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놈이 세살이 되기 전까지 키우며 애비로서 제일 많이 한 말을 들라면

아마 "지지 ! 그거 안돼!...그거 지지야"일테다.


나 뿐 아니라 대부분의 이 땅 부모들이 그랬으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그리 들으며 자랐으니 자연스런 구비전승이다.


유아어의 금지어 범주에 드는 지지란 말은 불교에서 왔다

지지(止持)는 몸과 말로 하는 나쁜 짓을 깨우쳐 죄업을 짓지 않게한다는 뜻으로 푼다.


아이가 더러운 것을 만질려고 하거나 먹을려고 할 때

위험한 행동을 하려고 할 때 무심코 내뱉는 금지어 "지지!'


그런데 나이들고 살다보니 이 금지어가 꼭 유아 시절에만

소용닿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들어 뭐든 과하다. 

술도 과하고 담배도 과하고

일욕심도 과하고 고집도 과한데다

천성이 편협하고 부박하여 교만도 과하다.


그래서 나같은 중년의 남자에게 지지란 말은 

원래의 뜻처럼 止持일수도 있지만

나는 知止로 새긴다.


"멈출 때를 아는 것" 


오늘도 나에게 "知止하여 止持"하는지 물어본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 낮에 혼자 객쩍은 생각 몇 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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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8-06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지라고 하시니 문득 생각납니다. ^
자왈 지지위지지요 주지위부지면 시지야라. ㅎㅎㅎㅎ

알켸님의 지지와는 별 상관도 없는 내용이지만 문득 생각나서요 ^^


알케 2015-08-06 14:06   좋아요 0 | URL
저는 모르는 것도 안다고 하고 아는 것은 부풀려 말하는 소인이지라..
나이들어 논어를 읽으면 뜻이 새롭습니다.
더운 날씨 시원하게 보내세요. 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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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 2015-07-23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하네요.
늙지 않았어요.
선배도 건강한 여름날 보내요!! ^__^

양철나무꾼 2015-07-23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 글씨 좋은 사람 완전 좋아하는데...ㅋ~.
캘리그라피 하셔도 되겠어요~^^

라로 2015-07-24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알케 2015-07-24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모두들 감사합니다.
이젠 자주 이렇게 글을 올려야겠네요.
 

 

나와 12년 째 저자거리의 세월을 같이 보내고 있는 필통 테루군이다.

천안에 살 때 아내와 마트갔다가 문방구 코너에서 업어왔는데

어쩌다보니 세월이 그만큼 흘렀다.

 

회의가서 살림살이를 주섬주섬 꺼내다 마지막에 필통을 올려놓으면

몇 사람들은 웃으며 묻는다.

"아직도 필통 가지고 다니세요?"

"그러게 말입니다"

 

볼펜 여덟자루, 연필 세자루, 만년필,칼라태그,리필잉크,USB메모리, 포스트잇...

테루군의 식구들이고 그의 집은 내가 늘 메고 다니는 배낭 오른쪽 포켓이다.

 

식구들이 늘어나서 한동안 더 큰 필통을 찾아다니다가 마음을 접었다.

무생물이건 생물이건 이름을 짓고 호명하는 그 순간부터

피차간에 '연기(緣起)'가 시작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잘지내자.

꼬질꼬질한 테루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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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 2015-07-23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선배 글씨체를 참 좋아했는데,
글씨체도 여전한가요? ^^

알케 2015-07-23 16:03   좋아요 0 | URL
늙더라 ;(

붉은돼지 2015-07-23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겹습니다.^^

알케 2015-07-23 16:04   좋아요 0 | URL
ㅎ 반갑습니다

라로 2015-07-23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필통 가지고 다녀요~~~^^; 님의 필통처럼 오랜 시간 함께 한 녀석은 아니지만요~~~^^;;;
글씨체도 보고싶네요~~~^^*

알케 2015-07-23 16:04   좋아요 0 | URL
우격다짐으로 이름하나 붙여주세요 ㅎ

라로 2015-07-24 01:15   좋아요 0 | URL
그럴까요???ㅎㅎㅎ 토리씨라고 부를께요~~~~=.=

양철나무꾼 2015-07-23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이 글도 좋아요.
제 필통도 언제 함 올려봐야겠어요~^^
 


배가 더 기울까봐 끝까지
솟아 오르는 쪽을 누르고 있으려 
옷장에 매달려서도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믿으며

나 혼자를 버리고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갈등을 물리쳤을, 공포를 견디었을 
바보같이 착한 생명들아! 이학년들아

그대들 앞에 이런 어처구니 없음을
가능케 한 우리 모두는…
우리들의 시간은, 우리들의 세월은
침묵도, 반성도 부끄러운 죄다
쏟아져 들어오는 깜깜한 물을
밀어냈을 가녀린 손가락들

나는 괜찮다고 바깥 세상을 안심시켜 주던
가족들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 
핸드폰을 다급히 품고

물 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 보았을
공기방울 글씨
엄마,
아빠,
사랑해!

아, 이 공기,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누군가 있다면

이 아이들을 살펴주시길.


미안하다.

애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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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피해 가족들의 아픔을 기억하기 위한 달력이 제작됐다. 디자인 컨설팅 업체 슬로워크가 만든 ‘기억하라. 그리고 살아라’는 이름의 2015년도 달력이다. 

달력은 흰 바탕에 검은색 숫자와 글씨로만 구성됐다. 표지에는 416이라는 문구가 볼록하게 양각으로 처리됐다. 두번째 장은 나희덕 시인의 ‘살아라. 그리고 기억하라’는 시가 적혀 있다. 세번째 장부터 1월이 나온다. 그림 등 장식은 일절 없다. 일요일과 공휴일도 빨간색이 아니라 검은색이다. 세월호가 침몰한 4월 16일은 날짜도 없이 비어 있다. 대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종이배를 접을 수 있도록 노란 색종이 한 장을 부착했다. 


기억하라. 그리고 살아라’는 달력 제목은 나희덕 시인이 직접 지었다. 슬로워크의 요청에 나 시인은 “1980년대 쓴 시(‘살아라. 그리고 기억하라’)가 현재도 유의미한 것 같다”며 자신의 시 제목을 변형시킨 제목을 지어줬다. 조성도 슬로워크 이사는 “달력은 1년 내내 걸어두고 보는 것이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로 유용하다. 세월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되 모두에게 부드럽게 다가가 공감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휴일이 의미가 없는 유가족 마음을 헤아려 공휴일을 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달력은 온라인 모금사이트 텀블벅(https://tumblbug.com/ko/416)��� 서 판매된다. 1만5000원을 후원하면 달력을 1부 보내준다. 후원금은 4·16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에 전액 전달한다. 12일 현재 후원액수는 400만원(목표액수 300만원)을 넘겼다. 현재까지 달력 구매의사를 밝힌 이들은 140여명이다.


.......


잊지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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