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짓, 기적을 일으켜줘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8
팀 보울러 지음, 김은경 옮김 / 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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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용서에

관한 물음

 


저명한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용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 내린다. 용서란 생각을 하지 않는 완전히 잊어버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상대방을 위한 이타적 행위라기보다는 스스로가 더 편해지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나는 소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동시에 이 글귀가 떠올랐다. 내가 처음 만난 팀 보울러의 『미짓, 기적을 일으켜줘』는 소설 말미에 큰 여운과 질문을 남긴다.

 

소설 속 주인공 미짓은 선천성 장애를 안고 있는 15세 소년이다. 소년의 가족은 형과 소년을 너무나 사랑하는 아버지가 있다. 15년 전 소년이 태어날 때 어머니는 죽었다. 그 죽음의 원인을 두고 끊임없이 동생 미짓에게 책임을 묻고 괴롭혀 온 형 셉과 그런 미짓의 어리숙한 행동이나 간질 증상에 따뜻한 관심을 보낸 이웃들이 있다. 그리고 간질을 앓고 있는 미짓은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눈빛의 대상이 되는 존재다.

 

아이를 키우는 나는 처음에는 아버지가 큰 아이의 괴롭힘을 알지 못한다는 설정이 조금 억지스러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질문은 곧 나는 자녀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진정 자녀의 모습을 알고 있는가? 내가 아는 자녀의 모습은 실제 자녀의 모습과 얼마나 일치되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되었고, 그제서야 작가의 단순한 설정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작가의 의도가 있든 없든 나는 자녀에 대해 내가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 나 자신에게 묻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설정이라는 데 생각이 이르렀다.

 

미짓의 발작 증세가 최근 들어 심해지자 아버지는 새 정신과 의사 패터슨에게 미짓의 상담을 의뢰한다. 패터슨은 미짓이 형 셉과 어머니를 언급할 때 미세하지만 눈에 띄게 드러나는 신체적 반응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뇌파 테스트를 통해 미짓의 남다른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선착장에 정착만 하고 있는 요트 주인인 조셉이 매일 그 녀석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하는 미짓을 보고 그에게 요트 '미라클 맨'을 물려주면서, .미짓은 그동안 감춰왔던 아니...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특별한 재능을 드러내게 된다.

 

 

선장을 확인해야 해. 알아듣겠냐?

대개 사람들은 선장을 확인하지 않아.

잘못된 기적을 따라가다가 그냥 익사해버리고 말지. 그러니 결과가 나쁘다 해도 선장의 잘못은 아니야P. 106

 


하지만 좋은 기적이 있고, 나쁜 기적이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해. 그러니 넌 반드시 선장이 기뻐할 만한 일을 원해야 해... 반드시 선장이 기뻐할 만한 일을 원하고 바라야 하는 거야.

P. 106


설령 네가 나쁜 기적을 원한다 해도...

완전하게 그리고... 완전하게 믿으면... 그걸 얻을 수는 있어. 다만 대가가 따라오지...

악이 뒤따라 온다.P. 120

 

소설에서 등장하는 '선장'의 상징적 대상은 누구일까? 바다? 미라클 맨? 아니면 미짓? 그에게 요트를 선물한 조셉일까? 소설 속 미짓은 늘 주변에서 멸시와 부정을 습관적으로 받아왔던 인물이다. 그리고 미짓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편견과 선입견으로 뭉쳐 있다. 마치 '미라클 맨'이 해초에 묶여 바다로 나아갈 수 없는 것처럼.... 그런 그에게 꿈에 대해 확신을 심어준 인물이 조셉 할아버지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종종 상처와 미움을 주고받는다. 미짓, 기적을 일으켜줘라는 바로 우리 가족의 모습을 탐구해 볼 수 있는 감동적이면서도 유익한 소설이다. 또한 미짓을 이해하고자 했던 제니와 조선소 소장 그리고 조셉 할아버지와 패터슨 의사 선생님 모습과 대다수 사람들이 미짓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도 투영해 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세계에서 여러 현상을 경험하며, 그 현상이 일으키는 감정의 다양한 파편들을 만난다. 이 파편들은 우리의 선택을 방해하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도 저도 아닌 혼란의 상태만 줄 때도 있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은 추상적인 개념이다. 자녀들과 이런 추상적인 감정에 대해 구체적인 소설을 가지고 대화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또한 심한 갈등 상황에 놓여 있는 형제들이 있다면 각자 소설을 읽고 난 후 부모와 대화를 나눠 보는 것은 어떨까?


자신의 기적에는 늘 책임이 따른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가족 간의 갈등에 대해, 개인이 내린 결과에 대해 여러 질문을 하게 만든 책 『미짓 기적을 일으켜줘』는 우리가 내린 판단이나 선택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었다 해서 당장 눈에 드러나는 해결법은 없겠지만, 대화를 통해 문제의 단초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싫어하는 자녀가 아니라면 형제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고 싶으나 그것이 어렵다면 이 소설을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또한 일반 독자들에게도 우리 내면 속 편견과 맞서고 싶다면 이 소설을 추천한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가족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에 대해, 그리고 개인이 내린 결과에 대해 여러분들의 생각을 묻는 소설 『미짓 기적을 일으켜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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