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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전당포 살인사건
한차현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에만 해도 난 단순한 추리물 정도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씩 읽어내려가면서 단순한 추리물에서 벗어나,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합성인간과 복제인간의 등장..처음엔, 약간은 SF적인 공상영화를 상기시켰다. 그리고 더 깊숙이 들어가면서, 깊게는 정치, 권력의 구조등, 사회적 사안의 문제들을 야기시켰다.
그러는 동안, 내 머리는 쉴새없이 바쁘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저 정치적, 사회적 사안을 쭈욱 나열하고 이야기 했다면, 아마도 무거운 머리를 치켜뜨지 못하고 그대로 책장을 덮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차현씨는 복제인간과 합성인간 레플리컨트를 등장시킴으로서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었다.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복제 아기의 탄생에 대한 이슈를 다룬 프로를 본 적이 있다.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과학의 힘에 놀랍기도 했지만, 인간의 힘이 아닌,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 같아서 웬지 모를 기분에 휩싸였다. (예전에, 돌연변이란 책을 읽고서 느꼈던 그런 기분과 흡사했다. 웬지 전율이 이는....플랑케슈타인이란 영화도 불현 듯 스치고 지나간다..)
처음에 908호의 주응달 노인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시작은 그렇게 다른 추리물처럼 전개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하면서 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만 갔다. 그리고 이 책에서 느끼는 2번의 반전! 반전의 묘미란 얼마나 사람을 놀랍게 하고, 흥분되게 하는지...(영화 식스센스나, 디아더스에서의 반전! 다들 그 놀라운 반전을 기억할 것이다.)
이 책을 덮으면서 난 네가지 의문점에 흽싸였고, 그 문제에 몰두한채 생각에 잠겼다.
첫째는, 레플리컨트..바로 합성인간에 대한 의문이다. 사실, 레플리컨트나, 복제인간은 그저 공상으로 끝을 내도 된다. 하지만, 우리의 놀라운 과학기술을 미루어 보건데, 공상으로 그친다고 말할수 있을 것인가!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된 것인가! 웬지 모를 전율이 인다.
둘째, 살인에 대한 의문이다. 제목(영광 전당포 살인사건)에서도 알수 있듯이 이 이야기 속에선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 실체를 보면 참으로 묘하다. 합성인간이(김시민) 복제인간(주응달 노인)을 죽인다. 그럼, 살인일까? 살인이 아닐까?
생각의 관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프다.
셋째, 권력에 대한 의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만 보아도, 권력을 갖기 위해서 온갖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자신은 정당하다고 말하며, 합당한 방법이었노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정녕 그것이 정당한 것인가? 권력을 위한 그 방법이...그리고, 우린 그렇게 권력을 지닌 자를 처벌해도 되는 것일까?
영광전당포에서 죽은 노인 주응달은 불쌍한 노인이 아니라, 권력의 통치자 였으며, 악인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래서 인지 그 노인의 죽음은 안타깝기 보다는 오히려 통쾌하기까지 하지만...나에게 권력에 대한 의문을 남겨다 준다.
마지막 넷째, 내 안의 또다른 나에 대한 의문이다. 차연안의 키 큰 남자(차연의 꿈에 나오는 한남자는, 차연에게 매일 몸쓸짓을 하는 그 남자는..바로 차연 자신이었다.)처럼...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날 바라보며 채찍질을 가하고 있지는 않은지..그래서 더 힘들어하고, 고통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그렇다면, 난 내 자신과 언제 '화해'를 할 것인지...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전형건의 권력의 땅인 전당포 안에서의 살인사건..또한 전당포의 패쇄는 권력의 땅이 사라짐을 의미하는 것이리라..자본주의 세계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리라..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린 자유로워 질수 있을 것인가...
단순한 추리물에서 벗어나 참으로 많은 생각과 의문점을 가져다 준 책인 것 같다. 지금도 내 머릿속은 알수 없는 생각들로 뒤섞인채 그렇데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