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평전 - 한 꼬마가 세계적 현자가 되기까지 미다스 휴먼북스 10
만프레트 가이어 지음, 김광명 옮김 / 미다스북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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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칸트의 사후 200주년을 기념하여 세계적으로 동시 출간되는 로볼트 출판사의 <칸트 평전> 한국어판인 이 책은 칸트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라고는 하나 쉽게 읽히지 않는다.

 저자는 미국의 촘스키 언어학을 공부한 철학자이며, 역자는 나의 학과 선생님이신 김광명 선생님이다. 김광명 선생님은 서울대 철학과와 같은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칸트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우리학교에서 칸트를 가르치시고 있다. 그래서 더욱 눈이 가는 책이다.

 선생님께서는 수업중에도 칸트의 생활상의 에피소드를 가끔씩 말씀해주시곤 한다. 이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고 <칸트평전>을 읽어봤다.

 일단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의 느낌은 어렵다다. 나는 석사과정생이 아니라 칸트를 전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철학을 전공하고 있고, 그래도 서양철학에 더 관심을 가지고 4년을 보냈음에도 칸트는 잘 알지 못한다. '칸트연구'라는 수업을 들었음에도, 칸트는 헤겔과 더불어 알기 어려운 철학자 중 하나이다. 오히려 헤겔보다 칸트는 더 어려워 보인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정말이지 무슨말인지 모르겠다.

 전기이지만 칸트의 생활상보다는 그의 학문적 줄거리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 탓에 칸트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어렵고 지루하다. 지나치게 칸트의 학문적 업적이나 다른 철학자들과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후반부에 칸트의 생활상에 대해서도 나오기는 한다.

 칸트의 일생은 생의 말미에 좀 풀리기는 했지만, 그가 교수직을 얻기까지는 너무도 암울했다. 그는 교수직에 여러번 도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고, 계속해서 방 두개짜리 조그마한 집에서 세를 얻어살며 생을 근근히 이어가야했다. 칸트는 3살과 22살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두 잃고, 홀로 생활해야했다.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자 학비를 벌기 위해 개인가정교사 생활을 시작했고, 그의 생활은 가난의 연속이었다. 물론 나중에 쾨니히스베르크 대학에서 형이상학 논리학 교수직을 얻은 뒤로는 대체로 경제적으로도 여유있는 생활을 했고, 말미에 가서는 아무도 보지 않는 어려운 책인 <순수이성비판>을 우여곡절 끝내 출판하기도 했다. 물론 이는 시간이 지난후에 정당한 평가를 받았지만 말이다.

 칸트의 고독한 생활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져 있다. 칸트는 누이와도 25년간 연락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결혼을 해서 부인과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사교적인 생활을 좋아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길 즐겼다.

 칸트의 결혼에 대한 에피소드를 번역자인 김광명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는데, 이 책에는 그 재미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어쩌면 그것은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칸트는 사귀던 여자에게 청혼을 받았는데 그는 이 결혼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몰라 도서관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나왔더니 이미 여자는 결혼한 뒤였다 라는 이야기가 있다. 칸트의 철학의 성격과 그의 생활상의 성격이 들어맞는 절묘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체계적이고 이성에 의한 명석판명함을 좋아했던 그는 시간 약속에 있어서도 철저했다고 한다.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독서를 자고 자고 일어나는 시간들이 매사에 정확했다고 한다.

 서양철학에 있어서 모든 철학은 플라톤의 주석이다, 라고 말한 화이트헤드의 말도 있지만, 같은 의미에서 칸트의 이후의 철학은 모두 칸트의 주석에 불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키에르케고르는 <철학적 단편>이라는 책에서, 리오따르는 <차이>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칸트의 윤리학적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보여진다. 어쩌면 칸트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철학함에 있어 플라톤만큼이나 칸트를 알아야하는지도 모른다.
 
p.s. 나는 대체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탓에 어느 한 친구로부터 "니가 칸트냐?"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그럴때마다 난 웃곤한다. 내가 아무리 규칙적이라 할지라도 칸트를 따라갈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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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도 -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리처드 니스벳 지음, 최인철 옮김 / 김영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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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간지 서평란에 소개된 글을 보고 점찍어놨다 구입하게 된 책이다. 구입한지는 한달도 더 됐지만 이제서야 보게됐다.

 실제 <생각의 지도>라는 이 책의 제목은 그럴 듯한 대단한 뭔가를 담고 있지는 않다. 마치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을 꿰뚫는 어떤 성찰을 담아내고 있을 것 같은 책의 제목은, 그러나 사실상 책을 열어보면 그다지 기대했던 바에 못미침을 알게 된다. 한마디로 책에 실망했다. 그것은 책 제목을 통한 나의 기대감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나쁜 책'이라는 말은 아니다. 단지 나의 기대에 못미쳤다는 것 뿐이다.

 <생각의 지도>는 미국의 심리학자인 리처드 니스벳이 쓰고, 그의 제자인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가 번역했다. 아무래도 저자의 밑에서 공부한 사람의 번역이라 저자를 오해했을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는 안심해도 좋다. 대개의 '번역'이란 저자의 실제 의도와 번역자의 해석간의 차이를 항상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간극을 줄여 저자의 말을 효과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했다면 잘된 번역이지만,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면 좋은 번역이라 할 수 없다. 일단 번역은 믿고 가자.

 동양의 사고 방식과 서양의 사고 방식.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그리 말한다. 다른 이들은 모두가 누가 알려준 것은 아니지만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고 대강의 차이점을 감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가 하는 바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은 채 어떤 '감'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저자와 그의 연구진들은 이러한 차이를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각종 실험을 한다. 그리고 실험결과를 통해 동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를 도출한다.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의 기준은 문명과 문화다. 사고방식이라는 것은 각기 그 사람이 발붙여 사는 땅의 문명과 문화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 혹은 애초 미국에서 태어나 계속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의 경우에는 동서양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서양의 문명이라는 것은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되며, 동양은 중국에서 시작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어떤 단체와 조직보다 개인의 행복에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졌으며, 따라서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연구를 했다. 그리고 행복이란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탁월성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리스 인들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탁월성에 도달하고자 했다. 

  반면, 동양의 문명의 시점인 중국에서는 '행복'이란 '화목한 인간관계를 맺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들은 개인의 탁월성을 추구하기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의 우애와 관계를 중시했고 튀지 않는 행동을 하려고 노력했다.

  이로부터 서양에서의 권리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할 수 있는 권 리'이지만, 동양에서으 권리는 '공동체 전체의 권리 중 자신의 몫을 담당하는 것'이라는 개념이 확립된다.

 대략적인 동서양의 차이점을 말해보자면 이렇다.

 동양인은 사물을 볼 때 전체 속에서 조화를 중시하며, 서양인은 각 사물의 개별성을 중시한다. 따라서 어떤 풍경을 보여줬을 때 동양인은  풍경의 전체적인 구성을 쉽게 기억하지만 서양인은 특별한 사물 하나에 집착한다.

 또, 교실에서 동양에서는 '왜'라는 질문보다 '어떻게'라는 질문이 더 많이 오가며, 서양에서는 '어떻게'라는 질문보다 '왜'라는 질문이 더 많이 오간다. 이는 서양인들이 사건을 인과관계에서 보기 때문이다. 목표지향적 사고를 하는 이들에게는 결과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반면에 동양에서는 사건속의 인물과 사건정황과의 관계적 맥락을 중시하기에 그러한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관심을 가진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실생활의 부분의 경험을 통해 동서양의 차이를 도출해내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동양인은 꼭 그러한 사고를 하고, 서양인은 꼭 이러한 사고를 한다,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단지 동서양인의 '경향성'을 도출한 것이지 어떤 특정 개인의 성향을 가리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동양인이면서 서양인보다 더 서양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의 결과를 통해 나는 동양인이니까 이런 거구나 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한가지 덧붙이지만 저자 역시 책 뒤에서 잠깐 언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섀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과 프란시스 후쿠야마의 <문명의 종말>과 함께 읽으면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세계정세와 연관지어 보는 시각이 생길 수도 있겠다. 더불어 내가 한가지 더 추천하고자 한다면, 나 역시 읽지 않은 책이지만 하랄드 뮐러의 <문명의 공존>도 함께 읽으면 <문명의 충돌>에 맞서는 다른 견해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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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엇? 지킬박사 하네? 하고 케이블 티비를 한동안 응시하고 있었는데 이상하다. 내가 알고 있던 영화랑 틀린 것이다. 제목만 같고 내용은 다른 하지만 역시 이 영화에서도 지킬박사는 등장하는 홍콩액션영화였다. 하필 제목을 똑같이 할 건 뭐람 하면서 계속 보긴 했지만, 그래도 원작을 보지 못한 아쉬움만 커졌다.

 이 홍콩액션영화에서의 지킬박사는 아내와 함께 홍콩에 신혼여행을 왔다가 홍콩 갱단에게 장기를 빼앗기고 죽음을 당한다. 하지만 관광가이드를 가장한 한의사이자 무술가인 할아비의 도움으로 지킬박사만 살아나고 폭발로 손상된 얼굴을 새로이 성형해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게 만든다. 지킬은 할아비에게 한의학과 무술을 배우면서 복수를 하게 되는데...

 그런데 홍콩에 전설로만 알려졌던 미국의 배트맨이나 슈퍼맨과 같은 정의의 사도인 '호랑이'가 할아비였던 것이고, 이후의 호랑이는 바로 지킬이었던 것이다. 지킬은 그렇게 복수를 함과 동시에 홍콩의 호랑이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다지 별 볼 것 없는 액션영화이고, 본래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영화에서의 그런 이중적인 인간상을 보여주기보다는 오락적인 액션에 치중함으로써 단지 유명 영화의 제목을 따왔다는 인상을 풍기기만 했다. 그냥 오락용 영화로 애써 찾아보진 않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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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윤리학사
로버트 L. 애링턴 지음, 김성호 옮김 / 서광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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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의 한 부분인 윤리학만을 따로 떼어놓아 볼 수 있는 개론서는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 분께 추천할 만한 '딱'인 책이다. 제목과도 같이 이 책은 '서양윤리학사'를 다루고 있다.

 조지아 주립대학에서 교수로 지내고 있다는 에링턴의 저서로, 윤리학 분야에 대해서는 많은 책을 남겼다고 한다. 또한 현재(이 현재가 어느 시점인지는 모르겠다) 20세기 윤리학에 대한 방대한 저술을 준비중이라니 사뭇 기대된다.

 이 책의 옮긴이 김성호는 익히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 석자정도는 접해봤을 만하다. 그가 어떤 철학이론에 대해서 대가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흔히 철학사를 배울 때 쓰고 있는 교재인 코플스톤의 <합리론>의 옮긴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대학에서 교수자리를 쥐고 있지는 않지만 활발한 철학 번역 활동으로 철학 학부생에게도 이름이 잘 알려져 있다. 이 역시 기반을 확립하지 못한 철학 연구자가 자신의 이름을 빛내는 또다른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가 이를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간에 말이다. 또 의도했다 하더라도 외국의 좋은 철학서를 번역한다는 작업은 고되고 돈도 안되는 일이기에 그에게 더욱 힘내라 말하고 싶다.

 서론이 길었다. 본 책은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딱히 다른 경쟁적인 윤리학사를 다룬 철학서가 없는 마당에 독보적인 윤리학 개론서로 읽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은 매우 두껍고, 각각의 철학자들에 대해서 세심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초보자가 처음부터 이 책을 접한다면 질려버리고 말것이다. 하지만 어느정도 윤리학사, 철학사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깔려있는 독자에게라면 그의 지식을 더욱 깊이있게 만들기에 적합한 책이라 생각된다.

 소크라테스는 물론이고 소피스트까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스토아학파와 에피쿠로스학파, 그리고 중세의 윤리설, 홉스, 스피노자, 버틀러, 흄, 칸트, 헤겔, 니체, 20세기의 윤리학이라는 많은 목록을 지니고 있고, 더불어 더 읽어야 할 책을 소개함으로써 윤리학에 있어서는 자기 할일을 다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더 읽어야 할 책이 에링턴이 만든 목차 뿐 아니라 옮긴이가 현재 번역되어 있는 철학서 중에서 추천한 더 읽어야 할 책이 함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여기에 나와있는 '더 읽어야 할 책'은 모두 영어원서이기 때문이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각각의 철학자들의 윤리학부분을 엮어내면서 아무래도 해당 철학자의 윤리학 저서를 기본으로 하고 이를 풀어내는 형식으로 책을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해당 철학자의 윤리학 이론을 소개하면서 그와 반대되는 철학자의 비판과 문제점 모색, 반론 등을 함께 다루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윤리학 저서를 풀어냄으로써 한눈에 알아보기 힘들게 엮여져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물론 내가 철학사를 한 눈에 볼 수 없는 지경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철학을 수박 겉 핥기 식으로나마 4년간 접했다는 내가 볼 때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본다. 그리고 그저 의심으로 끝낸다. 나의 내공의 한계 때문일거라는 스스로의 학문탐독의 소홀함으로 그 이유를 돌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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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에티쿠스 - 윤리적 인간의 탄생
김상봉 지음 / 한길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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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모 에티쿠스>는 서양윤리학에 대한 윤리학 개론서라 할 수 있다. 현재 서양철학사만을 놓고 본다면, 램프레히트의 서양철학사, 버틀란트 러셀의 서양철학사 두권, 요한네스 힐쉬베르거의 서양철학사 두권, 코플스톤의 합리론과 영국경험론, 그리스로마철학사, 중세철학사 등이 있고, 우리나라 서양근대철학학회에서 따로 엮어 만든 서양근대철학이 있으나, 윤리학이라는 독립된 학문으로서의 철학사는 부재한 것이 사실이었다. 최근 윤리학 분야에서도 윤리학만을 따로 다룬 윤리학사들이 출간되고 있는데, <호모 에티쿠스>는 그중의 하나이다.

 이 책의 저자 김상봉씨는 일간신문을 통해서도 자주 이름을 접한 분이다. 연대 철학과와 대학원을 나온 뒤 독일의 괴팅겐, 프라이부르크, 마인츠 대학에서 서양철학, 서양고전문헌학, 신학을 공부하고 칸트연구로 마인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한국에 돌아와 그리스도신대학대의 종교철학과 교수로 임용되었지만, 학교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다른 세명의 교수와 함께 쫓겨나게 되었다. 학계 풍토상 쫓겨난 경우 다른 어느 학교에서도 교수나 강사로 받아주질 않아 사실상 주류 철학계에서는 밀려난 분이시다. 이후 학벌없는 사회 모임을 꾸리고 있으며, 철학자라는 명칭으로보다는 학벌없는 사회 사무총장이라는 이름으로 일간 신문 칼럼란에 자주 오르내리신 분이다.

 김상봉씨는 지금 소개하고 있는 <호모에티쿠스>뿐만이 아니라 그 외에도 철학에 관한 많은 책을 썼다. <나르시스의 꿈>,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 <자기의식과 존재사유> 등이 그러하고, 역시 학벌반대모임 사무총장 답게 <세 학교 이야기>라는 책도 썼다. 그의 저서들은 순수 학술적인 부분에 기반을 두고 있다기 보다는 철학의 언저리를 다루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그러나 그 언저리가 철학에서 많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자기사유를 통해 재생산된 철학이라는 의미에서 언저리다.

 <호모에티쿠스>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서양윤리학사의 이론적인 부분만을 엮어서 낸 것이 아니라 자기사유를 통해 우리의 현실과 연관하여 재생산된 윤리학사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중간중간 윤리학 이론 사이에 우리네 과거에서 현재까지를 아우르는 현실이 녹아들어 있다는 것은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이 책은 서양윤리학의 시초인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 이어, 스토아 학파와 에피쿠로스 학파, 중세의 아우구스티누스, 그리고 스피노자, 흄, 칸트에 이르기까지 윤리학의 핵심 철학자들을 뽑아서 엮었다. 그중에서도 칸트에 대해서는 세 장에 걸쳐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김상봉 자신이 칸트윤리학에 심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한다.

 다만 이 책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은 홉스, 버틀러, 헤겔, 벤담과 밀, 니체, 그리고 이후의 윤리학에 대한 부분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서양철학사를 모르는 초보자가 보기에도 쉽게 설명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지만, 이 책의 부족한 부분들을 다른 책에서 보충해야한다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 부족한 부분은 서광사에서 나온 <서양윤리학사>을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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