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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리는 소
아이바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10월
평점 :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비틀거리는 소』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다. 그래서 다소 접근하기 부담스러운 현실적 문제를 소설이라는 도구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낸 작품이기도 했다. 작가라고 하기에는 소설 구성이 사회 문제에 대해 너무나 많은 내용을 담아내고 있어서(관료주의 사회의 병폐, 광우병, 기업 자본이 영세 자본을 어떻게 잠식해 가는지에 대한 방법과 논의거리, 부당한 마진, 안전한 먹거리 등) 작가 소개 글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아이바 히데오가 경제부 기자 출신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제서야 나는 소설 속 다양한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그의 식견이 납득이 갔다.
베테랑 수사관인 다가와는 2년 전에 일어났던 미해결 사건인 '나카노 역 앞 선술집 살인 사건'을 재조사하게 된다. 그날 살해 당안 인물은 산업폐기물 처리업자 니시노와 수의사 아카마다. 처음에는 외국인 노동자에 의한 강도 살인 사건이라 여겼던 당시 경찰들과 다가와는 현장 재점검 도중 새로운 목격자를 만나게 된다. 치 마담이라 불리던 그녀의 이름은 나쓰요! 그녀는 경찰들의 엄한 단속을 피해 새벽 늦은 시간에 가계를 정리하곤 했다. 그렇게 반복되던 일상에 예기치 못한 살인 사건의 유력한 목격자 된 나쓰요! 그녀는 당시 살인 용의자를 목격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이유가, 시도 때도 없이 경찰에 불려 다녀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지만, 그동안 경찰에게 당한 수모로 신고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유력한 용의자를 목격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그녀의 행동이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왜 즉각적인 신고를 하지 않았는지, 결국 다가와의 돈을 받고 목격자 증언을 한 것이지만 그래도 그녀 나름의 이유를 듣고 나니, 소설이라 보기에는 현실을 잘 반영한 '사실'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런 사회파 미스터리를 좋아할 예상 독자를 고려해보니 나는 모 방송국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사회고발 교양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각종 사회적 이슈를 통해 대중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기 교양 프로그램! 나는 이런 점에서 여기자 쓰루타의 활약이 기대되었다. 기자와 형사의 은밀한 내통... 그 이후의 결말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다양한 상상에 맡긴 작가의 열린 결말이 가슴이 남았다. 또한 에필로그에서 수의사 아카마 유야의 생각과 행동을 마지막 장에 비취 해 둠으로써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작품이란 생각도 들었다.
따라서 『비틀거리는 소』 추천 독자층으로는 평소 사회 고발 프로그램을 관심 있게 시청하는 시청자들이라면 이 작품 역시도 한층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을까? 추론해 본다. 방송에서도 소설과 마찬가지로 나쓰요와 같은 중요한 목격자의 등장으로 미제 사건 해결에 엄청난 진척을 보여준 사례가 많다. 그와 같은 흥미로운 추리 과정을 책으로도 만나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몇 년 전 방영되었던 엽기토끼 살인사건은 새로운 목격자가 등장하면서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게 되었는데. 새로운 목격자 등장으로 인해 사건 진행에 큰 방향을 일으킨다는 점이 비틀거리는 소가 주는 이 매력들 중 하나라 생각한다. 또한 앞서 우리도 광우병 파동이라는 큰 사회적 이슈를 경험한바 있다. 방사능 같은 경우에는 일본 정부가 폐기물 처리 비용 문제로 태평양에 오염물질을 방출한다고 잠정 합의를 본 보도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의 결정이 일본의 독단으로만 이뤄진 것일까? 나는 강대국을 설득해낸 일본의 로비 기술이 분명 숨어 있을거라 예측한다. 이런 예측을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이 소설을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의외로 반드시 알아야 할 상식적인 일들을 모르고 살 수도 있음을 알 수 있을테니...
조류 독감이나 돼지 열병 역시도 인간이 만든 대량 생산 시스템으로 인해 벌어진 문제다. 이런 사회파 소설들은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내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회의주의 시각 때문에 다소 읽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사회 부조리를 하나씩 알아가면서 그것이 점차적으로 쌓이고 쌓이다보면 한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 본다.
일각에서는 범죄를 다룬 매체물들이 범죄 모방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는데, 이에 대해 범죄 전문가는 일반 대중들이 범죄 유형을 몰라서 당하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범죄자들의 범죄 방법을 일반인들이 아는 것이 범죄 예방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이런류의 소설도 유사한 목적을 가지지 않을까?
사회파 소설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스스로가 문제 인지를 할 수 있고, 기업이나 국가의 부당한 정책에 대해 미리 의도를 알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비틀거리는 소』는 스토리 짜임이 촘촘해서 누가 범인인지 추리해 가며 읽는 재미가 있다. 또한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완독 후 각자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관심을 가지고 관찰해 볼 부분도 있다고 생각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