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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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는 부모라 그런 걸까? 『아킬레우스의 노래』에서 내게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사랑과 인간의 잔혹한 본성에 관한 질문이었다. 나는 책 속에서 결핍된 사랑과 지나친 사랑, 동성애적 사랑과 희생적 사랑을 보았다. 그리고 한 지배자의 탐욕으로 인해 어떠한 원한과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살인 기계로 전락해 가는 모습도 보았다. 나 역시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읽었을 때 매들린 밀러처럼 아킬레우스가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 광분하는 이유와 헥토르의 시신에 미친 듯이 화풀이하는 모습이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상상한 것처럼 그런 역사적 사정이 실제로 있었다면... 그랬다면... 나는 ... 내가 흘린 눈물이 그 답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1. 아버지의 결핍된 사랑
파트로클로스의 아버지인 메노이티오스는 결혼 지참금 때문에 백치인 어머니와 정략결혼을 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파트로클로스는 똑똑해 보이지도, 신체적으로도 튼튼하지도 않았다. 또한 어린 아들은 아버지를 두려워했고, 아버지는 이런 아들을 탐탁지 않아 했다. 그러나 파트로클로스 왕자는 아버지의 판단과는 달리 높은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는 주사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고, 틴다레오스 왕이 아버지를 모욕했을 때 아버지는 몰랐지만, 5살인 그는 알았으며, 펠레우스 왕이 어린 이방인들을 불러들이는 이유를 일찍 깨달았다. 아킬레우스가 거짓말하기 싫다고 했을 때, 어떻게 하면 그와 아킬레우스가 체벌을 면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고, 훗날 케이론 스승으로부터 의술을 배워 트로이 전쟁에서 부상자들을 돕는데 큰 힘이 되어주기도 했다.

만약 아버지가 이런 아들의 강점을 제대로 파악해서 잘 키워주었더라면,  그리고 아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었더라면 파트로클로스는 성군이 되지 않았을까? 나는 파트로클로스의 어린 시절이 학대와 조롱 무관심의 환경이었기에 마음 아팠다.


2. 어머니의 지나친 사랑
아킬레우스는 테티스의 과잉보호와 과잉 기대를 받으며 자란다. 그녀는 아들이 인간임을 부정했으며, 그 누구보다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길 바랐다. 여신이었던 그녀는 아버지가 단지 필멸의 인간이란 이유로 멀리했으며, 파트로클로스 역시 인간이어서 싫어했다.(펠레우스가 그녀에게 못된 짓을 한 것이 트라우마가 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인간의 한계로 규정해 놓고 있다.) 그녀의 지나친 기대와 지나친 과잉보호가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3. 희생적 사랑
이 소설은 파트로클로스의 시점에서 모든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일까? 파트로클로스에게서 심리적 거리감이 가장 가까웠고, 그래서 그의 죽음 묘사가 고통스러웠다.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그의 전투 마차를 끌고 나가자 많은 그리스인들이 그를 향해 환호했다. 마치 진짜 아킬레우스가 된 마냥 ... 어디서 그런 힘과 용기가 난 것일까... 그는 아킬레우스의 명예와 이 전쟁의 끝을 위해 그의 생명을 불사르게 된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이자 가족이자 동료이자 친구인 아킬레우스가 비난의 대상이 되도록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또한 그의 동료들이 죽음에 내몰리는 모습 역시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 그는 이 전쟁이 하루라도 빨리 끝나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렇게 무리한 행동을 한 것이다. 그리고 잔인한 살인기가 된 것이다. 두 사람은 똑같은 '왕자' 신분이었지만, 한쪽은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았고, 한쪽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그를 아킬레우스라 믿는 전우들과 함께 사르페돈을 죽이고 트로이아인을 궁지에 몰리게 했을 때 파트로클로스의 아버지가 원했던 왕의 아들 모습을 이룬 것이었다.


4. 생과 사의 연결고리
파트로클로스는 11살 때 실수로 사람을 죽였다. 이 일로 그는 신분 박탈과 추방을 당했다. 아버지가 주신 몸값으로 프티아에서 지낸다. 그곳에서 아버지 사랑을 받으며 사는 미소년을 본다. 그의 분홍색 발과 그에게 잘 보이려 애쓰는 소년들을 본다. 그는 이 모든 것이 화가 난다.

프티아의 모든 소년들이 아킬레우스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데 유독 한 소년만이 그에게 적의를 보인다. 아킬레우스는 아버지가 왜 그 소년을 택했냐고 물었을 때, 
놀랍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렇다 지금까지 자신을 이렇게 낯설게 대한 이는 없었다. 그것이 이 소년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준다. 

유일하게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 그래서 자신을 사랑해 준 사람, 그 사랑이 있었기에 파트로클로스는 영혼의 상처를 치료받을 수 있었다. 그가 죽인 소년의 꿈도 더는 꾸지 않게 되었고, 불안의 감정도 점차 느끼지 않게 되었다. 파트로클로스에게는 아킬레우스가 있는 곳이 집이었다. 그가 곧 가족이며 연인이며 친구였다. 하지만 오랜 시간 고향을 떠난 온 동료들은 하루라도 빨리 돌아갈 날만 기다렸으리라... 그리고 그들을 붙들어 둔 트로이아인들을 원망했으리라... 『아킬레우스의 노래』는 아킬레우스가 왜 트로이아인과 헥토르에게 화가 났었는지... 그리고 파트로클로스는 왜 아킬레우스 대신 출정할 수밖에 없었는지 충분히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주고 있다. 


5. 끝맺음
전쟁을 다룬 소설은 삶과 죽음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죽고 죽이는 피의 역사, 한정된 자원이 원인이었는지, 인간의 탐욕이 원인이었는지, 유희가 원인이었는지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전쟁만큼 잔혹하고 비극적인 사건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은 분명히 알겠다. 이 소설은 현대판 고전 이야기이며, 동성애를 다룬 이야기다.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는 남성만이 '이성'을 가진 존재로 보았고, 같은 성 사이의 사랑을 고귀한 가치로 보았다. 당시 관점에서 동성애를 본다면, 그리스 문화를 이해하는데 한층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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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의 무늬 - 이해할 수 없는 통증을 껴안고 누워 있으며 생각한 것들
이다울 지음 / 웨일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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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찾아온 통증 그리고 누워서 사는 삶... 천장의 무늬... 제목이 주는 어떤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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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생각 - 이 세상 가장 솔직한 의사 이야기
양성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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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체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 소통한 이야기 그래서 호기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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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 전8권 - 깊이에의 강요 + 로시니 + 비둘기 + 사랑 + 승부 + 좀머 씨 이야기 + 콘트라바스 + 향수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외 지음, 장자크 상페 그림, 김인순 외 옮김, 함지은 북디자이너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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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부터 콘드라베이스까지 작가의 작품을 읽은 기억이 꽤 납니다. 열린책들 커버도 이쁘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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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죽음 - 다문화의 대륙인가? 사라지는 세계인가?
더글러스 머리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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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이민자 수용에 관한 책이라...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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