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인생 - 개정판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왜 아홉살 시절이 기억나지 않을까]

역시 우연한 기회에 손에 들어왔는데, 표지에는 느낌표 선정도서라고 자랑스레 적혀있다. 요즘 느낌표에 한번 방영만 되면 소위 대박이 난다고 한다. 진정 바람직스러운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나쁜 일은 아니리라, 어쨌든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책을 많이 접하게 하는 계기를 부여하니까. 표지를 벗겨놓고 출퇴근시간에 오가며 읽는데 속표지가 노오란 병아리색이라 제목과 잘 매칭된 셈이지만, 어째 다른 사람의 시선이 의식되기도 한다. 군데군데 소박한 그림도 들어있어 가볍게 읽을만하다. 하지만 내용은 그리 가볍지 않고 아홉 살 된 꼬마가 세상과 인생을 경험하는 과정을 담담히 그리고 있다. 일종의 성장기라고나 할까. 너무나 담담하고 소박하게 표현하고 있어 자칫 꼬마의 삶이 낭만적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달동네의 모습이란 결코 환상을 품을게 못됨을 상기한다.

월급기계의 잔혹하지만 당시에는 워낙 일상적인 선생의 모습, 기종이의 엉뚱하지만 진실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움, 우림이와의 풋사과 같은 감정, 그리고 토굴할매와 골방철학자의 슬픈 삶 등, 어찌 보면 꼬마의 나이가 아홉 살이 아니라 적어도 열아홉 살은 되지 않을까 하는 의아심도 생긴다. 작가는 서른의 삶을 아홉 살에 투영하고 있다. 만약 진실로 아홉 살짜리가 이렇다면 세상은 참으로 고달프지 않을까 싶다. 흘러간 과거는 언제나 아름답고 아련하다. 그것이 기쁜 일이건 아니면 슬픈 추억이든. 어릴 적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글이나 물건을 보면 왠지 반갑고 정다운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이런 작품이 더더욱 인기를 끄는지도 모르겠다. 중간 중간 나의 아홉 살 시절을 되새겨본다. 착한 학생은 아니었다는 막연한 인상, 그리고 모든 게 뿌연 안개 속에 가려있는 느낌이다. 나는 왜 아홉 살 시절이 기억나지 않을까. 그만큼 현실에 치여 사는데 급급해서 어릴 적 꿈과 동경은 상실하고 말았는가. 한 가지 더, 요즘 아홉 살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나날을 지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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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8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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