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다 건너 출장간 동안 일어 난 일.


은수미 의원의 필리버스터 마지막 연설이 가슴에 자꾸 남아서 옮겨 둔다.



" 두렵지 않기 때문에 나서지 않는 게 아니라, 나서야하기 때문에 나섭니다. 그게 참된 용기입니다. 참된 용기를 가진다는 것과 참된 용기를 왜 가지게 되었는지는 정치인한테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초선 비례의원에게는 ‘내가 이 자리에 서야 되는지’ 혹은 ‘내가 용기를 더 내야하는지’ 항상적인 질문을 합니다. 내린 결론은 20대 때 간절한 것 이상으로 간절하다는 사실입니다. 

더 이상 청년들이 누구를 밟거나 밟힌 경험만으로 20대를 살아가지 않기를 원합니다. ‘청년’을 넣고 네이버 검색을 해봤습니다. 검색어 1위가 ‘알바’일거라고 추정했는데 ‘글자 수 세기’였습니다. 20대 청년한테 이 이야기하면 다 웃습니다. 회사에 지원하는데 1000자 이내로 써라고 해서 글자 수 세기 프로그램 돌린다는 겁니다. 청년하면 떠오르는 게 젊음도 아니고, 정열도 아니고, 축제도 아니고, 사랑도 아니고, 욕망도 아니고, 그런 모습으로 살게 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자기 인권과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 뿐만 아니라 타인 권리를 보장하기도 어렵습니다. 우리 미래가 그렇게 되어서는 안됩니다. 저 역시 젊은 시절에 대한민국을 바꾸겠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나이가 들면 우리 아이들이 저보다 훨씬 더 찬란한 세상을 향해 나아갈 거라고 믿었습니다. 제가 처음 대학 들어갔을 때봤던 장면은 전경으로 대표되는 독재였지만, 더 나은 미래가 열릴 거라고 믿었습니다. 

1987년 (민주화항쟁) 20주년 기념식에 있었던 2007년, 그때 세종문화회관에서 기념식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건너편에서 비정규 노동자하고 모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참으로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세상이 민주화되는데 기여했고 할 만큼 했노라 했는데 그렇지 않구나. 그 민주화된 세상에서 누구는 비정규직으로 살고 누구는 청년 실업자로 살고, 누구는 자살해야하는구나.’ 

대테러방지법을 이야기하면서 왜 이런 이야기를 드리냐하면,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밥 이상의 것을 배려해야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헌법이 그래서 있습니다. 헌법에 일자리, 노동, 복지 또 그 이상의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불가침의 인권,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도 탄압받아서는 안 되고, (눈물로 잠시 말을 잇지 못함) 

누가 그래요. 대테러방지법 되어도 사람들이 밥은 먹고 살겠지. 다시 말씀드리지만, 헌법에 보장된 시민?주인으로서의 국민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언론의 자유를 누려야하고,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하고, 어떤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야합니다. 자기 운명을 자기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것을 못하고 할 수 있게 하는 법이라고 그렇게 누차 이야기하고, 제발 다른 목소리 들어달라고 하고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하면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다른 방향이 있습니다. 나와 박대통령이 다름을 인정하거나 여당과 야당이 다름을 인정하고 제발 이야기를 해보자는 겁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단 한명도 인권을 훼손당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자기 운명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지. 대테러방지법을 비롯해서 다른 법에 대해 그렇게 박근혜 정부에게 요구했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능하고 제가 무능한 탓에 항상 발목을 잡는 것으로 소개가 되지요. 그래도 저는 포기하지 못합니다. 저의 주인이신 국민이 살아가야 되니깐요. 그분들은 포기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저는 돌아설 수 있는 자리가 있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그분들은 아닙니다. 헬 조선을 외치는 청년들은 도망치는 거 외에는 둥지가 없는 사람입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도 자기 둥지를 부러뜨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노무현 고 대통령도 둥지를 부러뜨리려고 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제가 좀 버틴 게 당에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고요. 다시 한 번 부탁을 드립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을 믿습니다. 통과되어도 언젠가는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또 누군가, 고통을 당해야할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도 덜 고통 받는 방법을 제가, 정부?여당이 찾읍시다. 

약자를 위한 정치에는 여당도 야당도 없고 보수도 진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국민을 위해서 생각하고요. 박근혜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생각하는 국민과 제가 현장에서 직접 뵙는 국민이 다르다, 이렇게 다른데, 어떻게 하면 같이 살까. 이 생각 좀 합시다. 피를 토한다던가, 목덜미를 문다던가, 이런 날선 표현들 말고 어떻게 하면 화해하고 함께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응원하고 격려할 수 있는지, 힘내게 할 수 있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저의 필리버스터를 끝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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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들놈이 중학교를 졸업했다.


이런 저런 식순이 끝나고

교가를 부르는 순서에 무심히 장내를 둘러보니

요즘 여자 중딩들의 '표준 화장법'을 충실히 따라

하얀 계란에 빨간 칠을 한 '달걀 귀신'형용으로 

내내 재잘거리던 여자 아이들이 막 운다. 


달걀 귀신들이 단체로 우는 모습을 어디에서 목도하겠는가.

그것도 검은 눈물을 흘리는 달걀 귀신들을 말이다.



어른인양 흰 분칠을 하고 붉은 가루를 발라도

속내는 아직 여리고 순한 애기들일 뿐이다.


애들아. 순하게 잘 자라거라.

마음으로 합장하고 가피를 빌었다.

 

우리 아들도

무탈하게 인생의 어느 한 지점을 잘 마무리해줘

다행이고 고맙다.


또 몇해가 지나면 이제 아들놈도

우리 부부 품을 떠나 세상으로 가는구나.


나보다 머리 두 개가 더 높은 아들과

기념 사진을 찍으며 생각했다.


빠르다.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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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 2016-02-06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루가 중학교를 졸업했군요.
미루에게 축하를, 선배에게는 애쓰셨다는 인사를....
저는 빨간칠 한 하얀 달걀들이 예쁘면서도 애처러워보일 때가 종종 있어요. ^^

알케 2016-02-15 20:58   좋아요 0 | URL
고맙다. ㅎ
 


사시사철 주야장천 등에 메고 다니는 배낭 지퍼에 세월호 리본을 달아 둔지가 1년이다.

저 배낭을 메고 일하러 가고 술 먹으러도 가고 유럽도 갔다.

꽃 같은 아이들의 비극을 잊지 말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가족들의 품으로 하루 빨리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먹고 살기 바빠 유족들의 농성장에도, 안산 추모식장에도 가보지 못했으니

깔랑한 이것으로나마 아직 잊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기도 했다.


오늘 어느 회의 자리에 들어갔다가 배낭을 챙기는 내게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워딩을 그대로 옮겨보자)


 "아니 이제 나이도 있으신 분이 아직도 이런 걸 달고 다녀요?

 애도 아니고...나이값 좀 하세요

 세월호 유족들 돈 많이 받았다면서요" (sic)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다 돌아오면 그날 뗄거다. 

 이 개자식아"


일 하나 안하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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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요.
    from 마지막 키스 2015-11-04 16:13 
    저도 다 돌아오면 떼겠습니다.아니, 다 돌아와도 오랫동안 떼지 못할 것 같습니다.
 
 
 


친애하는 놀란 선생님께. 


저는 지금, 그리고 지금까지 살면서 스트립 댄서였던 적이 한번도 없다는 걸
 분명하게 하고 싶습니다. 
 
저는 홈 디포 (역주: 미국의 가정용 건축자재 제조 및 판매업체) 에서 일하고 있고, 
딸아이에게 저번 주 폭설이 오기 전에 정신없이 바빴다고 말해줬습니다. 

저는 딸에게 저희 가게가 단 하나의 삽도 빠짐없이 팔았다고 생각했을 때, 
물류창고에서 남아있던 마지막 삽 하나를 발견하고 
많은 고객들이 그 삽을 사려고 혈안이 되어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딸아이는 제가 봉춤을 추는 것을 그린게 아닙니다, 
저 그림은 제가 마지막 남은 삽 하나를 팔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입니다.  

이제부터는 딸이 숙제를 제출하기 전에 
좀더 자세히 점검하는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 

톰슨 부인.
 


아무리 봐도 삽으로 안보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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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0-23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 너무 귀여워요^^

강윤화 2015-10-24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 쓰는 삽인데 선생님이 오해하셨네 ㅎㅎ
 

폭염 주의보가 발령된 서울은 후끈하다.

그러나 나는 모처럼 사무실에서 찬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일한다.

열흘 넘게 뙤약볕 아래서 일하느라 죽을 뻔 했으니 이 호사를 누릴만 하다.


1. 이 달말에 유럽 출장을 간다.

    애를 먹이던 섭외 문제 하나가 조금전에 극적으로 해결됐다.

    무려 서너달 동안 애를 먹이던 사안이였는데.

    모두 모여 만세삼창을 했다.


2, 아들놈 키가 182cm라는 아내로부터의 전갈.

    작년 10월에 178cm였는 4cm가 더 자랐다.

    내 개인적으론 이 소식이 더 반가웠다.

    쓸쓸한 호빗의 삶은 내 대에서 종언.


3. 술 안먹은지 4일째.

    이틀만 더 참아볼 생각.

    지난 일요일날 삿포르와 아시히를 섞어 무려

    열두캔이나 마셨다. 혼자. 미쳤다 싶다.


4. 공주님의 하나마나한 담화문 발표.

    다 남탓 뿐. 


5. <오 나의 귀신님>의 박보영양은

   이 세상 두발 달린 것들 중에서 귀여움으로 으뜸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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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8-06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케님 왜 이렇게 재미나세요?? 호빗족이었나요? 저도 호빗족까진 아니어도 만만치않지만 저의 주니어들은 다르더군요. 후훗~ 유럽출장 잘 잘 다녀오시고 좋은풍경 있으면 공유하시구요ㅎㅎ

알케 2015-08-07 20:30   좋아요 0 | URL
유럽으로 반지원정대 갑니다. 호빗의 운명 :(

프랭키 2015-08-15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루가 182?!
선배, 성공한 인생이에요. ㅎㅎㅎ

알케 2015-08-15 09:21   좋아요 0 | URL
동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