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스 텐슈테트. 개인적으로는 그저그렇게 평가하는 지휘자다. 몇 장의 음반을 접했지만 딱히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하였다. 그래서 유명세는 영국 평론가들의 띄우기로 치부하곤 하였다.

그런데 이제 그가 지휘하는 말러의 제5번을 제대로 들었다. 1988년 그의 암 투병에서 복귀 무대다. 이건 좋은 의미에서 독일적인 소박함과 강건함을 지닌 연주다. 다소 어두우며 내재적으로 응축된 에너지는 과도하지 않으면서도 이따금 폭발적 에너지를 표출한다. 그의 유명한 라이브 연주들, 즉 제1번과 제6번 등과는 달리 작위적인 과장이 드러나지 않는다.  

텐슈테트의 지휘 스타일과 실황 연주라는 특성상 음악이 물흐르듯이 매끄럽게 흘러가지는 않지만 결코 느슨해지거나 유기적인 끈을 놓치지 않는 점은 불가사의다. 횡적으로 또 종적으로 고르지 않지만 무뚝뚝하나 퉁명스럽지 않은 어투로 들려주는 말러도 제법 매력적이다. 여기서 그의 신경질적 자극을 기대하지는 말자.

어쨌든 번스타인, 카라얀 등과 확연히 대비되는 또다른 차원의 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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