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못도와줘서.


배에 갇혀 죽어가던 꽃같은 애들 삼백명도

못도와준 우리가

무슨 낯으로 너희를 돕겠는가.


너희고 우리고 다 죗값치를 날 올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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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쓸쓸할 때 술 대신에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곤 하는 김연수의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의 후속이 나왔길래 교보에서 샀다.

왼쪽의 <청춘의 문장들>은 2006년판이다. 


2006년판 <청춘의 문장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챕터는

두번째 "지금도 슬픈 생각에 고요히 귀기울이면"이다.

나는 이 장을 읽은 날이면 늘 술을 먹는다.

아니 술을 먹은 날 이 챕터를 읽곤 한다.


아.


김연수의 산문은 읽는 사람의 마음 어느 구석을 '툭' 치고 가곤 한다.

<청춘의 문장들 +>도 그렇다.

이 두 권을 머리맡에다 두고 한밤중에 뒤척이다 읽는 요즘이다.



몇 해전 세상떠난 매염방 누님의 노래 女人花를 오며 가며 들었다.

이 노래 가사에 이 귀절이 좋더라.


愛過知情重

醉過知酒濃

花開花謝總是空


사랑한 뒤에야 정이 무거운 줄 알고

취한 뒤에야 술이 독한 줄 아노라

꽃 피었다 꽃 지니 모든 게 텅 비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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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4-05-20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케님 반갑습니다. 저도 이렇게 두 권 같이 두고 읽어서 더욱 반갑네요. 다시 읽어도 참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분향소 쪽지에 적힌 한 유족 엄마의 글을 옮겨적은 이는

이 글이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불편함이 오래 남아 이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잊혀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일테다.


아..저 애절하고 통절한 마음을 누가 헤아리고 측량하랴.

부모가 돌아가시면 그래도 장지를 내려오다 앞산이 보이는데

자식이 죽으면 산을 내려오다 발을 헛디딘단다.

앞이 캄캄해서.


나도 자식키우는 애비라  저 억장무너지는 애통함을 생각만 해도

손발이 저리다.


부모 자식간의 이 '단장의 조사'를 쓰고 읽어야 하는 시대를 만들려고

우리가 지난 시절을 그리 살았나.


탐욕에 눈이 멀어 배를 넘어뜨린 자본, 두 손 놓고 애들 수장시킨 정부,

진실을 호도하고 왜곡한 언론, 종북과 선동의 잣대로 슬픔을 모욕한 극우,

용서하지 못할 것들이 많다.

 

죽어 가는 지옥이 아니라

여기가, 이곳이 무간지옥이다.


이대로는 못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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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5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장례비 초과시 유족들 보상금에서 공제한다는 소식을 들은 아이들이 친구 장례식장에 조문가서 혹시 유족들 보상금이 줄어들까봐 음료수 한 잔도 안 마시고 간다는 얘기를 출근길 큰 아이에게 전하다가 함께 울었다. 이게 나라일까.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어느 아빠가 말했다. "친구집에서 자고 오기도 하고 친구도 데려와서 잤는데 그 친구들도 함께 떠났습니다. 한 명도 빠짐없이" 한 명도 빠짐없이 떠났단다. 지금 안산이란 지역공동체가 그런 참혹한 슬픔에 빠져 있다.

'더 바라는 것 없고,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때 데려다 달라'고 말해야만 하는 부모의 심정을 어떻게 가늠해 볼 수 있을까. 그 앞에서도 VIP, 컨트롤타워, 노심초사 따위의 말들이 나오나.

진도 체육관 스크린에 '1XX번째 희생자'라는 문구가 뜨고, 게시판에는 희생자의 외모와 특징이 적힌 공지가 붙었다.
스크린만 쳐다보며 조금의 미동도 없이 서있던 실종자의 아버지와 남동생.
아버지가 아들의 손을 꽉 부여잡고 말한다.
"형 나왔다"....

아.. 이런.. ㅠㅠ; 기사를 보는데.. - 한 엄마가 바다를 보며 아이를 타이르고 있더라고 했다. "○○야, 그만 버티고 가거라. 살아 있어도 구해줄 것 같지 않아. 그만 가서 쉬어. 깜깜한 데서 춥고 배고프잖아. 엄마가 곧 따라가서 안아줄게. -

앵커에게 검은옷 입지 말라 한 KBS 보도국장, 유족들 통곡장면 내보내지 말라는 MBC 보도국장. "제 자리에서 가만히 있으라"던 세월호 안내방송은, 대한민국호에서 KBS와 MBC를 통해 지금도 이렇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심리기획자 이명수 선생 트윗@meprism에서.

나는 요즘 거의 미쳤다. 분노와 슬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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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4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05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110111


친박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29일 "미국의 9·11사태는 여야가 앞장서서 수습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국민이 하나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부패 자본과 무능 정부가 초래한 세월호 참사를 외적의 공격을 받은 9.11사태에 비유해 논란을 자초했다.

홍 총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놓고 하야까지 운운하는 것은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국민을 더 큰 갈등과 분열로 몰아넣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 는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표명 여부를 놓고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져 홈페이지가 한때 다운됐다고 한다"며 "노회찬, 이정희 등이 정권퇴진을 암시하는 등 국민적 어려움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정략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한심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고 박성미 영화감독과 야권을 싸잡아 원색 비난하기도 했다.


................


꽃같은 애들 삼백명을 물 속에서 죽여놓은 정부의 집권여당의 고위 당직자가


지금 이 시점에 할 소리인가.


차라리 혀 깨물고 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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