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 빌런 고태경 - 2020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정대건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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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급류>로 역주행 각광 받는 작가의 데뷔작이다. 표제만 보고 어떤 유형의 작품인지 알기 어려웠다. 영어가 등장하고, ‘빌런’이라는 어휘가 사용되었으니 일종의 SF 소설일 거라고 지레짐작하였다. 막상 소설을 읽기 시작하니 완전히 잘못 짚었다.

 

작가는 영화 연출을 전공하였고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연출한 이력도 지니고 있다. 자신의 영화 현장 경험이 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고 하면 지나칠까. 이 소설은 일반 독자가 알지 못하였던 영화 제작과 연출의 생생한 이면이 담겨 있다.

 

GV 빌런은 결코 좋은 의미는 아니다. 성공한 감독과 배우라면 웃어넘길 수 있겠으나 화자처럼 무명의, 실패하고 영화인이라면 전혀 다르다.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처럼 예리하게 가슴 속에 파고든다. 화자가 GV 빌런 다큐멘터리에 착안한 계기도 분명 그에 대한 복수심을 무시할 수 없다.

 

어렵사리 빌런의 동의를 구하고 다큐멘터리 촬영을 시작하는 나. 이후 소설의 축은 나와 빌런 고태경의 촬영이 축을 이루는 가운데, 나와 종현의 남녀 관계, 나와 승호의 우정 관계가 주변을 장식한다. 처음에는 단지 빌런으로만 생각했던 고태경의 여러 행동이 영화인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이의 실현을 위한 끊임없는 준비와 공부 과정임을 알게 되면서 서사는 크게 방향을 전환한다.

 

“나 아직 영화인이오.”

고태경이 서늘한 목소리로 내 말을 잘랐다. (P.58)

 

관객은 영화 자체를 중시한다. 영화를 만든 감독과 배우, 그리고 제작진처럼 스크린 뒤의 세계는 잘 알지 못할뿐더러 관심도 약하다. 중요한 건 결과로써의 작품이다. 과정에 연출자의 어떤 고충과 한계가 자리 잡고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단지 성공한 영화와 영화인, 그렇지 않으면 실패한 영화와 실패자로 낙인찍힌 영화인. 현재의 고태경과 화자 조혜나도 엄밀히 말하면 이 부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풍자처럼 촬영을 시작하였지만, 인간 고태경을 알아가면서 화자는 점차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게 된다. 그렇다고 그와 같은 처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게 사실이다.

 

두 사람의 다큐멘터리 촬영이 별 볼 일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들은 계속 그 상태에 머물게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화자 조혜나 감독은 독립영화지만 어쨌든 영화를 찍었지만 고태경은 불운의 중첩으로 한편도 찍지 못하였다. 그런 그에게 영화 촬영은 우리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완성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모든 완성된 영화는 기적이야.” (P.138)

 

여기서 작가는 이들을 양지로 끌어낸다. 망한 작품으로 평가받던 이전 연출작이 뜬금없이 해외 영화제에 초청받고 특별상을 받는다. 우여곡절 끝에 상영한 다큐멘터리는 세간의 화제를 모으며 성공적인 평가를 받는다. GV 빌런으로 비난의 대상이었던 고태경은 졸지에 유명 인사가 되어 관객들의 주목과 응원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 고태경의 그녀가 뜻밖의 인물이었던 거 하며.

 

소설의 끝 장면에 이르러서도 그들의 처지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 화자 조혜나 감독은 여전히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만 보다 확실한 삶의 목표는 생겼다. 친구 승호 역시 영화판을 떠났지만 자신의 꿈에 매달린다. 고태경은 이제 빌런 짓을 그만두었을까, 아니다. 그는 자신의 영화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놓지 않았기에 여전히 영화관을 들락거린다.

 

작가는 과장된 인위적 수사를 최대한 자제하고 담담하게 소설을 전개한다. 굳이 큰 웃음, 사건, 극적 효과를 노리지 않아도 서사 자체의 자연스러운 힘으로 소설은 꽤나 가독성 있다. 은근하고 잔잔하지만 계속 책을 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독자는 누구나 고태경과 조혜나, 승호를 응원하게 될 수밖에 없다. 화자와 헤어졌지만 종현을 우리가 미워할 수 있을까. 작중에서 비교적 악인 역할로 나오는 조병훈 교수 또한 영화에 대해서는 진심이지 않았는가. 박원호 교수와는 결이 다르지만.

 

자기가 좋아한 것 때문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많았다. 우리가 추구하던 꿈과 기대하던 삶이 전부 무너진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P.168)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가 참으로 영화에 대한 애정이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자가 생활에 쩔쩔매면서도 영화를 놓지 못하는 것은 작가 자신의 소망이 투영된 것이 아니겠는가. 현재는 소설가로 활동하지만 언제라도 기회만 되면 영화인으로 복귀하겠다는. 고태경이 시나리오를 무수히 쓰고 고치고를 반복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칫 진부하고 순진한 교훈을 반복하는 유형으로 전락할 수 있는 작품의 구성이다. 독자가 고태경과 채화영의 만남에 긴장과 스릴을 느끼는 심정은 동일하다. GV 빌런이었던 고태경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서 무대에 서서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발언 또한 상식적이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영화에의 끈을 놓지 않는 화자가 서서히 영화계에 자리 잡을 전망을 보여준다는 설정도 그렇지 않은가. 이 여러 요소가 소설의 재미와 멋을 흠집 내지 않는 이유는 작가가 보여주는 성실한 애정일 것이다.

 

화해와 성장. GV 빌런 고태경은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삶과 세상과 화해하게 되었다. 화자 조혜나 감독은 다큐멘터리의 연출자로서 영화와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서 한층 성장하였다. 단단하게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승호도 계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게 된다. 중간에 비록 실패와 좌절을 겪겠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에. 이런 요소들이 우리가 이 소설을 다 읽고 났을 때 갖게 되는 흐뭇한 정서의 기반이 아니겠는가. 나도 그 집 단팥죽을 한 그릇 먹고 싶다.

 

나는 앞으로도 실수하고 후회하고 반복하겠지만,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미워하지는 않을 거다.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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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명 : 페리지 홀 기획 초청 연주회 - 앙상블 드 로즈마리 : 'The Treasure Box'

일시 : 2026년 8월 3일(월) 19:30

장소 : 페리지 홀

연주 : 앙상블 드 로즈마리

       - 권요안 (피아노)

       - 박지영 (바이올린)

       - 임재성 (첼로)

프로그램

  - 드뷔시, 피아노 트리오 G장조

  - 포레, 피아노 트리오 D단조 Op.120

  - 라벨, 피아노 트리오 A단조


* 세줄평

페리지 홀 첫 방문이다. 기획도 좋다. 인상주의 세 대가가 남긴 유일한 트리오. 연주도 좋다. 세 곡 모두 친숙한 곡은 아니다. 젊은 드뷔시의 열정과 나이 든 포레의 강렬한 사색이 불꽃을 튀긴다. 라벨의 곡은 보다 현대적이다. 3악장에서 그의 비명이 들리는 듯하다. 피아노 트리오가 이렇게나 맹렬한 조합이었던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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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세계명작 완월회맹연
정창권 지음 / 월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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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완월회맹연>이라고 하는 조선시대 대하소설의 존재를 알게 된 적이 있다. 무슨 내용인지 알고 읽고 싶었으나 현대어본이 없어 아쉽게 생각하고 훗날로 미루어 두었다.

 

장장 180권 180책의 대하소설인 만큼 모 출판사에서 간행 중인 완역본이 완성된다면 18권에 이르게 될 것이다. 아무래도 일반 독자가 다가가기에는 부담스러운 분량인 건 사실이다. 이 책은 <완월회맹연>을 독자에게 소개하기 위하여 한 권으로 압축하였다.

 

허허, 완월대에 올라 달빛이나 구경할까 했더니 뜻밖에도 자녀들의 정혼이라.... (P.17)

 

<완월회맹연>의 표제는 완월대 연회에서 맺은 약속의 의미를 지닌다. 정씨 집안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은 완월대에서 정씨와 장씨, 이씨 친우가 서로 자식을 결혼시키기로 맹세한다.

 

정씨 집안의 적장자 정잠은 대를 잇기 위해 아우 정삼의 장남인 조카 인성을 양자로 들인다. 후처 교완은 자신의 소생인 아들 인중이 인성에게 밀리자 분개하여 어떤 수단으로든 인성을 제거하려고 한다. 교완과 시녀, 하인들이 처음에 시작하였지만 나중에는 인중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전처소생과 계모 간 갈등은 고전소설의 단골 소재이지만, 근본적으로 집안의 후계 구도와 맞물려 있기에 계모는 더욱 치열하게 노릴 수밖에 없음도 또한 당대의 현실이다. 처음에는 인성을 목표로 하는데, 인성이 자염과 혼인하고 아이를 낳게 되자 아이마저 제거하는 것으로 목표를 확대한다.

 

“인성이 정부의 계후가 되어 인중으로 하여금 무용지물이 되게 했도다. 내 반드시 인성을 없애고 인중으로서 계후가 되게 하고 말리라!” (P.66, 교완)

 

인중을 제외한 나머지 형제 남매 간의 우애는 돈독하다. 심지어 인중의 아우 인웅마저 어머니와 형의 그릇된 행동에 반대하고 바로잡으려고 애쓸 정도다. 이 소설에서 인성은 거의 성인군자에 가깝다. 충과 효에 지극하고, 탁월한 풍모에 반한 뭇 미인의 구애에도 한눈팔지 않는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안타까운 여성인 만초란과 석순영의 슬픔과, 해릉공주의 비극은 인성과 무관하지 않다.

 

정씨 집안이 모범적인 인덕의 표본이라면, 정잠의 친우인 장헌은 범인 또는 소인배의 전형이다. 출세를 위해 권력자에게 빌붙고 정혼을 약속한 딸을 왕족의 첩으로 기꺼이 내주려고 할 정도다. 예비 사위인 인광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상황에서 짐짓 외면하고 여색을 탐하여 월염을 첩으로 취하려고 시도한다. 변장한 인광에게 두드려 맞고 나중에는 계단에서 실족하여 해괴망측한 행동으로 체면을 구기고 사위를 난처하게 만든다. 부인 박씨 또한 남편 못지않아 혼인 후 정씨 집안을 향해 온갖 욕설과 창피한 행동을 서슴지 않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인광이 부인 성완을 아낄 리 없다. 마지못해 혼인하였지만, 처가의 실덕에 질린 인광은 부인을 박대하고 내쫓으려고 하며 심지어 자결을 요구할 정도다. 이 소설에서 가장 안쓰럽고 딱한 대목이 바로 흠잡을 데 없이 고결한 성완이 친정과 남편 사이에서 어찌할 방안을 몰라서 고통받는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인광이 너무한 건 사실이다.

 

장헌의 아들 세린과 부인 여씨의 관계 역시 봉건시대의 풍습이 낳은 안타까운 사례다. 자식의 의사는 안중에 없고 오로지 종실과 인척 관계를 맺기만을 바라면서 추녀 여씨와 강제 결혼시키는 장헌의 선택은 비참한 결말로 이어졌을 따름이다. 세린과 여씨 중 누구를 탓하겠는가. 미인을 갈망하는 세린에게 어쨌든 결혼했으니 여씨에게 만족하라고 하겠는가. 여씨는 무슨 잘못으로 시집와서 이리 박대와 수모를 견디라고 하겠는가. 여씨의 언행이 거칠어진 건 결과적으로 잘못된 혼인에 귀인하게 된다. 부부는 등 돌리면 남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차라리 원수다. 대체로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이 소설에서 대표적인 새드 엔딩이다.

 

“소녀 장부와 더불어 무슨 원수를 지었길래, 이십 년도 못 살고 몸을 마치게 되었나이까? 죽으나 사나 장부와 원수가 되었으니 더 이상 이에 머물 바 없습니다. 빨리 소녀를 집으로 데려가 모친이나 보고 죽게 하소서.” (P.176, 여씨)

 

조선시대 대하소설은 가문 소설의 구성을 지닌다. 이 소설 역시 정씨 집안의 4대를 축으로 진행되는데, 90세 넘어까지 장수하는 태부인이 집안의 중심을 이룬다. 주요 사건이 큰며느리 교완의 시기와 질투, 음모. 그럼에도 교완을 친모처럼 극진히 섬기는 인성과 자염 부부. 친정과 남편 인광 사이에서 괴로움과 슬픔을 견뎌내는 성완. 이러한 구도로 소설은 진행되기에 작중인물이 다수 등장하지만 전체적 작품구도는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우리네 고전소설의 특징인 중국을 배경으로 하여 위로는 몽골과 아래로는 안남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중국 전역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교완과 인중은 마침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개과천선하며, 장헌 또한 실덕을 깨닫고 친우와 가족에게 사죄하며 훈훈한 마무리를 한다.

 

<완월회맹연>의 저자는 18세기 초중반 이씨부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방대한 작품을 혼자 창작한 건 아니고 시작은 이씨부인이 하였지만 주변 사람들이 계속 뼈를 늘리고 살을 보태어 오늘날 이처럼 방대한 소설로 남게 된 것이다. <완월회맹연>, 그리고 유사한 장편 가문 소설의 존재는 우리네 현대문학에서 여성이 중심이 되는 대하소설로 면면히 이어져 왔다는 저자의 논평은 새로운 인식이다.

 

어쩌면 이 작품은 17세기부터 싹트기 시작한 가문의식을 집대성하여 완성시킨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가문의식과 여성 가장의 모습은 <토지>나 <미망>, <혼불> 같은 오늘날의 대하소설에까지 이어져 오는 등 우리 소설사에서도 큰 맥을 형성하고 있다. (P.193, 해제)

 

언제가 될지 솔직히 장담하기 어렵지만 <완월회맹연> 전권을 꼭 읽어보고 싶다. 아마 두 번은 읽지 못할 테니 단순한 버킷 리스트가 아니라 필생의 과업이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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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마음을 읽어드립니다 -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송수진 지음 / e비즈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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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수집가의 시대>보다 앞서 저술한 책이다.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굉장히 신선한 감흥을 얻었을 테지만, 이미 차기작을 읽었다면 그보다는 저자의 개념 정립이 출발한 지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차기작과 이 책의 차이라면, 소비자의 새로운 속성으로 인식된 개념이 MZ세대의 특성과 부합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 책의 요지를 명시한다. 소비자가 느끼는 불편, 불안, 낭비를 해결하면 성공적인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지만, 한 걸음 나아가 소비자에게 의미, 재미, 상징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 기업은 브랜드 자체가 하나의 아이콘이 되는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특정 제품과 서비스로 기업을 판단하지 않고, 브랜드 자체가 기업의 가치와 경쟁력을 대변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1부에서 저자는 근년 들어 변화하기 시작한 소비자의 심리를 분석한다. 사실 소비자의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내가 지불한 비용의 대가로 동급 또는 그 이상의 편익을 제공받기를 희망한다. 과거에는 전체적 틀에서 욕구 충족을 판단하였다면, 점차 개인화, 개성화가 중시되는 근년에서는 개인별로 차별화된 욕구의 중요성이 크게 증가하였다. 남이 만족스러워한다고 해서 내가 무조건 추종하지는 않는다. 나아가 개인의 욕구 자체도 전일적이지 않고 분화하기 시작하여 각 지점, 단계마다 원하는 욕구의 유형이나 수준이 같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하고 여기에 맞출 수 있어야 기업은 성공할 수 있다. 저자는 이를 ‘감시관’으로 요약한다.

 

이 시대 소비자들의 심리를 요약해 이를 붙이자면 ‘감시관(감정 낭비 싫어요.시간 낭비 싫어요.관심 낭비 싫어요)’이라 하겠다. (P.41)

 

이러한 심리적 불편은 획기적인 신기술이나 새로운 서비스의 제공으로 해결될 수 있지만, 기업이 소비자를 바라보는 태도와 관점만 바꿔도 크게 해소할 수 있다고 하며, 소비자들의 소비활동, 즉 고객 경험 여정을 세밀하게 분석함으로써 각 단계에서 불편 사항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성공적인 대안 제시로 급성장을 이룬 기업 사례를 제시한다. 아마존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국내 기업 중에서 당근마켓, 런드리고, 삼성과 LG의 냉장고 전쟁, 김갑생할머니김, 해외 사례로는 토니스 초코론리, 하인즈 케첩, 태양의서커스를 예시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감시관을 싫어하는 고객의 심리를 포착하고 적합한 불편, 불안, 낭비 해법을 제시하여 고객 경험을 부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화하도록 유도한다. 소비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뭔가가 긍정적 방향으로 달라졌음을 체감하는 순간 해당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게 된다. 기업으로서는 여기까지 올라서기도 용이하지 않기에 불불낭을 해결하는 기업은 성공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

 

소비자가 팬이 되는 브랜드에는 특징이 있다.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보다 소비자가 열망하게 만든다. 이런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문제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P.111)

 

애플은 열렬한 추종자를 지닌다. 기술적, 가격적, 편의성 등에서 경쟁 제품에 취약점이 있더라도 고객은 이에 신경 쓰지 않는다. 영역은 다르지만 스타벅스, 테슬라도 유사하다. 고객은 애플, 스타벅스, 테슬라라는 브랜드 자체를 향유함에 자부심을 지닌다. 그들 브랜드는 더 이상 남의 것이 아니라 바로 고객 자신을 상징한다. 그들은 소비자에게 의미, 재미, 상징을 제공하여 고객이 브랜드를 내재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그들의 브랜드 로열티는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다. 어느 기업이라도 그렇게 되기를 열렬히 바라지만 쉽지 않다. 그것은 기업의 일방적 바람과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그것을 경험하고 자신의 것으로 수용해야만 가능하다.

 

2부에서 소비자 마음을 얻기 위한 몇 가지 전략을 제시하는데, 이는 성공적 사례에서 역추적하여 추출한 요인이므로 이를 그대로 따라 했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레오와 블록버스터의 노스탤지어 마케팅은 장수 기업에서 관심 가질만한 전략이다. 포켓몬빵 열풍은 해당 게임에 대한 공통적인 향수를 지닌 세대를 겨냥하였다. 레트로는 과거 복제와 변용 사이의 절묘한 균형감이 중요할 것이다.

 

근년에 급성장한 스타트업으로서는 젠틀몬스터와 트레바리 사례를 다루는데, 젠틀몬스터는 현시점에서 이미 이 단계를 넘어섰다고 봐야 하리라. 나는 가보지 않았지만, 성수동의 사옥은 자체로서 구경거리라고 한다. 유료 독서클럽 트레바리 이름도 여러 차례 들었다. 서비스 특성상 대중적으로 폭발적 각인이 어려움에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양자의 경우 고객은 해당 기업과 서비스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지위를 부여해 주는 상징을 발견한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기업의 성장에는 기술적 요인이 중요하지만, 모든 기업이 기술 경쟁만 하는 건 불가능하다. 기술과 기술 사이의 간극에 잠복해 있는 페인 포인트의 해소, 기술 또는 서비스 경험의 새로운 차원 접근에서 고객이 갖는 만족스러운 구매 경험은 고객이 해당 기업과 브랜드에 무조건적 동질성을 촉진한다. 이러한 단계까지 이를 수 있다면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브랜드는 영속성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브랜드에 몰이하고 결속된 소비자는 자신의 데이터를 더 많이 더 기꺼이 제공할 것이다. 데이터와 고객 경험, 브랜드 가치가 서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P.247)

 

원체 경영학 분야에 과문하여 변화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저자처럼 명쾌하게 파헤친 경우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우연한 계기에 저자에 대해 알게 되어 그의 책 두 권을 연달아 읽었는데, 경영학도가 아니더라도 그리고 기업체 마케팅 담당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저자가 계속해서 언급하고 분석하는 소비자의 특성은 특정 부류가 아니라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MZ세대의 행동 특성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독자가 MZ세대라면 나의 선택과 행동 기저에는 이런 요인이 있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 소위 기성세대라면 자신의 자녀와 후배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심리와 행동 요인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고 유익한 독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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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명 : 이안아 피콜로 & 플루트 리사이틀

일시 : 2026년 7월 27일(월) 19:30

장소 :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연주 : 이안아 (피콜로/플루트), 문재원 (피아노)

프로그램

  - 모차르트, 플루트 소나타 C장조 k.14 op.3, No.5 (피콜로)

  - G.Schocker, 피콜로 소나타 1번

  - 라이네케, "운디네" 소나타 Op.167

  - A.Rosenblatt, 카르멘 환상곡


* 세줄평

실연으로 피콜로 연주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모차르트의 경쾌, 발랄과 쇼커의 현대곡다운 날카로움이 대비된다. 라이네케의 소나타는 근래에 알게 되어 차츰 좋아지게 된 곡인데, 물 흐르듯 넘실대는 플루트 선율이 아름답다. 로젠블랫의 카르멘은 친숙하면서 생소한 스타일이다. 연주 자체는 성실, 진지, 몰입으로 말할 것이 없는데, 거의 매 악장마다 끊이지 않는 박수소리를 포함한 청중 태도는 매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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