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프로방스
피터 메일 지음, 강주헌 옮김 / 효형출판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다 읽었을 때 기분이 흐뭇해지는 유형의 책이 있다. 절로 마음을 느긋하고 따스하게 만들어준다. <나의 프로방스>라는 책이 바로 그러하다.

영풍문고에서 2월중에 일부도서에 한하여 세일을 하였다. 그래서 여러권을 나름대로 충동구매하였는데, 제목과 디자인을 보고 마음에 들어 살까 말까 한동안 고민하였다. 결국 사지는 않았지만 뇌리에 어른거려 그만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읽게 되었다. 페이지 사이에 중독성 물질이라도 뿌려놓았는지.

한마디로 <월든>에 못지않다. 소로우가 사람을 피해서 숲속에서 생활한다면 여기 저자는 도시적 삶을 버리고 프랑스의 프로방스에 정착한다. 그리고 긍정적이고 따스한 눈과 마음으로 그들을 포용하고 더불어 행복한 일상을 누리는 것이다. 부럽다.

여행자가 낯선 고장에서 마주치는 사람과 사물, 사건에 대하여 기록하면 여행기가 된다. 여기서 여행자는 결국 타자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행기는 주마간산 격이 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면 조금은 심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하지만 피터 메일은 프로방스로 여행온게 아니라 정착하러 즉, 살러 왔다. 첫 일년을 보내면서 나름대로 보고 듣고 느낀 소회를 솔직 담백하게 적어 내려갔다. 이때 열린 마음으로 프로방스 사람들을 대했다는게 뛰어난 점이다.

누구나 낯선 사람과 문화에 마주치면 으레 방어적 자세를 취하게 마련이다. 그걸 비난한다면 좀 곤란하다. 그건 일종의 본능에 가까운 반사적 행동이니깐. 프로방스라면 프랑스에서도 따뜻한 남쪽나라의 오지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우리나라로 치면 남해안 어디쯤이 되겠지. 세련된 도시인이 보기엔 그들이 얼마나 투박하고 촌티 풀풀나겠는가마는 그래도 글쓴이의 태도는 일단 긍정하고 본다. 그것이 다소 재밌고 우습게 읽혀지지만 오히려 악의적으로 비추어지지 않는 점이 신기하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나도 이런데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 솟는다. 물론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겠지. 저자 부부만 하더라도 프로방스에 집을 사고, 대대적인 개보수공사를 한다. 그리고 외식도 자주 하고.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일단 등 따습고 배 불러야 여유가 생긴다는 이치려나.

보통 우리가 접하거나 듣는 것은 프랑스에서도 파리라는 대도시의 소식이다. 서울이 우리나라의 진정한 문화를 대변하지 못하는 것처럼 파리도 마찬가지다.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시골에서 오히려 참다운 그 지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겠지.

우리에겐 여전히 어려운 포도주를 리터단위로 주전자에 담아서 받아오는 모습도 재밌다. 그리고 미스트랄이라는 강풍의 위력도 몸소 겪고 싶다. 그나저나 프로방스에 가면 너무나 음식을 많이 먹어서 금방 배불뚝이가 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근대나무 2011-11-08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6.2.20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