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음반정보
   - 레이블: STOMP
   - 음반번호: VDCD-6192
   - 수록시간: 67:48

2. 연주자
   - 바이올린: 백주영 (JU-YOUNG BAEK)
   - 지휘: Henrik Schaefer
   - 연주: New Japan Philharmonic Orchestra

1) Baek plays Brahms & Bruch Violin Concertos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이라면 "힘과 테크닉"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두가지 강점에 관한 한 그 누구보다 두드러지고 돋보인다. 브람스를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고 연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바이올리니스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래서 콘체르토 음반을 녹음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곡목을 듣지 않고도 브람스려니 짐작을 했었다. 두 곡이라고 해서 혹시 브람스와 시벨리우스인가 싶었는데 다행히(?) 브람스와 브루흐라고 했다. 다행이라고 한 것은 한 음반에 다 담기에는 브람스나 시벨리우스나 너무 난곡이고 대곡인지라 하는 입장을 물론이고 듣는 처지에서도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시벨리우스는 다음 기회에 하겠노라 마음먹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의 연주로 베토벤을 들을 날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기도 한다.

브람스는 바이올린니스트의 마라톤 코스와도 같다. 그저 높이 솟아 있어 힘들여 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는 산꼭대기와는 달리 마음을 다스리고 성질을 죽여야 다다를 수 있는 멀고도 험한 고행의 여정이다. 베토벤처럼 작정하고 연주자를 괴롭힐 생각은 아니지만 결국은 힘을 빼고 진을 빼서 비틀거리게 만드는 인내와 수양의 대장정이다. 사나운 빗줄기처럼 쏟아지는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가야 하고 다른 악기의 도전도 뿌리처야 한다. 더러는 기다리는 긴 시간을 참아야 하고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막판 스퍼트에 전력을 쏟아서 마지막 결승점을 통과해야 한다.

오랜 망설임과 침묵 끝에 교향곡 1번과 2번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된 브람스가 또 다른 종류의 교향곡을 생각하며 지나친 의욕을 가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오케스트라의 역할과 비중이 큰 협주곡이다. 1악장에서는 처음부터 오케스트라가 짐짓 분위기를 다 잡고 나면 바이올린은 뒤늦게 나서서 수습을 해야 한다. 그것도 전혀 도와주는 태도가 아니라 집어삼킬 듯이 덤벼드는 형국이다. 가까스로 1악장을 넘기고 나면 2악장을 더 가관이다. 이번에는 오보에가 먼저 나서서 기분을 낸다. 오보에의 크고 영롱한 소리에 이어서 등장하는 바이올린 소리가 얼마나 큰 호소력을 가질 수 있는지 실험이나 해보자는 심산인 것 같다. 마지막 악장에 가서야 바이올린이 제대로 기를 펼 수 있는 기회를 잡는데 그 때는 이미 지칠 대로 다 지친 다음이다.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요아힘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물어보고 작곡했다는데 정말 그랬다면 이럴 리가 없다. 그랬다면 바이올리니스트를 이렇게 힘들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중에 요아힘이 투덜거린 것처럼 물어보기만 하고 하라는 대로는 전혀 하지 않았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완성된 곡이야 어쩔 수 없고 연주하는 입장에선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오케스트라와 적당히 타협하면서 조화를 꾀하던지 아니면 오케스트라에 맞서 누가 이기는지 겨뤄보는 것이다. 물론 전자가 무난한 선택이지만 간혹은 후자를 택해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경우가 있다. 혹시 어설프게 타협하다간 자칫 오케스트라에 묻혀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백주영의 선택은 후자에 가깝다. 가깝다는 애매한 표현을 쓴 것은 초지일관 맞서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타협을 모색하는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에 비하면 많이 부드럽고 나긋해졌다. 그래도 아직은 까칠하고 자신만만하다. 그리고 그 당당함이 바로 백주영의 매력이다. 그래서 브람스에 비하면 말랑말랑하게 다루어도 될 브루흐까지도 똑부러질 만큼 야무지다. 같은 독일인이고 브람스와 같은 시대에 태어났지만 브루흐는 보수적이라는 브람스보다 더 구식에 가깝다. 차이라면 브루흐가 훨씬 더 포용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다양한 여러 가지를 다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작곡가로 기억되고 있지만 지휘자로서, 또 교육자로서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면서 유대교의 의식을 담은 "콜 니드라이"를 작곡했고 종교음악에 열을 올렸지만 정작 그를 유명하게 한 것은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다. 그것도 세 개의 바이올린 협주곡 가운데 처음으로 작곡한 1번이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당대의 또 다른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아우어의 말대로 이 곡의 매력이라면 독창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선율과 기교적으로 결코 쉽지 않지만 전혀 무리가 없다는 점이다. 바이올린의 화려한 기교와 아름다운 음색을 자연스럽게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곡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치밀한 생각보다는 타고난 본능을 내놓고 앞세울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백주영에게는 늘 야생의 기운이 느껴진다. 도저히 길들여지지 않을 것 같은 본능적인 무엇인가가 있다. 그런 점에서는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생각나게 한다. 때로는 나이가 들면서 유연해지겠지 안심하다가도 불쑥 혹시나 그렇게 되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한다. 설마 그 본성이야 없어지지 않겠지만 선 날이 무뎌져서 서슬 퍼런 섬뜩함을 잃지나 않을까 심란하기도 하다. 생각이 너무 많다보면 차고 나가기가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내지르다 보면 살 속을 파고드는 것까지도 무덤덤해진다. 여기서 예술가의 고뇌가 시작되는 것이다. 정답은 없다. 결론도 있을 수가 없다. 오직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 홍승찬 (예술의전당 공연예술감독, 음악평론가)

2) Violin Ju-Young Baek
2000년 뉴욕 Young Concert Artists 국제 오디션에서 450여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우승하며 전문 연주자로 도약한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은, 현지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은 뉴욕과 워싱턴의 성공적인 데뷔 독주회 및 2002년 5월 뉴욕 카네기 홀과 링컨 센터의 뉴욕 챔버 오케스트라 협연에서 당시 뉴욕 필하모닉의 음악 감독이던 쿠르트 마주어에게 극찬을 받으며 국제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입지를 굳혔다.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예술고등학교 2학년이던 해 미국 커티스 음악원으로 도미한 백주영은 1995년부터 시벨리우스, 파가니니, 킹스빌, 롱티보 등 유명 국제 콩쿠르에서 차례로 상위 입상을 하였으며, 1997년 서울에서 개최되어 많은 관심을 모았던 제2회 국제 동아 콩쿨에서 세계적 국제콩쿨 입상자들과 겨루어 당당히 1위 및 금메달리스트로 우승하며 개최국인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지켜주었다. 이듬해인 1998년에는 세계적 권위의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쿨에서 4개의 특별상과 함께 3위 및 동메달을 거머쥐었고, 그 후 2001년에는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쿨에서도 입상함으로써 한국을 빛내었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은 NHK 심포니, 런던 필하모닉,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슬로 심포니, 싱가폴 심포니, 동경 심포니, 서울 바로크 합주단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뉴욕의 카네기 홀, 링컨 센터, 워싱턴의 케네디 센터, 동경의 산토리 홀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편, 국내에서도 KBS 교향악단, 부천시향, 서울시향, 부산시향, 대전시향 등과 협연 및 전국 순회 초청 독주회 등 활발한 연주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실내악에 대한 사랑도 깊은 그녀는 미국 말보로 페스티벌, 라비니아 페스티벌, 대관령 음악제, 일본 쿠사츠 음악제 등에서 초청 연주를 해오고 있으며, 세종 솔로이스츠 리더 역임 후 국내 최초 상주 실내악단인 "금호 챔버 뮤직 소사이어티" 의 창단 멤버로서 활약중에 있다. 커티스 음대와 줄리어드 음대 대학원 및 맨하탄 음대와 프랑스 파리 국립 음악원의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백주영은 2005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 최연소 교수로 부임하여 왕성한 연주와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내지에서...]

3. 녹음
   1) 녹음일자: 2009.05.18-19
   2) 녹음장소: Sumida Triphony Hall, Tokyo

4. 프로그램
       J.Brahms: Concerto for Violin and Orchestra in D Major, Op.77
   01. Allegro non troppo  (23:50)
   02. Adagio  (9:36)
   03. Allegro giocoso, ma non troppo vivace  (8:32)
       M.Bruch: Concerto No.1 for Violin and Orchestra in G Minor, Op.26
   04. Allegro moderato  (8:47)
   05. Adagio  (9:16)
   06. Finale: Allegro energico  (7:45)

수년 전 젊은 나이에 서울대 교수로 임용되어 크게 화제를 낳았던 백주영의 첫 음반이다. 그러고 보면 지명도에 비해 음반작업은 조금 늦은 편이다. 게다가 적당한 소품집이 아니라 협주곡집이다. 대담성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연주와 녹음 모두 뛰어나다.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녀의 연주는 언뜻 젊은 정경화를 연상케 한다. 그 점에서는 브루흐가 보다 확실한 비교 포인트가 된다. 다만 정경화에게는 자신을 새빨갛게 활활 불사르는 열정의 연소가 있는데, 그에 비해 백주영은 조금 더 이성적이다. 적열과 백열의 차이라고 할까.

* 일부에서는 실황녹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실황녹음은 아니다. 아마 이틀간에 걸쳐 반복없이 한번에 녹음 세션을 마쳤다는 의미에서 잘못 인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