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대통령 선거일이다.임시 공휴일일게다.그렇지만 나는 내일 일하러 나와야 된다.아마 평소보다 더 늦게 까지 일을 해야 할 것같다.
나는 내일 투표하지 않을 생각이다.투표해야 하는데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듯이 투표하지 않는데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우선 객관식 1-12번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물론 내가 지속적으로 지지하는 정당은 있다.하지만 이번에는 그 정당에 투표하지 않을 셈이다.
BBK 동영상이 터져나왔지만 현재 판세를 뒤엎기에는 거의 불가능해보인다.정작 더 관심이 가는 것은 대선 이후 차기 총선을 두고 있을 이합집산이다.이회창이 선전을 하고 정치일선에 복귀하게 되면 정말 재미있는 상황이 발생할 듯 하다.거기에 대선 후 '팽' 당할 가능성도 있는-또는 BBK의 도덕적 책임을 물으며 스스로 벗어날지도 모를-세력이 있는 박근혜가 이회창과 손잡으면 웃기는 보-보 구도가 되는거다..이렇게 되면 이제 현재 신당과 민주당,문국현의 창조한국당 등이 어거지로라도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을것이다.그러면서 "보수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총선 승리가 필수다'라고 또한번 소몰이를 해갈 것이다.헤게모니갈등은 그 이후다.우리에겐 가장 편리한 '집단지도체제'가 있다.최고 위원들 한자리 씩 차지하고 다시 한번 '진보'의 사탕발림을 해댈 것이다.민주노동당은 열외다.
이번에 투표하지 않기로 한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다.
하나는 '정치가 객관식이 아니다' 라는 것을 좀 이야기하고 싶어서다.정치는 사람들의 관계다.정치는 소통의 형식이다.이것은 상호적이어야 한다.그런데 우리들은 대개 정치를 투표 동작으로 한정한다.기호 1-12번 중 누굴찍을까? 하는 정도다. 반복적 일상을 살아가면서 일종의 정치 이벤트를 정치와 동일시하는 우를 범한다.그러니까 쉽게 정치에 실망하고 좌절한다.정치를 손에서 놓는 것은 마지막 구조선의 마지막 밧줄을 놓아버리는 것과 같다.
나는 이번 대선에 놀러가도 된다고 생각한다.대신 매일 매일 사는 일상에서 '정치'를 실천하자.역사는 불행히도 아주 소걸음으로 지나간다.때로는 산과 냇물과 조잘거리느라 더디오는 봄날처럼 여기저기 기웃 기웃 거리면서 간다.근거없는 낙관을 말하지는 않겠다.분명히 삶은 더 고되질 것이다.결혼 후 1인당 가처분 소득이 학생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처럼 말이다.그렇지만 다리가 달린 모든 것들은 땅을 딛고 뛰어오를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 놓은 것.그것 만큼 우리가 이루어낸 것이다.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갈 것이다.그러니 당신들은 이제 그 쓸모없는 '자기연민' 에 침을 뱉어라.
투표하지 않는 다른 이유는 '민주노동당'때문이다.나는 아주 먼 미래에 이 정당이 지금의 근본정신을 잊지 않으며 집권하길 바란다.현실적으로는 어떤 형태의 연정이 될 지도 모르겠으나 갑의 입장에서 끌어안길 바란다.그렇게 하기 위해서 나는 이번에 '민주노동당'에 투표하지 않는다.다른 후보에게는 더더욱...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작지만 희망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그러나 이제는 다시 한번 다듬질을 해야할 때가 되었다.마치 다져놓은 흙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보풀보풀해지듯이 그런 시점이 되었다.민노당은 이번 대선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내부개혁과 새로운 지지기반 확충을 위해 환골탈태해야 된다.나는 앞으로도 이 당을 계속 지지할 것이고 또 지지율이 높아지기를 기원할 것이다.하지만 이번에는 거창한 비유를 쓰자면 울면서 마속의 머리를 쳐낸 심정으로 냉정하게 민노당의 뒷통수를 갈기고 싶다.
김상봉교수가 그랬다나.."슬픔이 슬픔으로 건너가는 것이 정치다" 라고...맞는 말이다.
신도시의 아파트촌에 사는 초등학교 아이들은 대개 아빠가 중형차 이상을 타고 다니기 때문에 남자가 마티즈를 타면 이상하게 생각한다.그건 여자들이 타는 차 이기 때문이다.그 동네 아이들은 1만원 받아서 맥도날드에서 모임갖는게 어색하지 않다.그렇기때문에 부모에게 쉽게 1만원을 요구한다.철수도 영희도 다 그러니까....
슬픔이 슬픔으로 건나가기 위해서 당신도 정치를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