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 남자의 책 198쪽>에 보면 들녘을 달리는 경운기 위에서 여주인공이 그런 농담을 건넨다.

" 책과 연인의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

..

1. 보면 자고만 싶어진다.

2. 침 바르면 잘 넘어온다.

3. 가을이 되면 더 보고 싶다.

최근에 나온 책들 중에는 딱히 끌리는 책이 없다. 밀려 있는 책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10월달은 이것 저것 부가적으로 떠맡은 일 때문에 책을 집중적으로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습관적으로 일어나는 아침 5시 반. 다시 잠들지 않으면 책을 봤다. (알러지때문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번 달은 수영을 가지 않는다.) 예찬이가 새벽에 깬 날. 아기는 다시 잠들고 나는 잠들지 못할 때도 책을 보러 간다. 그래도 하루에 책 볼 수 있는 시간이 그다지 많이 않다. 어떤 날은 30분도 어렵게 얻는다. 가을이 되면 더 보고 싶은 '책'이라는데 영 시간이 나지 않는다.

밀린 책들이 워낙 유명하고, 훌륭한 책들이어서 (^^;) 새 책에 눈이 가진 않지만 그래도 최근에 호기심이 가는 책들이 있다.(물론 이 중에는 새 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중해 철학기행> 아주 두꺼운 책이다. 서점에서 대충 넘겨봤는데, 서술은 비교적 쉽게 된 듯 하다. 책 값도 두께에 비하면 착하다고 해야 하나...

시국이 더러워서... 이런 책을 본다. 피에르 아도의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와 함께 봐도 좋을 듯 하다.

 

가스통 바슐라르의 미학 에세이다. 올해 초에도 같은 제목으로 한 권의 책이 나왔다. 둘 사이의 차이는 번역의 차이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특히 2부에서 원작들에 대한 사전 독서가 없으면 좀 버거울 듯 보인다. 뭐든지 그렇지만 미학에세이는 작품(텍스트)를 모르고 보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은 서점에서 봤다. 인터넷에서는 도저히 알수 없는 특징-물론 사진을 찍는다면 가능하겠지만-이 있다. 책 옆면이다. 책 옆 면에는 남자/여자 두자기 얼굴이 그려져 있다. 왼쪽,오른쪽. 각 방향으로 책을 쓸면 다른 얼굴이 나온다. 그래서 책이 화려해보이기도 하고 산만해보이기도 한다.

책 내용을 대충 보니 시각을 중심으로 한 역사적인 미감의 변화를 살핀 듯 보인다.

2005년 노벨문학상을 받는 작가는 영국의 해롤드 핀터다. 나는 아직 그의 작품을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관심이 간다. 김정환 역의 세익스피어 전집을 보고 나면 해롤드 핀터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희곡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래도 한 해 한 두 권쯤은 본 듯 하다.

뭐 올해 말이나 내년쯤에는 보겠지.

이 책 역시 로쟈님 서재에서 보고 서점 가서 살펴봤다. 책을 상당히 얇다. 서문을 살펴보니 페이퍼에서 읽었던 비변증법적 네그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제국>에서도 네그리의 헤겔 변증법 비판의 내용을 접할 수 있다. 대략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느낄 수 있었다. 변증법의 '부정'이 결국 '포섭'의 하나의 포장이라는 것에 대해 반대하면서 '탈주'의 가능성을 열고자 하는 듯 하다. <제국>보다 훨씬 친절하게 씌여진 <다중>(오래전에 사두고 몇 장만 넘겨봤다.)도 올해 안에 볼 생각이어서 조금 더 기다려야 싶을 듯...사실 내가 제대로 공부하며 읽고 싶은 것은 '헤겔'이다.

도널드 케이건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이다. 키토의 <그리스 그리스인>을 보다가 투키디데스를 읽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기회비용을 생각해서 그러지 않기로 했다. 대신 거인들의 힘을 좀 빌기로 한 거다. 이 책 역시 4권 분량의 투키디데스 연구서를 다시 한 번 압축한 것이다.

며칠 전 서점에서는 이 책 한 권만 사왔다.

 

 인터넷에서는 유명한 이름인가 보다. 굽시니스트... 만화를 자주 보지 않으니까 잘 모른다. 우연히 이 책을 봤는데 그림들이 왠지 일본 오락기에 나오는 아이들이나 어린이놀이용 카드에 나오는 캐릭터들 처럼 생겨서 시시했지만....그래도 관심은 간다. 이런 시도 자체가 재미있다는 생각도 한 몫한 것 같구...

 

 내가 이 책을 사서 과연 볼까는 모르겠다. 하지만 왠지 기부차원에서라도 사야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과거 심상정의 전설적인 이야기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대략..대단하다. 나는 지난번 대선와중에 심상정을 지지했다. 물론 그녀는 민노당 결선투표에서 떨어졌다. 그녀의 분당결정에는 신중을 요구했다. 만약 누군가 내게 정치인 중에서 한 명의 선거 캠프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면 나는 고민 없이 그녀를 택할 것이다. 심상정 역시 이미지정치를 좀 활용할 필요가 있다. 좋은 소재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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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8-10-15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갖고 있는 책은 두 권이네요. 지중해 철학기행이랑,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요. 두 권 다 일단 분량이 튼실해서 믿음직스러워요.(그래봐야 아직 안 읽고 있지만요;;) 그러고보니 키토의 그리스, 그리스인도 갖고 있군요. 저도 조만간에 그 책부터 읽어봐야겠네요.

드팀전 2008-10-16 17:05   좋아요 0 | URL
저는 기본적으로 책을 잘 쌓은 스타일은 아니었는데...언제부턴가 밀립니다. 덜 사던가 더 읽어야 해결되는데..지금 둘 다 잘 안되고 있고 또 역설적이게도 더 읽지 못하니 더 사는 듯 하기도 합니다.

바람돌이 2008-10-16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왜 집에 보고싶은 책을 쌓아놓고도 자꾸 도서관까지 힐긋거리는걸까요? ㅎㅎ

드팀전 2008-10-16 17:05   좋아요 0 | URL
자제심을 발휘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좋은 책들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쉽진 않지만요.

mong 2008-10-16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슐라르는 공간의 시학만 읽어봤는데
다른책도 읽어야지 하면서도 선뜻 손이 안가네요

드팀전 2008-10-16 17:06   좋아요 0 | URL
몽...은 잘 지내나요?

글샘 2008-10-22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굽시니스트랑 심상정한테 침도 바르고 더 보고 싶고, 자고 싶은데요... ㅠㅜ

드팀전 2008-10-22 13:04   좋아요 0 | URL
^^ 그런데 사실 말씀 하신 두 책은 거의 살 가능성이 없어보여요...많지 않은 시간에 버릴 건 버릴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