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에 실패한 소책자. 저자의 난해한 문체 or 역자의 난삽한 번역 or 독자의 무지?]
원래는 완독한 책만이 이곳에 올라올 자격을 부여받음이 타당하다. 하지만 가끔은 중도하차한 경우도 있어야 완독의 어려움과 기쁨을 상대적으로 실감할 수 있으리라. 그런 면에서 헤르더의 언어기원론은 최초의 완독 실패작이다. 물론 어떻게 해서든지 끝마칠 수는 있겠으나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독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170여 페이지의 단촐한 구성에 자신만만하게 분수도 모르고 덤벼든 독자의 잘못이 물론 제일착이다. 하지만 반론이 만만치 않다. 해설에 따르면 ‘논의전개의 탁월함’과 ‘질풍노도적 문체’라 압권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첫 70여 페이지를 아무리 읽어도 이 두가지가 내게는 전혀 실감나지 않는다. 간혹 기발한 논리와 뛰어난 문학적 표현이 돋보이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논의전개를 따라가기엔 내용 파악이 매우 어렵다.
나는 진실로 묻고 싶다. 헤르더도 악명높은 독일 철학자답게 역시 난삽하고 현학적인 표현으로 자신을 위장하고 있는가. 아니면 원저의 아름답고 탁월함을 역자가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딱딱함과 난해함을 배가시키고 있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결국은 역부족에 과감하게 도전한 나의 무모함과 무지탓인가.
애초에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헤르더의 『인류의 역사철학에 대한 이념』문고판을 읽다가 좀더 폭넓은 이해를 도모하려고 집어들게 된 것이다.
나중에 혹시라도 헤르더의 사상에 대한 기초지식을 갖출 기회가 된다면, 다시 도전하여 실패를 만회하고 싶다.
- 2003.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