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미스 - 눈 많은 그늘나비의 약속
심승현 지음 / 예담 / 2006년 4월
품절


"당신이 해님을 바라보듯 나 역시 당신을 그리워했습니다.
당신이 해님에게 자신을 보아 달라고 가슴 애태우면서 기다렸듯이
나 또한 당신을 바라보며 매일을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해님이 너무 눈부셔 당신을 보지 못하듯
당신도 왜소한 나를 바라봐 주지 않더군요.

알고 있나요?
나는 매일 당신을 향해 꽃가루를 뿌렸어요.
하지만 당신은 오히려 그 꽃가루 때문에 재채기를 하고 성가셔 했죠.
저는 이제 꽃가루를 다 써버렸고 벌거벗은 얼굴로 흉하게 변해 버렸답니다."-85쪽

"그랬구나 ... 미안해.
난 그것도 모르고 세상에서 슬픈 건 나 혼자뿐이라고 생각했어.
나를 보아 주지 않는 해님 프리조니님만을 원망했을 뿐,
나로 인해 가슴 아파하는 이가 있다는건 상상도 못했어.
만약 네가 나를 아끼는 마음으로 꽃가루를 뿌렸다는걸 알았다면
아마 난 그 꽃가루를 성가셔 하지 않았을 거야.
하얀 눈송이가 내리기 전날 가슴 벅참으로 꽃가루를 기다렸을 텐데 말이야.
꾸르야.
이제 네 마음을 알았으니까
더이상 나 때문에 슬퍼하지 마.
너의 친구가 되어 줄게."-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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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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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슬퍼하고 있는 것이다.
아까, 소타로가 말했었다. 다나베의 여자친구는 1년 을 사귀었는데도 상대방을 잘 알 수 없어 지겨워졌다고. 다나베는 여자를 만년필이나 뭐 그런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고.
나는 유이치를 사랑하지 않으므로 잘 안다. 만년필에 대한 그와 그녀의 생각이 질과 무게에 있어 전혀 달랐던 것이다. 세상에는 만년필을 죽기로 사랑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 점이 너무 슬프다. 사랑하지 않기에 알 수 있는 일이다. -41-42쪽

나는 두 번 다시란 말이 지니는 감성적인 어감과 앞으로의 일들을 한정되는 뉘앙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 생각난 <두 번 다시>의 그 엄청난 무게와 암울함은 잊지 어려울 만큼 박력이 있었다. -48쪽

정말 홀로서기를 하고 싶은 사람은, 뭘 기르는 게 좋아. 아이든가, 화분이든가. 그러면 자신의 한계를 알 수 있게 되거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거야. -58쪽

인생이란 정말 한번은 절망해봐야 알아. 그래서 정말 버릴 수 없는게 뭔지를 알지 못하면, 재미라는 걸 모르고 어른이 돼 버려. -58쪽

그녀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다. 제멋대로 배우는 것은 좋지만 그 행복의 영역에서 벗어나서는 안된다고 세뇌되어 있다. 아마 그들의 자상한 부모들로부터. 그리고 진정한 기쁨이 뭔지를 모른다. 어느 쪽이 좋은지, 인간은 선택할 수 없다. 각자는 각자의 인생을 살도록 만들어져 있다. 자신이 실은 혼자라는 사실을 가능한 한 느끼지 않을 수 있어야 행복한 인생이다. -79-80쪽

하지만, 미카케 씨는 애인으로서의 책임은 하나도 지지 않아요. 연애의 달콤함만 쉽게쉽게 탐닉하고, 그러니까 다나베 씨가 그렇게 우유부단한 사람이 돼버리는 거라구요. 이렇게 긴 머리칼에 날씬한 여자가 앞에서 어른거리니까 다나베 씨가 점점 교활해지는거라구요. 늘 그렇게 어중간한 형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으면 편리하겠죠. 그렇지만 연애란, 사람이 다른 사람을 돌봐주는 힘든 일이 아닐까요? 그런 무거운 짐은 다 던져버리고, 뻔뻔스런 얼굴로, 난 다 안다는 태도로......, 이제 그만 다나베씨를 놓아주세요. 부탁이에요. 당신이 있는 한 다나베씨는 아무데도 갈 수 없어요. -97쪽

사람이란 상황이나 외부의 힘에 굴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자신의 내면 때문에 지는 것이다. 이 무려감, 지금 그야말로 바로 눈 앞에서 끝내고 싶지 않은 것이 끝나가고 있는데, 조금도 초조하거나 슬퍼할 수 없다. 한 없이 어두울 뿐이다. -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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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oo 야 선생님이 너 싫어서 그러는거 아니잖니.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하니까 이리이리해라."
"네."

학생 하나가 한 샘한테 불려와서 잔소리(?)를 들었다. 막 머라한게 아니고 조용히 타이르는 식이었고 학생도 말을 알아듣는 듯 했다. 그러나.

"oo야 너 머 잘못했니"
"아니요~. 맨날 저만 보면 그래요."

흠. 아이들의 대표적인 반응이다. 혼날때(?)는 잘못을 알아듣는듯 한데 나가면 딴 소리다. 그냥 선생님 앞이니까 알아듣는 척 하는 거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런다. 그리고 이건 약과다. 심하면 절대 자기 잘못 인정안하고 막 대들기도 한다. 오라고 해도 안온다. 계속 도망다니고, 직접 찾으러 다녀도 없다. 왜 안왔어, 그러면 아 깜빡했어요 이러는 애들도 다수다. 그러니 그런 척 이라도 하는 저 아이는 양호.

자기가 잘못을 했을 때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요즘 애들은 후자가 지극히 많다. 절대 다수의 학생들이 후자에 해당한다. 아무리 공부잘하고 활달한 아이라 해도 후자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잘못을 지적하면 잘못은 생각치 않고 아무 이유 없이 자신에게 뭐라한다, 괜히 시비건다 라고 생각 하는 아이들이 많다. 잘못을 일깨워주기 위해 한 마디 더 하는건 소용이 없어보인다. 때리는 것도 그냥 그때 아프고 그만이다. 되려 반감만 더 산다. 그러니 어찌할지 모르겠다.

저 선생님 나만 보면 그래요, 라고 말하는 저 아이를 불러다 조용히 이야기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또 내 앞에서도 네네 그러고 말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안했다. 어디서부터 문제인건지. 개인주의의 문제인가. 아니다.  아이들이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것과는 또다른 문제인듯 하다. 개인주의는 나쁘지 않다. 이타주의로 나아가면 더 좋겠지만, 그 자체만으로 해악이라 할 수 없다. 허나 그걸 떠나 자기 잘못에 대한 인지가 안되는 아이들을 마음에서 우러나오게 진심으로 잘못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참 대책이 없다. 방법이 없다.

윗집에서 소란을 피운다고 위에 올라가 딩동 누르고 야구방망이로 후려 팼다는 사람, 선생님이 종례를 빨리 끝내지 않는다고, 자신이 앞자리 여자아이를 괴롭힌 것에 대해 지적했다고, 밀치고 발로 밟았다는 아이, 마음에 있어 하는 여자가 자기에게 오지 않았다고 뒷조사해 인터넷에 창녀니, 걸레니 하며 끄적이고 뿌려댄 한 IT 업체의 회사원 등등 이런 기사들은 매일 최소 하나씩은 볼 수 있다. 모두 자기 잘못을 인지하지 못한 채 상대방이 나를 압박하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서 시작된 사건이다. 그렇게 보면 지금의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닌 듯 하다.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 다수가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나 좋아하는 것만 찾아 즐기고 나 듣고픈 것만 골라 듣는 달콤한 사회. 나에 대한 딴지는 모두 나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는  살벌한 사회.

저 학생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자신의 잘못을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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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4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잘코군 2006-05-24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속삭이신님 그렇군요. 이런. 수정해야지. 그래서 쓰고 다시 읽어봐야하나봐요.

물만두 2006-05-24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Mephistopheles 2006-05-24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의 교육현실은 교편을 잡고 계신 선생님들이나 학부형이나 학생들....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고 싶어요. 옛날에 비해 교권이 지나칠 정도로 추락했어요.에구..

2006-05-24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워커홀릭 2 - 변호사 사만타, 가정부가 되다
소피 킨셀라 지음, 노은정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4월
구판절판


하지만 게임은 계속된다. 우리는 구애를 하는 두 명의 무용수처럼 고랑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한다. 겉으로는 나무딸기를 따는 일에 집중하고 있지만 실은 오직 서로를 의식하고 있다. 한 고랑이 끝날 때마다, 그는 입이나 손가락으로 내 몸의 한 부분을 스친다. 한번은 그가 나무 딸기를 먹여주기에 그의 손가락을 이로 지그시 깨물어버렸다. 그를 갖고 싶고 그를 어루만지고 싶지만 그는 진전을 보이기 전에 돌아서버린다.

...중략...

나는 열기 속에 땅을 딛고 서서 숨을 몰아쉬며 그를 갈구하고 있다. 폭발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가 다가와 몸을 굽힌다. 그의 입이 내 젖꼭지를 찾고 나는 거의 정신을 놓는다. 이번에는 그도 다시 멀어지지 않는다. 이번에는 진짜다. 그의 손이 나를 더듬고 스커트가 땅에 떨어지고 그의 청바지도 미끄러진다. 나는 전율하며 그를 움켜잡고 소리를 지른다. 잊혀져버린 나무딸기는 땅에 흩어져 우리 두 사람 밑에서 짓이겨지고 있다. -77-78쪽

스물아홉을 지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나이가 주는 압박감을 알지 못한다. 인생을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묘한 나이. 아무 일 없이 순탄해도 은근히 마음 산란한 나이, 스물아홉. 그런데 항상 일류로만 살아온 사만타가 스물아홉의 어느날 난생처음 좌절을 겪는다. 이제껏 쌓아온 모든 것이 일순간 무너져버리고 의미를 상실해버린다. 운명은 마땅히 기댈 곳도 없고 안길 곳도 없는 사만타를 어느 결엔가 기차역으로 이끈다. 인생이라는 기차는 사만타를 낯선 역에 떨구고 사만타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자기가 정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자기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좌충우돌 깨달아간다. 그녀는 일생일대의 실수란 없다는 사실, 인생을 망치는 일 이라는 것은 없다는 사실, 알고 보면 인생은 무척이나 회복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터득한다.

사만타는 스물 아홉이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는 나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걱정하지 않는다. 그녀는 고무처럼 회복력이 뛰어나니까. 충분히 사랑스러우니까. 그녀는 이제 서두르지 않을 거니까. (옮긴이 노은정)-319-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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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홀릭 1 - 변호사 사만타, 가정부가 되다
소피 킨셀라 지음, 노은정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4월
구판절판


나는 시계에 중독되지 않았다. 하지만 의존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당신도 시간을 6분 단위로 나눠 산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 내 근무 시간은 6분 단위로 계산해 의뢰처에 청구하게 되어 있다. 모두 다 전산화 된 타임시트로 처리되어 항목별로 정산된다. -23쪽

사실 나는 시스템에 가장 큰 결함이 있다고 본다. 더 명확해야 한다. 공중화장실이 그렇듯이 사람들은 안에 사람이 있으면 있다는 표시를 달고 살아야 한다고 본다. 임자 있음. 없음. 이러한 것들에는 애매모호함이 있어서는 안된다. 하여튼 나한테는 그런 표시가 없었다. 혹시나 표시를 달고 있었다고 해도 그건 잘못된 것이었다. 가이에게 빈번히 미소를 날리던 약간은 쑥스러운 기간이 몇 주가 흘렀다. 내가 그러면 그는 어색해하는 듯 보였고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원인? 1) 나와 제이콥의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아서. 혹은 2) 나와 제이콥 사이에서 삼각관계가 되기 싫어서. -36쪽

내가 다시는 남자한테 먼저 대시하나 봐라. 절대 안한다. 내 원래의 전략, 얌전하게 기다리다가 무시당하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옮기고 또 기다리기를 백만 번 하는 편이 훨씬 낫다. 누가 신경이나 쓴대? 차라리 잘됐다. 진짜로. 왜냐면 나는 정말로 내 일에 집중해야 하니까. -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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