 빌자면 '올 하반기 최고의 영화'라는 것이다.그녀의 흥분에 대한 나의 반응은 시니컬 했다.여기 저기서 얻은 정보를 취합해 볼 때 그 영화는 가을을 겨냥한 '신파'라고 이미 내 마음속에서 결론내려져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나의 시니컬함이 나의 까다로운 성격때문이라는 양 더 열과 성을 다해 영화를 칭찬했다.

어제 동네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다.희안하게 이틀 연속 배우 황정민이 나온 영화를 본셈이다.바로 전날은 '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봤다.짧게 말하자면 그 영화는 잘짜여진 한국판 러브액추얼리였다.어쨋거나 영화<너는 내운명>에 대한 나의 생각은 영화를 보기 전과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마지막 부분의 면회실씬이 코끝을 자극하긴 했지만 ....
영화는 2002년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여수에이즈'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모티브는 진짜 모티브일뿐..영화가 현실과는 다르다.) 내 생각이 뻗친 곳은 영화보다도 영화의 주요소재가 된 AIDS였다.영화를 보고 집에 가서 몇년전에 보았던 AIDS관련된 글을 찾아 읽었다.2002년 '사회비평'가을호 였다. 제목은 'AIDS배제로서의 사각지대'였고 관련 글들 3편에 토론 글이 하나 있었다.
내용의 일부를 공부하는 셈 치고 다시 추려본다.
AIDS의 발병시키는 원인 병원체는 HIV라는 인체내에서 면역체계를 파괴시키는 바이러스다.바이러스 분류상 렌티바이러스로 분류된다.초기에는 감염된지 3-5년 사이에 사망하는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였으나 이제는 평균 10년이 넘어도 발병을 일으키지 않는 느리게 활동하는 바이러스이다.AIDS는 HIV에 감영되어 나타나는 진행성 증후군으로 인체의 면역기능이 천천히 상실되어 여러가지 합병증을 유발하게 되고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다.AIDS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증상이 피부 표면의 검은 반점이나 붉은 반점이다.이러한 반점을 카포시 육종이라고 하는데 이는 육식을 주식으로 하는 서구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며 한국인 감염인들에게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한국인 감염인들은 주로 페결핵을 통해 발병한다.(영화에서도 전도연의 환상속에 붉은 반점이 온몸에 생기는데..결국 이것 역시 조금은 편견에 기인한 이미지화이고 또한 우리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왜곡된 이미지이다.근데 이 이미지가 실체보다 강하다. 보드리야르 만세!!)
1981년 AIDS라는 병이 최초로 보고되었다.당시 미국 레이건 정부의 신보수주의는 AIDS와 가족위기론을 정치적으로 묶어낸다.국가는 보수적 기독교집단과 손을 잡고 동성애자가 AIDS라는 위험한 질병을 옮기는 주범이라는 허위사실을 유포시킨다.한국은 1987년 4월 최초로 AIDS환자가 보고되며 보건당국의 정책은 미국식 패턴을 닮아간다.하지만 WHO는 동성애가 AIDS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2002년에 HIV/AIDS에 관한 방침이 정리된다.그리고 TV캠페인이 시작된다.TV 캠페인 내용을 보자."첫 화면에서 성냥을 불태운단. 단한번의 실수로 산불을 낼 수 있다.음주운전 단 한번으로 사망할 수 있다.유흥가의 그림 다음에 AIDS감염인 그림.그리고 통계수치. 단한번의 실수로 AIDS에 감염될 수 있습니다."
실제 감염인과의 단한번의 성관계로 AIDS에 감염될 확률은 0.1%정도.그렇다면 이 광고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무었일까? 마치 HIV가 윤리적 판단인 것 처럼 강조하고 있다.하늘이 내린 질병이라고 선전했던 기독교집단과 타락한 인간의 낙인이라고 말했던 미국 레이건정부와 기독교 보수주의가 정책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사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환자들에 대한 배제와 차별이다.
이미 유엔과 WHO,ILO에서는 AIDS에 걸렸다고 차별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위반이라고 명문화하고 있다.몇몇 원칙들을 적어본다.
"HIV에 감염되었거나 건강한 근로자는 다른 동료와 동등하게 대우한다."HIV에 감염되었다 하여 일을 하는데 지장은 없으므로 노동의 형태나 내용을 변경할 필요는 없다" "HIV감염은 고용관계를 끝내는 이유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양성반응만 나와도 개인은 관리의 대상이 된다.보건당국은 비밀누설의 원칙은 쉽사리 깨어진다.또한 거주이전,장거리 이동시 보고다 되어져야 한다.주위사람들의 경계로 인해 생계조차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직접 인터뷰의 예를 보자.
31살 박모씨 ....00보건소 방역계장 윤모씨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그는 '너는 걸어다니는 핵폭탄이다.너를 조사하면 어느 여자랑 잤는가 다 나온다.한번만 연락 안되면 격리수용하겠다"
40살 정모씨... 빚보증을 섰다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다른사람에게 피해가 갈까봐 경찰에게 에이즈감염사실을 말했다.몇분후 기자들이 몰려들었다.기자들이 에이즈 감염인이 술장사를 해왔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내가 취재를 거부하자 기자들은 고향집을 찾아갔다.결국 가족들로 내 감염사실을 다 알게 되었다.
31살 남모씨...아플때마다 서울대병원에 오는데 응급실에 들어올때 부터 감염인이라는 걸 알리는 빨간 딱지를 붙인다.아는 사람은 그게 무슨 딱지인지 전부 안다.
31살 박모씨...처음 수감된 성동구치소에서 나는 단지 에이즈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징벌방에 있어야했다.운동은 물론 세수,설거지도 못했다.간수와 재소자들이 모두 내 감염사실을 알고 지나가면서 욕을 하고 침을 뱉았다.감수들은 재소자들이 말썽을 피우면 에이즈 환자가 있는 방에 넣겠다고 재소자들을 위협했다.
2002년 이후 우리나라 에이즈 관련 법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는 모르겟다.사실 내용이 너무 광범위해서 보건당국의 에이즈환자의 인권 방기에 대해서 다 적질 못했다.
내 주변에는 사실 이런 친구가 없다.만약 내옆에 그런 친구가 있다면 나도 사실 조금 쫄지 모른다. 그런데 언제가 봤던 영화 <원나잇 스탠드>가 떠오른다.웨슬리 스나입스와 나스타샤킨스키가 나온다.근데 주인공의 친구가 에이즈에 걸려죽어가고 있었다.아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그 역을 맡았을 것이다.영화 속에서 그는 죽어가면서도 친구들 사이에서 절대 외롭지 않았다.동성애 친구들이 파티도 해주고 볼에 키스도 해주고.... 같은 영화인데 <원나잇스탠드>와 <너는 내운명>속 HIV양성/AIDS환자에 대한 이해가 다르다.한 사회의 성숙도를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다시 묻는다.만약 내 옆에 친구가 HIV양성 반응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양성반응이 곧바로 죽는 것도 아니다.NBA의 전설 매직존슨은 아직도 활동한다.....그런 생각이 든다.
무지로 인한 '과잉공포'로 인해 안그래도 힘든 사람들을 더 외롭게 하는 것은 AIDS 보다 더 무서운 병이 아닌가?
www.noaids.co.kr 이란 사이트가 있더라...
ps) 여수에이즈 사건의 관계자들은 영화와 달리 실제로 주변인들의 몰이해로 함께 살 수 없었다고 한다.영화를 보면서도 느꼇고 실제도 그러한데... 언론들의 무자비함은 경악을 금치못할 정도다.여수 에이즈사건은 다시 한번 살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