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표준 금강반야바라밀경 : 주석본 조계종 표준 금강경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 엮음 / 조계종출판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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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만큼 다니시던 절에서 49재를 치르기로 하였다. 이때 가족이 경전을 필사하여 49재 당일에 소각하면 고인을 위해 좋다고 스님이 말씀하였다. 이에 따라 불교 경전 수업 겸 한문 공부를 위해 사경하기로 하였다.

 

이 책을 고른 까닭은 어쨌든 금강반야바라밀경이 조계종의 소의경전이므로 종단 차원에서 공식 인정한 판본이 표준이라는 판단에서다. 한자 원문에 한글 독음이 실려 있고, 해석이 이어지는 형식이다. 일단 번잡한 해설이 없어 깔끔하고 두껍지 않다. 가끔 각주가 있지만 많지 않을뿐더러 건너뛰더라도 경전 이해에 큰 어려움은 없다. 맨 뒤에 미주와 색인이 있다.

 

여래가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은 법이 실제로 없다. 수보리여! 여래가 얻은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에는 진실도 없고 거짓도 없다. 그러므로 여래는 일체법이 모두 불법이다.’라고 설한다. 수보리여! 일체법이라 말한 것은 일체법이 아닌 까닭에 일체법이라 말한다. (P.64, 구경무아분)

 

대충 이해한 바에 따르면 일체의 관념, 의식, 집착(我相人相衆生相壽者相)을 벗어나 보시를 행하되, 보시한다는 의식마저 존재하지 않을 때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아누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를 수 있다. 이때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은 실체를 지니고 있지 않으며 어떤 정해진 법도 아니다. 말장난 같으면서 굉장히 심오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정과 반을 모두 긍정하므로 변증법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이 얄팍한 경전이 조계종에서 그토록 중시되는 이유는 몇 장만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부처가 수보리 장로를 비롯한 대중 앞에서 설한 내용으로 요지는 오히려 간단명료하다. 비구를 비롯한 중생들이 오해하지 않고 명확히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부처는 같은 얘기를 몇 차례 반복하여 들려준다. 부처 자신이 이 경전의 중요성을 직접 설파하는 것은 그만큼 여기 실린 내용이 가르침과 깨달음의 핵심이기 때문이리라.

 

수보리여! 간단하게 말하면 이 경에는 생각할 수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는 한없는 공덕이 있다. 여래는 대승에 나아가는 이를 위해 설하며 최상승에 나아가는 이를 위해 설한다. (P.55, 지경공덕분)

 

이 경전은 다른 불경과 달리 분량이 짧고, 쉬운 어휘를 사용하며, 반복되는 내용도 많다. 그것은 독송용으로 최적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불자가 즐겨 독송한다고 간행사에서도 밝힌 바 있다. 부처 또한 이 경전을 받고 지니고 읽고 외우는(受持讀誦) 행위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하다못해 사구게만이라도 설하도록 권장한다.

 

이 책은 매우 함축적이고 단정적인 문장으로 구성되었기에 솔직히 뜻풀이만으로는 부처의 가르침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충분히 알기는 어렵다. 해설본이 불가피하게 필요한 이유라고 하겠다.

 

일체 모든 유위법은 / .허깨비.물거품.그림자

이슬.번개 같으니 / 이렇게 관찰할지라. (P.88, 응화비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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