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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2
오승은 지음, 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 연구회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제2권은 관음보살의 등장으로 인하여 삼장법사가 서역으로 불경을 구하러 출발하게 되고, 도중에 손오공과 저팔계를 제자로 맞이하는 장면까지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아직 우리의 사오정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서역까지 태워다 줄 용마도 얻게 된다.
전반부까지는 그래도 불심깊고 뛰어난 지혜를 보이던 삼장법사가 후반부에 들어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하면서는 완전히 바보가 되고 만다. 요괴의 등장에 절절 매어 정신을 놓는가 하면 심약한 투정으로 오히려 손오공에게 구박을 받기도 하는 것이다.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삼장법사의 모양이 새삼 과장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손오공의 경우도 묘하다. 그렇게 하늘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제천대성이라는 벼슬마저 억지로 뜯어냈던 손오공의 실력이라면 하늘나라에서도 몇손가락에 꼽히지 않을까 싶은데 만나는 요괴마다 손오공과 비등하게 다툰다. 그래서 자신의 힘으로 해결못하고 관음보살의 힘을 빌리거나 아니면 다른 신선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아무리 소설적 재미를 위해서라지만 그래도 초반부의 강력한 모습에 비하면 조금은 평범해진 모습이다.
일행의 행로를 되짚어보면 당시 당나라 수도인 장안(지금의 서안)에서 출발하여 서쪽으로 반년이상 계속 걸어나갔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곳곳에 높은 산과 야생짐승들이 출몰하고 산에는 수목이 무성하다는건 역시 상상력의 소산이다. 서안 이서지역은 강수량이 적고 햇볕이 강렬하여 준사막 기후인데다 산들도 대부분이 뻘건 지층이 그대로 드러난 민둥산이다. 이러한 자태가 요괴가 깃들기에는 충분하겠지만서도.
<서유기>는 중국 4대 기서중에서도 독특한 성격을 지닌다고 하겠다. <삼국지연의>와 <수호전>이 역사의식과 영웅담을 담고 있고, <금병매>가 性을 매개로 당시의 생생한 사회상을 묘사하였다면 <서유기>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그 '황당함'에 있지 않을까? 요즘으로 치면 무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당시 사람들에게 서역과 인도는 머나먼 세계다. 때문에 작가는 마음대로 자신의 상상력을 과시할 수 있을테고, 하긴 작가가 써놓은 것이 황당무계하다고 비난하지만 실제가 어떤지를 증거제시할 수는 있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황당함'이 도교와 불교의 신비함과 뒤섞이면서 더더욱 그럴듯함을 자아낸다. 불교의 인생관과 세계관, 전세와 미래세를 넘나드는 시간관은 거대한 스케일과 깊이를 자랑한다. 그나마 불교는 우리에게 어느정도 익숙하다고 하겠지만 도교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기껏해야 노자와 신선사상 등의 단편적인 자료만 알고 있는 우리에게 도교의 각종 용어와 사상, 등장인물은 더우기 낯선 신비를 자아내는 것이다.
당시 사람들이 무한한 흥미를 가지고 접했을 이 이야기를 이제 나는 우주탐험을 하는 심경으로 새삼 붙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