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 노숙인들은 오늘 밤 11시 이후 부산역내에서 잠들기 힘들어진다.부산역에서 방범과 승객서비스를 이유로 1,3층을 심야시간에 폐쇄하기 때문이다.처음에는 건물 대부분을 폐쇄하려했으나 지나치게 공격적인 방식이라는 여론이 있어서 양보한게 그 수준이다.

부산역에는 대략 300명 정도의 노숙인이 산다.특히 매표장 오른쪽,즉 관광안내소와 동전 넣는 컴퓨터 뒤쪽은 거의 노숙자들이 점령을 한 상태이다.가끔 서울가려고 기차를 타는데 그때보면 대낮에도 2-30명의 노숙자들이 고개를 떨구고 잠에 취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부산지역은 기후가 온화하기 때문에 겨울철에 들어서면 부산역 주변으로 노숙인들이 늘어난다.뉴스를 검색하다보면 지난 12월정도 부터 전국에서 기차를 통해 노숙인들이 부산역으로 몰려들었다는 기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노숙인들이 늘어나면서 음주관련 범죄나 승객들에 대한 위협등이 문제가 되어 왔다.최근에는 자원봉사 여대상이 노숙인에게 성폭행당하는 사건까지 생겼다.이러 저러한 여론이 노숙인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10여년 동안 노숙인들과 동거동락해오던 부산역이 뭔가 결단을 내린 것이다.

"부산의 관문인 부산역에서 처음 만나는 노숙인들의 모습이 부산의 이미지를 훼손시킨다.심야시간 역무원들의 안전문제도 심각하다.철도공사가 복지기관은 아니다,결국 중요한것은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인데 노숙인들로 인해 고객들이 불편해 한다.. 등등 "  이런 저런 주장들이 시민들에게 어느정도 먹혀들고 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대개 저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그런데 정작 그들은 노숙인들을 별로 만나보지 않았다는 것이다.그저 지나가면서 복장이 꼬질꼬질하고 냄새나고 왠지 가까이 오면 뭔가 묻을 것 같아 거리를 두게 되는..그게 그들이 노숙인의 정체성에 대해 갖는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노숙인 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다면 알라딘의 평범한 사람들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좀 갑갑하며 아쉬운 것이  '노숙인'을 그러한 고정된 이미지 속에서 하나의 집단으로 파악하는 것이다.이건 지독한 편견이며 무관심과 무식이 만들어낸 가짜 '진실'이다.결론 부터 말하자면 노숙인은 결코 동질한 하나의 집단이 아니다.

사람들은 노숙의 발생 원인을 단순히 개인의 무능,자력의지의 부족등 만을 이야기 한다.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이기도 하다만 이는 원인이라기 보다는 결과에 가깝다.97년 이후 우리사회에 늘어난 노숙의  원인은 당연히 사회경제적인 것이다.사회적 안전망이 전무한 우리사회에서 가진것 없고 배운것 없는 사람들이 일자리 잃고 그로 인해 가족해체되고 절망감이 깊어지고 이러다 보면 금새 노숙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노숙의 길에 들어서면 이제부터는 노숙을 하는 행위가 자력의지 자체를 떨어뜨리는 것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장기노숙자로 전락하게 만든다.'멀쩡한 사지두고 저게 뭐하는 짓이냐'는 지적은 그들의 심리적 외상과 사회경제적 처지를 외면한 무책임한 말이다.

결국 노숙 문제의 해결은 노숙자 개개의 상황에 따른 개별처방이 길이다.알콜의존성 노숙자에게는 알콜치료를,정신병력이 있는 노숙자는 정신과 치료를,의료지원이 필요한 노숙자에게는 수급자선정을,직장이 필요한 노숙자에게는 일자리를...

내가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옆에 있던 친구가 그런 말을 한다."에이 그건 이론적으로나 가능한 거지요?" ... "그래 너는 노숙자 문제에 대해 별 생각도 안해보고 그냥 느낌만 갖고 노숙자를 규정하고..가장 단순하게 배제하는 방식만을 기억하고 있구나.뭘 알고 말하진 않아도 되는데 뭘 생각해보고는 이야기를 해라..." 라고 이야기해주려다가 그냥 '피식'하고 말았다.실제 사회복지 관련단체에서도 노숙자지원센터를 확충하고 아웃 리치 서비스를 시도중이다.(OUT REACH는 쉽게 말하면 쉼터에서 기다리는게 아니라 찾아나서서 실태파악하고 꼬셔서 이런 저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쉼터 처럼 내부규율이 강한 것이 아닌 그냥 와서 대충 사용내용만 적고 자다 나가도 되는 잠자리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드랍인(DROP IN) 형태의 숙소같은 것이다.97년 이후 마구잡이로 대책을 만들던 노숙자 정책도 이미 조금씩 방향을 바꾸고 있다.그런 것도 모르고 그냥 모르니까 '이론적' 으로나 가능하다고 속단해버리는 단순경박은 단지 그 친구만의 문제도 또 이 문제에만 해당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노숙자중에 어떤 사람들은 농담처럼 자기는 A급 노숙자고 술먹고 하루종일 비틀거리는 사람들은 C급 노숙자라고 이야기를 한다.그런 놈들때문에 자기들까지 도매급으로 넘어가서 죽겠다고 한다.거기에 그런 놈들때문에 예비범죄자 처럼 인식되고 잘 곳 마저 잃어버리게 되었다고 원망한다.

실제  노숙자들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단 한번도 노숙자들과 이야기해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그 '이야기'에서 노숙자들이 역 앞에서 빵사먹게 돈달라고 이야기했다는 수준의 것은 제외하자.제발) ....그렇다고 먼저가서 이야기해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굳이 뭐하러 대화할 필요까지 있겠는가? 보통사람에게도 그러지 않는데 굳이 노숙자라고 그래야 할 필요도 없다.또한 결코 쉬운 일도 아니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노숙자에 대한 어떤 어떤 이미지,어떤 어떤 생각들을 잠시만 중단하라는 것 뿐이다.다른 것도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만 잠시 생각해 봤으면 한다.아마 그러한 행위가 어떤 입구가 될지도 모른다.

그나 저나 오늘 밤 쫓겨난 부산역 노숙자들은 어디가서 잘까? 아직 밤에는 추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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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3-01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께서 예전에 올리셨던 글이 생각나네요. 남대문 노숙자와 서울역 노숙자. 말 걸어보는건 미션이 아닌 이상 쉬운 일은 아닐듯합니다. 저는 저한테 피해주는 노숙자 아닌 이상 ( 냄새가 너무 난다거나, 지하철 문을 막 치고 다니면서 위협한다거나, ) 호.오.가 없네요. 잘 모르겠지만, 노숙자한테 얘기 거는...건,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하루(春) 2007-03-01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달쯤 전 부산에 다녀와서 그런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요. 몇년 전 서울역에서 자던 노숙자가 동사한 사고가 있었죠. 무서워요.

드팀전 2007-03-01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노숙자에게 말 걸 필요없습니다.평범하게 모르는 사람에게도 말 걸지 않는데 뭐하러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그건 당연한 일입니다.대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는거지요.그리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배제'가 아니라 '호의'를 가지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하루님>서울역 노숙자는 거의 전국구 형태가 되었다지요.지역별로 파벌도 생길 정도라고 하더군요...아무리 어떤 정책을 펼쳐도 노숙자가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그들을 위한 그들의 사회복귀를 위한 작업들은 이어져야할 것입니다.노숙자 중에는 정말 무서운 사람들도 있겠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닐겁니다.

조선인 2007-03-02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숙자들도 사람사는 사회와 똑같아 부지런한 사람도 있고, 게으른 사람도 있고, 착한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고, 개개의 사정은 다 다른데 사정 다른 사람들을 포용할 수 없는 이 사회의 빈부격차가 그만 미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