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보는 마르크스
조너선 울프 지음, 김경수 옮김 / 책과함께 / 2005년 11월
품절


"우리가 인생에서 인류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선택한다면, 어떤 짐도 우리를 굴복시키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만인의 이익을 위한 희생이기 때문이다. 인류를 위해 일할 때 사소하고 제한된 이기적인 기쁨 대신, 모든 사람과 함께 하는 행복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행적은 조용하지만 영원히 살아 움직이며, 우리의 유골 위에는 고결한 사람들의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릴 것이다."
(<직업 선택에 관한 한 청년의 고찰>, 17살의 마르크스)-16쪽

많은 경우, 행위자들은 그들이 '타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또 만나지 않는 한, 자기 이해에 도달할 수 없다. 따라서 신은 다른 행위자(동인)들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을 신이 아닌, 외부 사물의 관점에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세계에 관여하고, 상호작용함으로써 신은 비로소 자기자신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30쪽

포이어바흐는 많이 다루어졌던 주제를 부활시키면서 인간이 왜 신을 닮았는가 하는 이유에 대해 신이 인간을 자신의 이미지대로 창조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인간의 이미지대로 창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P32)

포이어바흐는 우리 인간은 사유 속에서 인간을 무한한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어떤 힘을 스스로 지니고 있는데, 이를 통해 모든 완벽함을 체현하고 있는 어떤 존재를 우리 밖에 창조했다고 보았다.(P33)

마르크스는 근본적으로 인간 존재가 종교를 고안해냈는데, 그 이유는 단지 그들의 지상에서의 삶이 너무 형편없고, 빈곤에 찌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바로 그의 악명 높은 주장,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란 말의 맥락이다.(P35)

본질적으로 마르크스가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은 포이어바흐가 퇴락에 대한 깊은 불안의 징후를 전해주고는 있지만, 불안 그 자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종교를 고안해낸 것은 단순히 불행한 실수가 아니라, 지상에서의 삶이 보여주고 있는 빈곤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이다.
-32-37쪽

마르크스가 지적하고 있는 것은, 인간은 스스로의 의지와 의식에 따라 고정 틀을 벗어나 의식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자유로운 생산을 할 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인간 존재가 생산할 수 있는 물건들의 영역에는 한계가 없다. 그런데 자본주의에서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런 유적 본질의 측면을 향유할 수 있다. 그곳에서 인간은 생산 행위를 통해 자신의 본질을 표현하기보다 기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생산할 뿐이다. 이때 그것은 향유가 아니라 고문이다. -55쪽

시민사회와 국가를 구별한다. 국가는 시민의 영역이다. 정치적으로 해방된 국가에서 우리는 모두 평등한 시민들로, 법 앞에서 평등하고, 풍부한 권리 목록의 자랑스러운 소유자들이며, 서로 자유로우면서도 평등한 국가 구성원이요, 동료이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수준에서 보면 - 일상적인 경제 활동의 수준 - 사물들은 매우 다르게 보인다. 우리들은 각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필요한 만큼 경쟁하고 착취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다른 이들의 성공을 질투하면서 자기 소유라고 생각하는 것에 집착한다. 이리하여 우리는 각자 이중생활을 한다. 즉, 평등한 공중 시민과 원자적인 사적 개인으로 말이다. -65-66쪽

"철학자들은 세계를 오직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석해왔다. 문제는 그것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마르크스의 묘비명이자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의 글)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다."

"지금까지 존재해왔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이다."

-75쪽

"코뮤니즘 사회에서는 누구도 배타적인 활동 영역을 가지지 않으며, 사람들마다 자신이 원하는 분야라면 어디에서도 학문과 기예를 배울 수 있고, 또 사회는 생산 일반을 조절한다. 이를 통해 나는 오늘 이 일을 하고 내일에는 다른 일을 하며, 또한 내가 사냥꾼이나 어부 혹은 목동이나 비평가가 따로 될 필요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아침에는 사냥을 하고, 오후에는 낚시질을 하며, 밤에는 가축을 돌보고, 저녁식사 뒤에는 비평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독일 이데올로기> 中)-133쪽

마르크스의 종교 분석은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인류는 신을 자신의 형상대로 창조하였다. 둘째, 그 신은 현실 세계에서의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위안을 얻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셋째, 인간의 불행의 원인은 일상생활에서의 소외이다. 넷째, 오직 코뮤니즘 사회만이 이런 소외를 극복하고, 종교를 초월할 수 있다. (P144)

종교의 모든 측면들을 하나의 위안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당연히, 이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인 대답들에는 다음 몇 가지가 있다. 첫째, 현대의 어떤 사회들은 물리적 재화는 풍요롭지만, 아직 계급이 나뉘어 있으며, 그 때문에 소외되어 있다. 그래서 인간은 결국 위안을 필요로 한다. 둘째, 계급 사회에서 종교의 존재는 노동자들을 억압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천국에 대한 생각에 미혹되어 노동자들은 지상의 지옥에 대해서는 저항을 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데올로기 이론과 직결된다. (P145)

-144-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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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의 몽타주
박찬욱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2월
품절


이데올로기적 편향성 면이나 계몽적 태도에서 절제를 했다는 점은 <공동경비구역 JSA>의 큰 미덕이 아닌가 합니다. 통일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족주의를, 특히 한국인의 과도한 민족주의 성향을 몹시 두려워하는 쪽입니다. 그래서 <아나키스트> 각본에서도 의열단원들이 독립운동의 차원을 넘어 무산자 혁명을 추구하는 무리임을 강조해던 것이고요. 그렇다고 본능적으로 우러나는 민족 감정까지 억눌러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통일의 당위성을 강변하기보다는 논리적으로, 현실적으로 분단 상황을 몹시 불편한 것이라는 사실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통일을 논하기에 앞서 전쟁의 회피가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싶군요. 잘 못 느껴서들 그렇지, 한반도는 언제라도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거든요.

('나를 죽이다' 中)-163쪽

각자의 개성을 평가한다면?
이영애는 관찰자 역할에 잘 어울리는 크고 아름다운 눈을, 이병헌은 대한민국의 가장 건강하고 평범한 젊은이를 연기하는 데 적합한 건치를 가졌죠. 송강호의 매력은 복잡하고 모순적인 캐릭터임을 단박에 드러내 줄 수 있는 짝짝이 눈에 있구요. 김태우의 그 커다란 귀는 유약하고 섬세한 성격을 표현하는 데 제격이고, 신하균의 송아지 같은 눈망울에는 선량함과 두려움이 가득합니다. 이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다는건 내게 있어 기적과도 같은 행운이었죠.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中)-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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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6-01-25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샀는데 아직 읽지는 않았어요. 워낙에 밀린 책들이 많아서리..^^
 
배드 마마 자마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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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이 연애의 시작이라면 상대방을 슬프게 하지 않도록 애쓰는 것은 공모자들의 규칙이라는 것을 그녀는 지금 깨달았다. 그리고 공모는 사랑의 한 가지 형태이다. ('배드 마마 자마')

* 밑줄그은 이 주 : 공모란 결혼한 유부녀 A가 남편 B 몰래 C 남성과 연애하려는 것 -33쪽

"사랑을 하면 욕심쟁이가 되나봐."
"마음을 확인하면 그 다음은 몸이야."
"아마 다시 마음으로 돌아가겠지."
"그럼 우리 이렇게 계속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배드 마마 자마')-74-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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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필립 빌랭 지음, 이재룡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5월
품절


내 미소에 그녀가 화답하고 그녀의 몸이 유혹이 가능한 사냥감으로 변하는 순간 그 육체는 순식간에 매력을 상실한다. 그 육체를 너무 오랫동안 상상한 나머지 마치 진짜 품에 안아본 것 같았고, 또한 만나기 직전에 느낀 흥분 자체가 오르가슴의 절정이었기 때문에 아름다운 표정, 훤히 드러난 앞가슴의 윤곽, 허리 곡선, 완벽한 몸매라도 그를 능가할 수는 없었다. 글쓰기가 욕망을 벌충했다.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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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6월
절판


우리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사랑을 나누었는지 헤아려 보았다. 사랑을 할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우리의 관계에 보태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동시에 쾌락의 행위와 몸짓이 더해지는 만큼 확실히 우리는 서로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었다. 우리는 욕망이라는 자신을 서서히 탕진하고 있었다. 육체적인 강렬함 속에서 얻어진 것은 시간의 질서 속에 사라져갔다. -17쪽

요즘은 '한 남자와 미친 듯한 사랑'을 하고 있다거나 '누군가와 아주 깊은 관계'에 빠져 있다거나 혹은 과거에 그랬었다고 숨김없이 고백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내 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이야기를 하고 공감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사라지고 나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었더라도 그렇게 마구 이야기해버린 것을 후회했다. 대화를 나누면서 "맞아요, 나도 그래요. 나도 그런 적이 있어요." 하고 남의 말에 맞장구를 치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이런 말들이 내 열정의 실상과는 아무 상관 없는 쓸데없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 알 수 없는 감정 속에서 무언가가 사라져가고 있었다. -21쪽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같은 것을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사치가 아닐까. -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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