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근두근 클래식
허제 지음 / 좋은땅 / 2025년 6월
평점 :
클래식 음반 가이드북이다. 저자는 클래식 칼럼니스트인데, 개인적으로 클래식 추천 음반을 살펴볼 때 많이 참조한다. 저자가 낸 책도 여러 권 갖고 있다. <명반 산책 1001>, <불후의 클래식>, <두근두근 클래식>, <클래식의 권장>이다. <명반의 산책>은 지인에게 양도하였다. <명반 산책 1001>은 명곡에 대한 소개 없이 순수한 음반 안내서다. <불후의 클래식>은 소위 명곡 명연을 작품당 여러 면에 걸쳐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이 책은 대중적인 명곡도 다루지만 비인기 명곡 소개를 많이 한다. 곡 자체에 초점을 맞춰 소개하거나 특정 음반을 알리는 데 주력하기도 한다. 때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를 발굴하는 경우도 있다. 순수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음악과 국악에도 한 항목씩 배정하였다. 최종적으로 음반 소개에 이어지지만 음반을 매개로 한 음악 에세이 겸 가이드북이라고 해야 마땅할 것이다. 클래식 초보자에게 바로 권하기는 어렵지만, 다소간의 지식과 경험이 있는 애호가라면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두껍지 않은 분량에 심리적 접근 장벽도 상대적으로 낮다.
개인적으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보에 협주곡을 알게 되어 기쁘다. 이름만 들어봤던 라이네케의 <발라드>, 나아가 플루트 협주곡과 운디네 소나타를 접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가 작곡한 곡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바버의 <칸쪼네타>와 드뷔시의 피아노 3중주 등도 생소하지만 흥미를 당기기는 마찬가지다. 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에 얽힌 비화, 비하의 <아리오소>, 플루트 소품집 <미니어처>와 더불어 경시되던 케텔비의 음반을 소개한 건 무척이나 반갑다.
당시 평론가들은 ‘불후의 작품’이라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품위가 없고 저속하지만 즐거운 곡이라며 비난하였다. 또 ‘순수하고 싸구려인 사이비 동양주의’란 빈정거림도 있었다.
당시 대중음악의 태동기인 시절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클래식이 아닌 가벼운 것이었고 이게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P.148, 케텔비 <페르시아의 시장에서>)
쿠벨릭이 지휘한 체코필이 연주한 스메타나 <나의 조국>에 관한 저자의 부끄러운 일화, 대형 경기장에서 오페라 공연을 하는 상업주의 비판, 예술의 전당 음향에 관한 저자의 불만, 샤콘느 음악과 추모곡을 연동하여 비슷한 사례를 계속 소개한다든지, 클래식 연주자가 실력보다는 외모와 노출로 주목을 끄는 사례, 아버지의 명성에 가린 바흐의 아들들 중에서 칼 필립 에마누엘 바흐를 부각하는 글 등은 재미와 유익을 두루 갖추고 있다.
결국 나는 그것을 수정하고자 무려 8년을 기다려야 했고, 드디어 2009년 나온 <불후의 클래식>에 ‘눈시울을 붉히고’로 수정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후배 말만 믿고 확인도 하지 않고 쓴 내가 경솔했다. (P.22, 스메타나 <나의 조국>)
멀쩡한 오페라 극장을 놔두고 도떼기시장 같은 대형 경기장으로 나가 오페라 공연을 하고 또 여기에 비싼 돈 내고 사람들이 몰려가는 이유가 몹시 궁금할 따름이다. (P.46, 푸치니 <투란도트>)
이 책에서 주요 작품 또는 연주로 다루는 음반을 다 감상한 후 독서 단상을 쓰면 좋겠지만, 그러면 꽤 많은 시일이 걸리거나 가능하지 않을 것이기에 - <불후의 클래식> 진도가 나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순전히 글의 내용만을 가지고 일단 몇 자 끄적거린다.
다만 여러 장점과 미덕에도 불구하고 책 자체로서 완성도는 많이 부족하다. 정보의 오류는 드물게 나타나지만, 빈번하게 마주치는 맞춤법의 오류는 분명한 교정의 오류다. 좀만 더 꼼꼼하게 살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하나씩 예시만 든다.
칼 뵘 연주 이외에도 명연주로는 모노이지만 에리히 클라이버 연주 그리고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연주를 추천한다. (P.51,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 에리히 클라이버 연주는 모노가 아니라 스테레오 녹음
드보르작이 이 곡을 통해 끝없는 우수와 동경을 마음속의 향수와 같이 토로하고 있다면, 셸 역시 느꼈던 인생의 감회를 마지막 녹음을 통해 백조의 노래로 울부짖고 있다.
오늘도 그의 1970년 도쿄 실황 연주는 들으며 예술적 향취에 젖어본다. “인생을 짧은 예술은 길다” (P.175, 드보르작 교향곡 8번)
→ 오늘도 그의 1970년 도쿄 실황 연주를 들으며 예술적 향취에 젖어본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