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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 신윤복, 조선의 여인을 그리다 ㅣ 빛나는 미술가 7
최석조 지음, 김민준 그림 / 사계절 / 2015년 9월
평점 :
단원 김홍도에 관한 책을 읽으니 자연스레 혜원 신윤복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놀랍게도 혜원을 다루는 제대로 된 책은 거의 전무하다. 비교적 근래의 책 중에서 그나마 고른 게 바로 이 책이다.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 도서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유명세에 비해 혜원의 삶은 거의 비밀에 싸여 있다. 그의 아버지가 도화서 화원 신한평이라는 것 외에는. 그가 도화서 화원이고 벼슬살이도 했다는 정보는 오세창의 기록에 따르지만 아무런 증빙이 없다. 그의 아버지가 도화서 화원이었기에 혜원은 화원이 될 수 없는 게 당대 규정이다. 설사 그가 화원이었다고 하더라도 아주 짧은 시기만 보냈을 뿐 자의든 타의든 도화서를 떠났을 것이다. 도화서 화원으로서 아무런 자취도 남기지 않고 있어서다.
혜원의 생몰연대 또한 미상이다. 심지어 그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을지 모른다는 견해도 있었을 정도다. 그가 남긴 주요한 작품은 주로 여인네들, 그것도 그네들의 은밀한 모습을 그린 것인데, 이는 남녀 구별이 엄격한 조선 시대에서는 남성 화가가 도저히 그리기 어려운 장면이다. 비록 그네들의 대다수가 기생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이런 점들을 이해하니 혜원에 관한 책이 빈약한 게 납득 된다. 이 책을 포함하여 그나마의 책들은 대체로 혜원의 작품 해설 위주다. 그의 그림 독해를 통해 당대 서민들의 생활 모습, 의상, 풍속을 이야기로 맛깔나게 풀어내면 제법 풍성한 내용을 담을 수 있다. 당대 여성의 외모도 요즘과 비교하며 살펴볼 수 있다. 특히나 사극 등의 의상 고증에서 혜원의 풍속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단다.
혜원의 그림은 산수화와 동물화도 있지만 <혜원전신첩>, <여속도첩>의 풍속화와 <미인도>가 단연 대표작이다. 남들과 다른 혜원만의 그림 특징은 여인이 주 대상이라는 점 외에도 남녀 사이의 사랑에 관한 작품이 여럿 있다는 점이다.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 남녀 간 사랑은 드러낼 수 없지만 결코 인간의 본능은 어쩔 수 없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서민은 물론 양반들의 애욕도 드러내지만, 흔히 짐작하는 것과 달리 전혀 풍자적이지 않다. 그는 그저 해학적 시각으로 솔직하게 그려낼 뿐이다.
자칫 타락한 모습으로까지 비춰질 수 있는 양반들의 은밀한 생활도 그림의 소재가 되기 시작한 거지요. 산이나 강, 꽃이나 동물 같은 아름다운 자연물에 대한 관심이 인간의 삶으로 옮겨 갔습니다. (P.91)
혜원의 그림은 색채적이다. 단원을 비롯한 조선 시대 화가들이 수묵을 위주로 하고 색채의 사용을 매우 제한적으로 하였음에 비하면 혜원은 색채가 주는 효과를 너무나 잘 알고 있음을 알게 된다. 풍속화 속 여인과 <미인도> 속 미인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한 포인트 색깔은 너무나 선명하다.
간송 전형필에게 새삼 감사함을 느끼며, 혜원에 대한 본격적 안내서가 나오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