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끝에 몇 명의 천사가 앉을 수 있을까를
골똘히 그리고 열렬히 논쟁하는 스콜라들이
11월 초에 상암동에 "도적처럼" 재림했다.
미처 "등잔의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늙은 신부인 나는
요즘 그들과 무익하고 유해한 댓거리를 벌이고 있다.
일터 안과 밖이 어수선하다.
그 와중에 읽은 책들.
사이 몽고메리의 <문어의 영혼>과 호프 자런의 <랩걸>
그리고 에드 용의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혼자보기 아까워서 여럿에게 권했다.
어떤 깨달음을 얻는 것 만큼 중요한 것 두 가지.
그 깨달음을 기록하고 나누는 것.
문어와 식물과 미생물,
그 이종의 세계, 미세 영역을 관찰하다
도리어 자신을 포함한
인간 개체의 삶을 되돌아보고
깨달은 사람들의 기록.
갑자기 차가워진 늦가을 밤에
책방 한 구석에서 웅크리고 <랩 걸>을 읽다가
어느 한 문단에서 찌릿했다. 나는.
나머지 두 책들 모두
"찌릿"한 챕터와 문단이 있다.
나는 좋았다.
평안과 지식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