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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책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어릴적 피터팬이 되어 하늘을 나는 꿈을 종종 꾸곤 했다. 그리곤 침대에서 쿵하고 떨어져서 다음날이면 온몸이 뻐근했던 기억도..하지만, 몸이 뻐근하든, 피곤하든 이상하게 그날하루는 여는날과 달리 흥얼거리며 하루를 보내곤 했지....
사실, 꿈이라는 것은 무의식중에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일수도 있고, 제3세계를 경험하는 것일수도 있다. 꿈이라는 것은 눈을 감고 무의식속에서만 행해지는 것이라 생각했는데...앗뿔싸..그게 아니었구나란걸 새삼 느끼게 해주는 책이 있으니 바로, <여행의 책>이다.
[저를 소개합니다. 저는 한 권의 책이며 그것도 살아 있는 책입니다. 제 이름은 <여행의 책> 입니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저는 가장 가뿐하고 은근하고 간편한 여행으로 당신을 안내할 수 있습니다. p7中]
처음에, <여행의 책>은 그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우린 친구가 되었다. 이상하다. 어느새 난 <여행의 책>과 함께 신기한 세계를 경험했다. 우리가 경험한 곳은 공기의 세계, 흙의 세계, 불의 세계, 물의 세계였다.
공기의 세계에서 난 비행을 한다. 어릴적 그랬듯이 피터팬이 되어 하늘을 난다. 이곳, 저곳을 날아다니다 한 도인을 만났다. '인생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도인에게 묻는다. 도인은 말한다. '인생이란, 한낱 허깨비일 뿐이다.' 난 그에게 인생은 허깨비가 아니라며 설교를 늘어놓는다. 그리곤 저 높은 하늘을 향해 또다른 모험을 한다.
흙의 세계에서 안식처를 갖게 되고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그곳을 떠난다.
사실 불의 세계를 경험하기에 앞서 난 잠시 주춤했다. 웬지 불이라는 것은 뜨거움과 연상되므로 웬지 모를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역시나 불의 세계에선 힘든 싸움을 이겨내야 했다. 투쟁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개인적인 적과 싸우고, 질병과 싸우고, 불운과 싸우고, 죽음과 싸우고, 제일 힘든 나 자신과 맞서 싸웠다.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난 승리의 미소를 지우며 맞섰고 결국엔 화합이라는 단어를 내걸로 악수를 했다. 우린 친구가 되었다. 온갖 무서움이 도사리는 불의 세계에서 그렇게 미소 지을수 있다는 사실에 나 자신도 놀라,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마지막 여행은 물의 세계였다. 사실, 온갖 세계를 경험하면서 가장 경이로웠고, 신비로웠으며 날 매료시킨 세계가 이 물의 세계이다. 난 물속으로 들어간다. 돌고래들이 보인다. 방가운 마음에 웃으며 다가서지만, 앗! '돌연변이 정신', '돌연변이 정신' 돌고래들이 소리를 지른다. 아무래도 정신적인 내 영혼이 육체를 떠나 거기서 돌고래를 접한다는 사실이 돌고래들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다. 돌고래들은 1부터 5까지의 숫자들이 지난 심오한 진리를 나에게 가르쳐 준다. 하지만 여전히 나를 '돌연변이 정신'으로 보는 건 변함이 없다.
이곳에서 난 나의 연분을 만났다. 웬지 모를 이끌림..행복한 순간을 뒤로 하고, 과거를 여행했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시작해서, 부모, 조부모, 그위의 선조들까지의 만남...참으로 경이로웠다.
이제는 떠나야 한다고, 현실로 가야 한다고 나의 친구 <여행의 책>이 말한다. 순간 가기 싫다고 <여행의 책>을 붙잡아 본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가야 함을 난 안다.
눈을 감지 않아도 꿈을 꿀 수 있고, 무의식의 세계가 아니어도 여러곳을 여행할수 있다는 것을 <여행의 책>은 일깨워준다. 아! 이 얼마나 신비롭고 경이로운 여행인가! 나 자신과의 여행...어찌보면 이것은 그 어떤 여행보다 더 멋진 일이 아닌가! 이제는 한낱 종이에 불과한, 다른 것과 다름 없는 책으로 변해버린 <여행의 책>이 그렇게 나의 앞에 놓여 있다. 한순간 멍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윽고 큰소리로 웃어본다. 살아 있는 책! <여행의 책>은 살아있는 책이다.
책을 펼치면 또다시 그 멋진 여행을 할 수 있으리라..또 나에게 인사를 하고 우린 친구가 되어 여행을 떠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