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자연의 정복을 꿈꾸는 어리석은 자에 대한 교훈]

이 책은 구입한 후 한동안 펼쳐보지를 않았다. 책 자체의 호기심보다는 추가 세일 때 대량구매에 같이 휩쓸려서 구매가 이루어진 다소 불순한 구입동기를 지닌 책이다. 오랜만에 펼쳐들고서야, 환경오염 고발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상기하고 깜짝 놀랐다.  

1960년대 초반,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는 각종 곤충류 및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대량으로 살포되었던 살충제와 제초제. 첨단 과학기술의 산물이었던 이들 제품에 대해 미국 내에서 그 효능에 대해 의심을 품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물며 엄청난 환경파괴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조차도 없었다. 그러나 탄화수소계열화합물(DDT로 대표되는)로 인하여 숲과 강, 들판은 폐허화되었고, 목표였던 해충과 잡초는 더더욱 세력을 떨치게 되었다. 더구나 인간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게 되었다.

카슨은 이와같이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고, 해충(잡초)을 절멸(!)시키려는 화학회사 및 과학자들(화학회사에서 그들에게 거액의 연구비를 지급한다)의 객기가 결국은 인간 스스로에 위협을 가져오므로, 자연의 특성을 이해하는 살충(제초)방법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DDT, 디엘드린, 클로르덴 등 독성물질의 무분별한 사용이 가져오는 각종 참혹한 사례들을 적절하게 제시하면서, 자칫하면 봄이 와도 생명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침묵의 봄’이 멀지 않다고 경고한다.  

감수자의 말대로, 오늘날 이처럼 독성이 심한 화학물질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책의 의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언론에 심심치 않게 비치는 환경호르몬 이야기, 유전공학적 처리를 한 농산물에 대한 시민의 반발 등 형태를 달리하지만 본질에 있어서는 동일한 사건은 끊임없이 재현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아직도 자연을 인간의 편의에 따라 언제든지 개조가능한 도구로 생각하고 있는데 연유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해충 또는 잡초 개념은 인간의 편의를 기준으로 한 구분이다. 그것이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일은 별로 없다. 단지 내게 피해를 주니까 박멸해야 된다는 논리가 득세한다.  

레이첼 카슨은 그 흔한 박사학위 소지자가 아니었다. 게다가 과학계에서는 비주류인 여성이었다. 그녀가 몇 년후 세상을 떠났던 것도 진실을 은폐하고자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았던 세상의 몰이해가 원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근대나무 2011-11-18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2.12.5에 쓴 글을 마이페이퍼에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