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때는 '광수생각'을 열심히 본 적이 있다.그 중에서 내가 지금까지 기억하는 만화는 몇 개 안된다.보다 보면 비슷 비슷하니까....그런데 이 만화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만화를 볼까...어렵게 찾았다.제목은 <우리들은 들꽃반입니다.> (만화보고 이야기 계속됩니다.이런 걸 예고라고 하나...)



.......

97년도에 실린 만화니까 10년이 넘었다.

이 만화는 정말 실화일거다. 왜냐하면 내가 나온 고등학교가 저랬으니까...

나는 비평준화 고등학교를 나왔다.내가 졸업한 학교는 공부를 꽤 잘하는 학교였다.당시 경기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간혹 서울에 있는 친구들도 주소 이전해서 내려왔고 충청도 쪽에 있는 수재들도 서울 전학이 쉽지 않으면 들어왔다.

나는 공부를 군계일학으로 잘하지는 못했으나 학력고사 시대에 비평준화 지역에서 내신1등급 턱걸이 했으니 그리 못한 것은 아니다.

우리 학교는 10시까지 자율학습을 했다.학기가 시작되면 등수에 따라 반에서 5등 안에 들면 교실이 아니라 학사동과 독립된 도서관으로 배정되었다.그러니까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거다.수업 다 듣고 종례 끝나고 나면...짐정리해서 일부는 도서관으로 향하는 거다.도서관은 아무래도 면학분위기는 좋다.특히 이 만화에 나오는 것 처럼 여름철에 아주 좋다.교실에는 선풍기 2대가 돌았지만 도서관은 대형 에어컨이 돌았다....

그런데 도서관에 있다고 다 열공하는 것은 아니다.땡땡이도 있고 또 공부 좀 하는 애들에 대한 믿음으로 학교에서 준 자율성을 노려서 시끌벅적할때도 있다.그리고 여름철에 아무리 에어컨이 있다고 하더라도 쉬는 시간마다 뛰어다니다 온 아이들의 열기를 막을 수는 없다.

여기서 또 하나 업그레이드판이 만들어졌다.도서관 위에는 과학실험실이 있었는데 실제 학기중에도 그다지 사용되지 않았다.방학때는 그 도서관 멤버 중에서 반별 분배하지 않고 전교 등수로 잘라서 또 과학실로 소수 정예를 올려보냈다.과학실에는 칸막이는 없었지만 커다란 실험실용 평책상에 대각선으로 두명씩 앉았다.물론 나도 턱걸이로 몇 번 들어갔다.

내가 '광수생각'을 보기 전에 나는 그 특혜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등학교 졸업한지 오래였으니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고등학교 때는 도서관에 뽑히기 위해.또는 과학실에 들어가기 위해 애썻던 기억밖에 없다.거기서 탈락하는 것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것이었다.

저 만화를 아직도 기억하는 것은 내가 받은 특혜가 수많은 들꽃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고 얻은 특혜였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상기시켜주었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까지 평등화 할 수는 없다.학교가 공부에 올인하는 구조이다 보니 다른 특기를 가진 아이들보다는 '국영수' 잘하는 아이들을 편애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머리가 좋다거나 똑똑하다는 것이 아니다.'국영수'를 잘하는 것이다.나는 '국영수'를 잘하는 것을 외 머리가 좋다거나 똑똑하다고 이야기하는 지 모르겠다.회사에서 누가 "어 그사람 그래도 똑똑해.00대 나왔잖아."그러면 나는 "똑똑한건 모르겠구.. 국영수는 잘했나 보네."라고 반드시 말한다.)

그렇지만 저런 식의 불평등은 저질스러운 것이다.그리고 저걸 당연히 여기는 의식도 저질스러운 것이다.

나라의 교육 방향이 그동안의 평등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몰아주기'로 돌아서는 듯 하다.그걸 '제대로 되었다'라고 칭찬하시는 분들도 많다.(아마 공부 잘하는 자녀들을 둔 부모들일게다) 저기 들꽃들은 아마 공교육에서 하는 영어로 하는 수업 따라가려면 바짓가랑이 찢어질게다...

나는 특혜를 잔뜩 누렸던 사람으로 그것이 쪽팔린 혜택이었다고 반성한다.그 반성이 최소한 현재 더이상 쪽팔린 혜택을 누리지는 말자는 자성의 목소리로 돌아오곤 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 들꽃이다"라는 것은 말하는 '주체의 위치'에 따라 상당히 이데올로기적이다.궁극적으로 착취적 구조를 옹호하는 가치와 행위를 지지 하면서 '들꽃' 속에서 우주를 본다고 씨부리는 것들과는 전투를 하고 싶다. 

....너그러운 당신도 생각해봐라 ...내가 어떻게 당신과 적대하지 않을 수 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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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1-26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교실마다 다 에어컨이 있으니 저런 차별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더 무서운 차별이 갈수록 커집니다. 아이들간의 차별은 이제 엄마 뱃속에서 나올때부터 시작되어집니다. 잘사는 집 아이가 공부도 잘하고요. 깔끔하게 엄마가 신경써서 키우니까 타고난 바탕이 어지간히 못나지 않은이상 다 예쁩니다. 거기다 대부분 성격까지 괜찮고요. 그런데 그런 아이들을 위해서 교육이 평등보다 수월성을 더 중시여겨야 된답니다. 잘사는집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니 그 잘사는 집 아이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주자는거지요. 참 미치겠습니다.
우리반의 집안, 공부, 얼굴 다 별로 볼거없고 게다가 별다른 꿈도 희망도 없는 반수가 넘는 아이들에겐 학교 다니지마라 할까요?

드팀전 2008-01-26 23:45   좋아요 0 | URL
제 얘기가 그 얘깁니다 ^^

글샘 2008-01-27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평준화 고등학교를 평범하게 다녔습니다.
우리땐 보충수업도 고3이나 되어서야 있었지요.
그랬지만, 그 미운 전두환이 덕택에, 전국의 학원이나 과외가 없어졌기에, 저도 부산에서 서울로 대학을 갔는지도 모릅니다.
노무현은 왜 전두환처럼 과외를 근절시키지 못했는지...
노무현이 과연 좌익이라고 욕먹을 만한 짓을 하기나 했는지... 속상한 요즘입니다. FTA나 파병이나 황새울에서 한 짓 보면, 노통이 과연 좌익의 ㅈ이나 이해하는 넘이었는지... 빌어먹게도...
어정쩡한 반동으로 이 무서운 <반동의 시절>을 고대로 겪어야할 고등학교 교사로서 요즘 등골이 시립니다. 아이들은 오히려 잘 모르고 멍~하고 있는 것 같애요.
하긴, 들꽃들은 서리가 내릴 때, 많이 죽어 나가지만, 멀쩡하게 살아내는 것들이 들꽃이죠. 하우스 안에 있는 것들이 훨씬 죽는 확률이 적지만, 들꽃이 수가 많으니 말입니다.
<당신>이라고 쉽게 말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님이나 저나 바람돌이님이나, 들꽃들이 보기엔 가진자 편에 서있는 것들 아닐까요?

드팀전 2008-01-28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전 가진자 편이 아니거든요.

가진자의 기준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요.요즘은 자본도 나누어서 설명하는게 유행이니까요..상식적으로 집 있고 차있고 직장있다고 가진자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긴 매한가지입니다.
만약 '가진자'와 '못가진자'로 나누어 생각해버리고 만다면...제가 개혁적이거나 혁명적인 주장을 갖게 되는 것은 '못가진자'이기 때문이라는 결론만 나와버립니다.다른말로 하면 결국 '로또'라도 한 방 되어 버리면 전 제가 여태까지 해왔던 모든 걸 부정하고 부자의 삶을 떵떵거리면서 살아도 된다는 답이 나와버리지요.
결국 그건 '돈의 소유'문제로 인간의 인식과 그의 자유의지를 한정시켜 버리는 환원론이 되어버리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하는 자들은 가진자이다.'라는 식은 자학에서 나오는 지나친 자기혐오이거나 가끔 알라딘에서도 볼 수 있는.. 허무주의를 통해 계급선을 없애려는 발버둥에 지나지 않습니다.물론 치열한 자기반성은 중요한 것입니다.글샘님의 글을 그렇게 읽힙니다.그렇지만 자기반성이 토대를 갖지 않고 이루어질 때는 '인간은 다 그래'라고 밖에 다른 답을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그렇게 되면 결국 양심적이면 '내면여행'을 즐기거나 조금 현실적이면 '시류'의 흐름에 몸을 던지는 방법이 최선이지요.

전 제가 상대적으로 더 가질 수 는 있겠지만-장애인 노숙인보다 비장애인 노숙인은 더 많은 자원을 갖고 있습니다.그도 가진자가 될까요?- 가진 자 편이 되지 않으려고 합니다.'모두가 다 가진 자'라고 말해버리는 순간 우리는 또한 중요한 것을 하나 놓치게 됩니다.'노동의 신성함'에 대한 믿음 같은 것말입니다.

스스로의 노동을 통해 정당한 댓가를 얻고 그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은 '가진자'라고 비난 받아야 되는 덕목이 아닙니다.물론 간간히 행운이 더해질때도 있겠지만요....글샘님이 위의 조건들에서 크게 문제가 없으시다면 더 어려운 들꽃들이 보기에도 님은 가진자가 아니라 정당한 자입니다.
그리고 저보다 더 힘든 들꽃들이 있다면 그들이 그 노동에 맞는 정당한 댓가들을 갖길 바랍니다.또한 노동할 수도 없는 들꽃들이 있다면 사회연대의식이 그들에게 길을 제공해주길 바랍니다.

전 기본적으로 이래 저래 보면 절대주의를 부정하는 쪽에 가깝긴 합니다.저는 맑스를 좋아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건 상당히 비마르크스적입니다.그렇지만 그런 상대주의적 가치가 갖게 되는 철학적 오용과 사회적 악용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님의 말씀하신 반성의 의미를 새기겠습니다만 그 날개 뒷장에 있을지도 모르는 상대주의에 대해서는 경계하겠습니다.

설령 우리가 어떤 땅에 서있다하더라도 주목해야 할 점은 우리가 어디를 보고 있느냐가 아닐까 합니다...


mong 2008-01-29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등껍질 두터운 드팀전님, 이주의 마이리뷰 뽑히신거 같구먼요
재미난 소설 몇권 품에 안으시고
또 재미난 이야기도 들려주시고... ^^

비로그인 2008-02-01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닌 학교 이야기와도 비슷하네요. 그 때 심화반이름은 노력반, 효도반 이런식이었어요. 그 반에 들어가지 못한 친구들은 우리는 노력안하고, 성적이 안좋으면 효자도 아니냐면서 우스개 소릴 했었죠... 그 때 그냥 웃고 말았던 기억이, 무더운 여름이면 에어컨도 달리지 않은 교실에서 바닥에 신문을 깔아놓고 땀흘리며 자던 친구들 모습이 생각나서, 아프게 가슴을 찌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